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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정말 세상은 요지경 속이네요.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56회))

by 허슬똑띠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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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트리와 그의 천적 햇빛 광선포의 비밀

 

62. 라온의 회상(젬트리와 햇빛 광선포)(계속)

 

그가 연구에 착수한 지 일개월이 지난 후 마치 레이저광선포의 모습과 같은 기기가 실험실에 나타난다.

라온이 세심하게 그것을 살펴보면서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런 다음 직접 성능을 실험하기 위하여 다른 작업장으로 이동시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폭파실의 한 편에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광선포 입구를 집어넣는다.

바로 위에는 두꺼운 방탄유리로 되어 있는 창이 나있고 그 창을 통해서 안쪽에 어렵게 채집해온 젬트리 괴물의 일부분이 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라온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고글을 쓰자, 광선포가 위치한 지붕의 덮개가 열리면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정확히 광선포의 프리즘 위치에 맞추어진 빛으로 충전이 되고 나서 발사 신호가 떨어지자 그 안쪽에 들어 가있는 광선포의 총신에서 가느다라면서도 엄청나게 밝은 빛줄기가 잠시 번득이며 발사되더니 젬트리 조각에 명중된다.

순간 그 조각은 뿌연 연기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만 그 자리에 회색빛 재 같은 것만 남아있을 뿐이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자 엠그룹은 광선포의 개발을 발표하였고 그 순간, 라온에 대한 악랄한 독살이 진행되었다.

박병흔 소장의 주도하에 킬러에 의해 수행된 독살극으로 라온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 챕터5에서 일시 정지되었던, 라온이 마시던 물 잔이 드디어 떨어지면서 그는 숨을 거두었다. 조용희의 사주로 전개된, 부모님의 죽음에 이은 2세의 최후였다. 그러나 라온은 죽음의 순간까지도 부모와 자신의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 바로 조용희란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라온이 죽음을 확인하고자 음식을 차렸던 그 사내가 조용히 들어와 라온의 상태를 확인한 후 휴대폰으로 '끝났습니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그리고 가져온 검은 가방에서 불투명하고 두꺼운 비닐봉지에 국물을 담은 후 아담한 플라스틱 병과 타월을 꺼냈다.

그 속에 든 용액으로 타월을 적셔 국그릇과 수저를 닦아 낸 다음 식탁 위에 놓았다. 타월 및 비닐봉지를 가방에 넣고 다시 방안을 살펴보던 그는 씩 웃으면서 가방을 들고 나갔다.

 

63. 가온의 고백

 

어두움 속에서 네온사인 빛이 여러 색으로 빛나고 있는 가운데 카페가 은은하게 나타났다. 창가의 단골 좌석에 마주 앉아 있는 가온과 다솜이 보였다.

탁자에는 예전 같지 않게 자그만 양주병이 놓여 있었다.

평소와 달리 굳어 있는 가온의 표정을 살펴보는 다솜은 다소간 좌불안석이었다.

"오늘 따라 왜 이리 심각해요? 천하의 가리은 같지 않게……."

다솜의 얼굴도 긴장으로 굳어 있는 모습을 보자 가온이 표정을 지우고 예의 뇌쇄적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너무도 충격적인 비밀을 알고 나니 하루 종일 정신이 혼미했어요."

"어떤 사람이 우리 가리은씨의 정신을 쏙 빼놓았을까? 무슨 대단한 일이 발생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

"세상사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하잖아요. 이런 노래 가사가 문득 생각나네요!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정말 세상은 요지경 속이네요."

 

가온이 뜬금없이 주절거리자 가온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참말 이상하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리은씨가 이리 달떠있는 걸까?"

"이멜의 유령!"

그러면서 다솜의 손을 잡고 재빠르게 입맞춤을 해댔다.

다솜이 얼른 손을 빼며 물었다.

"유령? 이실직고하기 전에는 안돼요!"

"다솜씨가 예전에 유령 메일 얘기 한적 있었잖아요?"

"그래요! 한누리 신문사 한가람기자란 분이 어떤 이메일을 받고 이상하다면서 나한테 물어왔었지요. 그래 가리은씨에게 물었었던 거예요."

"참! 먼저 알려드려야겠네요. 내 진짜 이름 알아냈어요. 가리은이 아니고 유가온."

그러자 다솜이 어리둥절해 했다.

"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일단은 다솜씨만 그렇게 알고 앞으로 둘이 있을 때는 그렇게 불러주세요. 지금부터 자초지종을 얘기할게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솜이 끄덕였다.

"알겠어요."

 

"한기자님이 메일을 받기 얼마 전쯤에 마침 여기 조사원들이 엠그룹 연구소로부터 막 자료를 압수해와 조사할 때였던 거 같아요.

조사원 한 사람이 그 파일을 걸자마자 메일이 자동적으로 한기자님한테 전송되고 그 파일에 장치해놓았던 파괴시스템이 작동되어 스스로 파괴된 거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그러면 한기자도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겠네요.

그런데 동생이 수사대에 있는 것은 몰랐을 테고……."

"메일에 적어 놓은 정보들을 기반으로 해서 추적해 오고 있었다고 해요."

가온은 자기 이마의 검은 사마귀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형이 메일에 적어 놓은 나의 이 특징 하나만을 항상 머리속에 박아두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게 신의 조화일까요? 수사대에서 딱 마주친 거죠."

"아 그랬었구나. 한데 어떻게 그런 장치를 할 수 있죠?"

"그게 형이 직접 해놓은 거더라고요. 이번에는 내가 그 자료를 분석하다 직접 알아낸 거예요."

다솜이 전혀 의외라는 듯 놀래서 눈이 동그래졌다.

"가온씨 형님이시라고요?"

"그래요. 젬트리를 만든 사람."

"그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인 사이먼 우드뱅크라고 했는데.

아니? 우리 이름으로는 유라온! 이럴…수가! 가리…아니 가온씨가 멍할 만 하군요. 그런데 그 분은 행방불명되었다고 했는데?"

 

"젬트리가 괴물로 변하는 바람에 무책임한 인물로 지금도 매도당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 비밀 메일을 읽고 나서 진실을 알았어요."

"무슨 이유가 있었군요."

"젬트리 괴물을 박살낸 광선포도 형이 직접 만들었다는군요.

엠그룹 사람들이 외부에다가는 형이 행방불명되었다고 공식 발표하여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놓고는 형을 협박해서 그것을 만들도록 했다는 군요."

이 사실을 듣는 다솜의 표정이 침울하게 바뀌었다.

"그러면 그 이후의 상황은 알고도 남음이 있네요. 어쩌면 좋지요, 가온씨?"

"일단은 괴수 처리를 완벽하게 한 다음 흔적을 더 찾아낼 겁니다. 다솜씨도 느낀 것처럼 누구도 형의 과거를 현재로 되돌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닐 테니까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요."

그러면서 잔을 들어 올렸다.

"다솜씨, 나 이제 괜찮아졌으니 걱정 마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해 건배해요."

"그래요. 우리 가온씨는 그것도 매력이에요."

다솜도 같이 잔을 들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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