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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자네는 엄청난 일을 저질은 범죄자야!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55회))

by 허슬똑띠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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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트리가 괴물로 변하게 된 비밀

 

62. 라온의 회상(젬트리와 햇빛광선포)(계속)

 

말을 마치고 라온이 앞장서서 나아가자 임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이동하고 맨 뒤에 연구원들이 따라갔다. 라온이 실험실의 지문인식기에 대고 숫자판을 누르자 유리문이 스르르 열렸다. 열 명 정도 일에 열중하고 있는 연구원들이 모두 일어서서 임원들에게 인사했다.

한 편에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온실. 아래 부분에 세 개의 작은 전구가 켜져 있는 계기판이 보였다. 중앙에는 짙푸른 색을 띠고 있는 작은 나무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닥에는 짙은 옥색의 이끼류들 사이사이에 암갈색의 흙 같은 것이 보였다.

라온이 그것을 가리켰다.

"이 나무 모가 바로 젬트리 입니다."

아기 손바닥만 한 잎들이 어긋나있는 곁가지가 중심 줄기 중단부터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데 가지마다 마디에는 여러 색깔의 윤기가 나는 작은 열매들이 촘촘히 달려있었다. 라온이 한 연구원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벽면의 대형 계기판으로 가서 스위치 하나를 내렸다. 그러자 온실 유리 전체가 밑으로 내려갔다.

조용희 고문이 나무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자신의 이어링에 붙어 있는 커다란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 열매들은 금속결정체인 것 같은데 이 나무가 직접 금속성분을 빨아들여 만들어 낸 것인가요?"

옆에 있던 소장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젬트리가 직접 빨아들여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젬트리를 심어 놓은 이 흙은 인공으로 만든 것입니다.

젬트리의 중금속 흡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를 임상 실험키 위해 수십 가지 중금속물질을 주입해 놓은 것입니다."

 

조정균 회장도 다양한 빛깔의 금속열매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금속결정체가 갖가지 색을 띠고 있는 걸 보니, 색상에 따라 어떤 금속인지 구별할 수 있겠는데요?"

라온이 그 질문에 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금속자체 성분이 지닌 특성에 따라 그 색상이 각기 다릅니다."

다시 회장이 금속열매를 만져보며 물었다.

"이것들의 순도는 어떤가요? 채취해서 바로 원재료로 써도 될 만한가요?"

이번에도 소장이 나서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성분분석을 해봤더니 순도 98%가 나왔습니다.

금속의 흡수 능력뿐만 아니라 자체정제능력도 아주 뛰어나다는 거지요."

라온이 최종적으로 부연설명을 했다.

"젬트리가 정상적으로 자라난다면 한 달 후에는 3미터 정도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계속 이리 저리 둘러보는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회장은 수고했다면서 소장, 라온, 그리고 책임 연구원과 악수 하고 연구개발실을 빠져나갔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엠그룹 사옥에 도착한 조용희 고문을 비롯한 세 사람이 회장실로 들어 왔다. 응접 소파에 앉으며 회장이 조용희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정교한 놈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만 남은 것 같네요."

조용희가 감탄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주 대단한 놈이 탄생했어! 저 것을 보니까 이번 비즈목표는 이제 비로서 아홉 고개를 넘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신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사이먼인가 하는 그 친구 여간 아니구만."

이 말을 뱉기가 무섭게 아니라는 듯 소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우리 소장님이 당연히 최고지요. 하하하!"

그 말을 들은 소장이 황송해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구 별말씀을요! 그런 칭찬을 들으니 정말 영광입니다."

회장이 그런 소장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물었다.

"이제 얼마 후면 우리의 최종 목표를 이루게 됩니까?"

"한 1주일 간 젬트리의 성장을 지켜 본 다음, 기존 개발프로그램 중 결정화부문 단계에다 제가 개발한 연금치환복합 프로그램을 수정처리만 하면 됩니다.

그 뒤 1개월 이후에는 뽑아낸 중금속을 모두 특수합금으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 특수합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은 금속으로서 황금보다 더 값이 나갈 것입니다."

조용희가 소장에게 최종적인 지시를 내렸다.

"우리가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으니 마지막 박차를 가하세요!"

소장은 고개를 숙이며 힘주어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 후 1 개 월 여가 지나자 젬트리는 무서운 괴물로 변하여 임상실험을 위해 옮겨진 제2 연구소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그 기세는 자못 심각하여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벌어지자 엠그룹은 곧바로 라온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엉뚱한 연구실에 그를 유폐시키다시피 한 다음 그를 도와준다는 빌미로 협박을 가하는 게 아닌가.

'자네는 엄청난 일을 저질은 범죄자야. 우리가 숨겨줄 테니 여기에 꼼짝하지 말고 있어'

그러나 라온은 그러는 소장에게 자신이 나서서 직접 젬트리의 증세를 확인해보게 해달고 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잘못해서 젬트리가 괴물로 변한 것이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또한 그것을 퇴치할 대응무기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외부의 출입은 일절 금한 채 그에게 그 대응무기만을 만들어 내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자 라온이 망연자실하여 비밀 연구실 한 구석에 앉아서 곰곰 생각에 잠겨 있다.

'내가 너희들의 협박이 무서워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너희들 때문에 멀쩡한 젬트리가 저렇게 무서운 몰골로 변하긴 했지만 젬트리를 내가 만들어 냈으니 나에게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누가 되든 하루 빨리 저 녀석을 없애야 하니까.'

 

그러나 한 동안 별 의욕이 없어 미적 미적대다가 어차피 할일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무언가를 강구해야지 피해가 덜 갈 거라는 생각에 접하자 정신없이 일에 매달린다.

여러 가지 실험 기자재가 보이는 실험실 한 편에서 짙은 녹색의 작업복장을 한 라온이 컴퓨터 모니터에 가득히 찬 자료들을 보고 있으며 나름대로 추론해 본다.

'변질된 젬트리가 전설의 불가사리와도 같은 형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안점이지 않을까?'

라온이 언젠가 한국의 옛날 영상들을 수집하다가 본 적이 있는 불가사리라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린다. 초토화되고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불가사리 괴물이 난동을 부리고 있고 병사들이 창과 칼로 공격하는 모습을 그리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아무리 해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괴물을 '불가사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했지? 이는 '불가살(不可殺)'에서 연유한 거고? 그래서 피닉스와 같은 불사(不死)의 존재라는 뜻이라!'

큰 스크린에 젬트리의 내부 모습이 이리 저리 비춰지고 있다. 컴퓨터의 모니터의 자료와 그 것들을 일일이 대조해가면서 점검하는 라온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솟고 있다.

그러면서 계속 자신의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불가살을 '불'이라는 단어와 '가살'이라는 단어로 나누면, 가살은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니, '불로 죽일 수 있다'라는 전혀 정반대의 의미가 나온다 했단 말이야. 그래서 전설 속의 불가사리를 불화살로 해치웠다는데, 그냥 단순한 불이라면 쇠로 된 몸뚱이가 녹아 나지 않을 터. 그러므로 불화살의 정체가 그냥 일반적인 불이 아니고 쇠를 녹여 낼 수 있는 특수한 불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

프리즘을 통해 햇빛의 파장을 관찰하고 있는 라온의 주변에 같은 작업복을 입은 두 사람이 보조하고 있다.

라온의 생각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햇빛에는 우주 에너지의 기(氣)가 들어 있다. 이 중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기의 파장 하나를 한군데 모으면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을 갖게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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