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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항상 보안에 유의해야 해!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57회))

by 허슬똑띠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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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철회장의 살인사건에 얽힌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64. 한기자의 추적(4)

 

여름이 더욱 익어가고 있는 뜨거운 오후, 어느 지방 경찰서에 한기자가 나타났다. 성큼 성큼 수사과로 들어서는 한기자.

머뭇거림 없이 강력계 쪽으로 가서 뒷자리에서 보고서를 보고 있는 고참으로 보이는 형사에게로 갔다.

"반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전화 드렸던 한가람입니다."

"예, 어서오슈."

그러면서 옆의 의자를 끌어 당겼다,

"여기에 앉으쇼. 그런데 뭐할라꼬 10년도 더 넘은 사건얘기를 들춰내는감?"

한기자는 명함을 건네고 앉으면서 부러 일이 잘 안 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엠 그룹의 발전사를 쓰고 있는데 설립자인 성회장의 사망스토리가 좀 이상해서요."

"그런 줄 알았소만……."

그러더니 턱을 고이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좀 짭밥을 먹었다고 자부하던 나도 확실하게 이거다 얘기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던 거 같소."

"어떤 점에서요?"

"아, 생각해 보셔! 대기업 회장이란 작자가 뭐가 아쉬워 묵고 있던 호텔에서 기집아를 죽이겠소?

처음에는 발작을 일으켜 그런가 하고 정신감정까지 해봤는데 말짱~~ 하더라니까?"

 

"그 당시의 기사를 보니까 성회장이 자신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던 데요?"

"그런데 깨진 술병의 지문도 그렇구 누가 하나 침입한 흔적두 없구 모든 정황이 그가 살인했다는 걸 뒷받침하구 있는데 별 수 없었지 뭐."

"무엇을 봐도 '성회장이 살인범이다'라는 건만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는 거네요?"

"흠, 그런데 도시 이해가 안가는 게 있었소."

"이해가 안 가는 것?"

"여자는 새벽 서너 시 사이에 사망했거든요."

"그런데요?"

"다른 사람이 침입해서 그 여자를 죽인 것처럼 꾸미려고 한 것도 아니고, 무슨 알리바이를 만든 것도 아닌데…….

참 내! 뭐할라꼬 아침 8시까지 신고도 안하고 있었는가 말이요?"

"그렇다면 그 때까지 잠들어 있었던 건 아닌가요?"

"헤이 이보소, 기자양반! 시체를 옆에 두고 잠이 올 사람이 누가 있겠소?"

 

"그러면 누가 수면제로 그들을 잠들게 하고 몰래 침입해서 여자를 죽인 거 아닐까요? 그런 다음 성회장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죠."

"그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룸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왔었다는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니까.

더구나 수면제 성분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으니……."

"그 외에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여자가 서너 시에 죽었다면 그 전에 분명 정사가 있었을 긴데 정액의 흔적이 없었다는 거요."

"성사장이 술이 너무 취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요?"

"성사장은 소위 말술꾼이라 웬만큼 먹어도 끄떡없는 사람이라 했으니 그것도 말이 안 맞지."

"그런데 저도 이상한 게, 왜 자다가 일어나서 살해한 것일까요?"

"둘이 섹스도 잘 안되고 하니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게 아니냐는 추측뿐입니다."

 

한기자도 별 다른 추리를 해볼 수 없어 덩달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그렇군요. 뭔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셨겠네요."

"맞소! 그 안개를 걷어 내보려구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데…… 수사과장이 부르더라고. 그리고 수사보고서를 보고 나서 째려보더니 '모두든 것이 다 명확한데 보고서는 왜 이리 엉성해?'라고 짜증을 내더라고."

"뭔 이유가 있었나요?"

"아니, 방금 얘기 했었던 거처럼, 물증은 확실하다고 해도 심증 상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보강 수사를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걸 얘기할 틈도 없이 서류를 내삔지면서 '대충 알아서 추가해 만들어 넣고 빨리 종결시켜!' 그렇더라고"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알고 봤더니 모든 증거가 완벽한 데 멀 꾸물거리고 있냐고 검찰에서 난리를 친다는 거야. 그래 그 뒤로 재판도 일사천리로 끝나버리고 말았셔!"

 

한기자가 반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여전히 아리송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차에 올라타고 있는 같은 시각.

조용희가 집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나서 한숨과 짜증 섞인 말 한 마디를 내뱉고 있었다.

'아니 이 친구가 어디까지 들쑤시고 다니는 거야…….'

 

65. 죽음의 함정(성은철)

 

90년대 중반, 지방도시의 공항 상공에 높은 고도의 여객기 한대가 멈추어 있는 듯 보이더니 점차 고도를 낮추면서 시내 상공을 거쳐 바닷가 방향으로 선회했다.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더욱 고도를 낮추어 내려오다가 잠시 후 그리 크지 않은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계류장에는 몇 대의 중형 항공기가 서서 정비를 하고 있었다. 넓지 않은 공항청사 내부에서 보이는 계류장에는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줄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 서류가방을 들고 앞서 나오는 검은 양복의 젊은이와 뒤따라 나오는 중후한 중년 신사의 모습이 보였다.

 

마중 나온 직원의 안내로 그들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급 승용차에 타자 곧바로 트럭과 버스 그리고 승용차들이 가득한 시 외곽도로로 나섰다. 그 차의 앞에는 선도하는 차인듯 일정한 간격으로 달리고 있는 차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유화학공업단지' 표지판을 스쳐가며 두 차량은 공장들이 연이어 들어 서있는 지역의 한 공장으로 들어갔다.

 

아직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지 않은 늦은 저녁 시간의 요정.

성은철과 세 명의 남자들이 들어서자 요정 마담이 나와서 반갑게 맞이했다.

"성회장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이렇게 다시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성회장은 껄껄 웃으며 악수를 하고 그녀가 안내하는 방으로 다 함께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후 내의가 거의 비치는 엷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여인들이 줄지어 들어와 남자들 사이사이에 앉았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잔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깔깔대는 여인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방 한 쪽에서는 악사가 전자기타를 가볍게 튕겨가며 노래반주 장비를 손 보고 있었다.

 

밝게 불을 밝힌 요정 입구. 합석했던 남자들이 먼저 나와서 기다리다가 성은철이 나타내자 모두들 허리가 꺾이도록 인사했다. 한 남자가 재빨리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의 뒷문을 열었다. 그는 손을 들어 '허허! 오늘 모두들 수고했네! 잘들 들어가게' 하면서 승용차를 탔다. 그리고 비서가 왼편 좌석에 타자 승용차가 출발했다.

 

차가 '경주, 포항'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자 차 안에 동승하고 있던 비서가 성은철에게 서류를 내 보였다.

"회장님, 내일 일정표입니다.

10시에 조선호텔 골프장에 예약이 되어 있고, 6시에 서울 행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성회장은 스윽 한번 훑어보고 비서에게 도로 건네주면서 물었다.

"흠! 그리고 오늘 조치는 다 돼있겠지?"

"예, 조선호텔 고정 룸에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대답하는 비서의 목소리가 은근하게 들렸다.

"항상 보안에 유의해야 해!"

성회장 역시 목소리를 쫙 깔고 지시했다.

성화장을 태운 승용차는 차량통행이 확 줄어든 야간의 시외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서서히 멀어져 갔다. 한 참을 달려가던 중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에 얼핏 비친 도로 표지판은 경주가 얼마 남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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