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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러면 아찌나 나나 똑 같은 외계인이네요 뭐! (아찌<제30회>)

by 허슬똑띠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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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72. 덕유산 / 낮(계속)

 

소다미가 흥미롭게 바라보는 가운데 이반이 휴대폰을 꺼내 잠깐 조작하자 액정화면에 원인(猿人)의 모습이 나타난다.

휴대폰 그림이 커지면서 화면에 꽉 차는 것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모습이다. 이어서 순차적으로 떠오르는 호모 하빌리스, 호모 사피엔스,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 다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그 화면이 잠시 고정된다.

 

이반 (보이스 오버) 우리들 조상은 원래 원숭이와 한 갈래였었지. 그러다가 800만 년전, 고릴라와 침팬지의 조상인 다른 갈래가 나타났고, 4백 만 년전에는 또 한 번의 분리가 행해져 우리들 선조는 고릴라나 침팬지의 조상과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해. 이것이 바로 가장 오래된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야.

 

화면은 호모 하빌리스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반 (보이스 오버) 그 후 한 번 더 분화가 일어나서 엄밀한 의미로서의 우리 선조가 나타났지. 지금으로부터 2백 만 년전에.

이들은 바로 이 호모 하빌리스로서 도구를 사용했고 말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번에는 호모사피엔스인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반 (보이스 오버) 드디어 현대인과 거의 같은 모습의 호모 사피엔스 즉 네안데르탈인이 10만 년전에 나타났어. 그런데 곧바로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나타난 거야.

 

휴대폰 화면이 사리지면서 다시 곤돌라 속.

 

소다미 호모 사피엔스? 무슨 뜻이 있는 건가요?

이반 라틴 어로 '지혜로운 인간'이란 뜻이고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두 배로 지혜로운 인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러면 이것들이 어떻게 나와 외계인 사이를 연결하는 증거가 될까?

소다미 정말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요.

이반 이제부터 그것에 대한 증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거야.

 

이반의 휴대폰이 다시 확대되면서 여러 종류의 외계인들이 나타난다.

잠시 후 사라지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이반의 모습.

이반이 다시 소다미에게로 눈길을 돌려 부드럽게 바라보자 흥미로운 듯 이반을 말을 기다리는 소다미가 생글생글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눈을 질끈 했다가 말을 잇는 이반.

 

이반 진화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 뭐냐 하면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출현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거지.

정상적으로라면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화석을 연결해주는 중간 고리의 화석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소다미 아직까지 발견 못한 건 아닌가요?

이반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그렇지만 그 오래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도 발견되는데 지금껏 그 것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건 황당하다는 거지.

그래서 영국의 앨런 알포드라는 학자는, 외계인이 아주 오래 전에 네안데르탈인 같은 존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바람에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 거야.

이 외계인은 태양계 밖에 있고 우리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초초월적인 문명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소다미 애걔걔! 그러면 뭐 나도 외계인의 후손이네요.

이반 쏘냐 같은 미인은 사실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오는 선녀의 자손일거야. 누가 그러데, 선녀도 외계인이라고.

소다미 그래요? 내가 선녀의 후손이라고?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아찌 말대로라면 선녀가 내려오기 전에 이미 이 소다미도 외계인 피를 받은 거나 다름없죠. 그러면 아찌나 나나 똑 같은 외계인이네요 뭐!

이반 그런가? 내가 내 이론에 휘말려 결국 실없는 얘기가 되어 버렸나?

 

화면은 곤돌라가 죽 이어져 오고 있는 정경으로 바뀐다.

어느새 종착지점에 다가가는, 두 사람이 탄 곤돌라가 확대되면, 소다미와 이반이 함께 웃어대는 모습이 창을 통해 보인다.

 

 

S#73. 커피전문점 / 밤

 

꽤 많은 사람들이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있으나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여러 개의 전구가 내부를 환하고 밝히고 있어 유리창은 반투명거울처럼 내부의 정경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창가 자리에서 빨장과 이반이 얘기하고 있다.

 

빨장 이봐 괴물 형씨! 이제 그만 물러서시지 그래!

소다미는 당초부터 내 것이었는데 글쎄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끼어드는 거냐고?

 

이반은 빨장이 변함없이 '괴물'이라는 표현을 쓰자 순간 움찔하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마음을 진정하듯 커피 잔을 들어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서 약간 마신다. 순간 클로즈업 되는 그의 손에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떨림이 느껴진다.

화면 원위치 되면, 빨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이반의 표정이 다시 평온하게 돌아가 있다.

 

빨장 그래 그렇게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 어쩔래. 이거 사람 한방 칠 태세구만.

이반 사람을 가지고 네 것 내 것 하는 거 보니 참말 몰상식하구만

빨장 (어처구니없다는 듯) 참, 오늘 내가 별꼴을 다 당하는군. 야! 지금 내가 너한테 공자문자 들으러 온 게 아니야.

이반 그러면 그만 가시지 그래

빨장 이런 쓰파. 늙은 말이 해콩을 좋아한다더니, 바로 그 짝이네

이반 내가 늙은 말이면 자네도 그에 못지않게 나이깨나 먹어 비루먹은 말이란 뜻이 돼. 그러니 말 좀 조심하지 그래

빨장 허 내참! 늙다리가 입만 살아가지곤 영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아무튼 네가 아무리 졸라리 설쳐댄다 해도 소다미는 못 줘~~ 이 늙다리 괴물아!

이반 소다미는 네가 주고 자시고할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신경 끄고 네 할 일이나 잘해.

빨장 (어이없어 하는 얼굴) …….

이반 (자리에서 일어서며) 너하고는 오늘도 역시 진지한 얘기를 하기는 글렀으니 난 이만 가봐야겠다.

이제는 내가 너를 만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커피숍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씩씩거리며 바라보고 있던 빨장이 휴대폰을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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