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74. 거리
이반이 지하철 역 방향으로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빨간 장화보다 나이가 더 어려 보이는 젊은 사내 세 명이 그를 가로 막는다.
청년1 (이반의 한 팔을 잡으며) 잠깐 가줘야겠는데~~
이반 (약간 당황) 이봐! 너희들이 뭔데 가자 말자 하는 거야?
청년2 (역시 이반의 다른 팔을 잡으며) 허허! 다 볼일이 있으니까 그러지. 군말 말고 따라오셔.
이반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황이 짐작이 간다는 듯 그들의 동행요구를 따른다.
이반 그래, 나를 원하는 게 누군가 감이 왔으니 너희들이 보채지 않아도 갈 거야. 그러니 팔은 놓고 가자고.
그러나 그들은 대꾸도 안하고 길가에 서있는 중형 승용차로 끌고 간다.
승용차 내부. 시동이 걸린 채 운전석에 다른 한 명이 대기하고 있다.
뒷좌석에 앉은 두 청년은 마치 피의자를 연행하듯 이반의 양편에 앉아 이반의 팔을 계속 붙잡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은 조수석에 앉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차가 출발한다.
S#75. 다리 밑
한강변 다리 밑 공터.
약간 떨어진 곳에 강물이 흘러가면서 가끔 나타나는 하얀 빛이 마치 고기비늘처럼 번득인다. 다리 옆 부분은 다리의 가로등과 지나치는 차량들의 불빛으로 어둠이 다소 퇴색되어 있다.
다리 바로 아래 부분도 물체의 윤곽을 대체로 알아볼 정도이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추이면서 승용차가 도착한다.
차가 정차하자마자 헤드라이트 불빛이 꺼지고 자동차의 모든 문이 열리면서 이반과 네 청년 모두 내린다.
내리자마자 역시 두 녀석이 양팔을 단단히 잡고 있다.
잠시 후 또 다른 헤드라이트 불빛이 훤하게 그들을 비추면서 빨간 스포츠카가 승용차 바로 뒤에 정차한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꺼지면서 빨간 장화가 내린다.
내린 자리에서 잠시 주변을 훑어보던 빨장이 그들에게로 서서히 다가온다.
이반의 앞에 서자마자 다짜고짜 배에 주먹을 날린다.
빨장 이건 네가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소다미를 데리고 다닌 죗값이야.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반이 '욱' 소리를 내며 흔들거리는데 무시하고 곧바로 다시 이반의 얼굴에 연타로 주먹을 날리는 빨장.
빨장 이건 이제부터 나의 경고를 잘 들르라는 의미다.
얼굴에 코피가 흐르는 이반이 정신을 차리고 양팔을 잡고 있는 청년들을 뿌리치려 몸부림을 치지만 끄떡도 없다. 이반이 포기하고 빨장을 노려본다. 코피가 그의 얼굴에 타고 흘러내리고 있고 입가에서도 피가 번지고 있다.
이반 치사한 자식. 비겁하게서리~~
빨장 (손가락 하나를 좌우로 흔들며) 아냐! 아니지! 잘못 알았군. 네가 나와 단둘이 상대할 경우 너는 치명상을 면치 못해. 내 실력을 몰라서 그리고 내 성질을 몰라서 그러지.
(청년 네 명을 죽 들러보며) 너희들 그렇지 않냐?
모두들 (비웃듯 이반을 바라보며) 네! 당연한 말씀입니다.
청년1 (이반에게) 이봐. 우리가 이렇게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너를 살려주는 거야. 우리 형님이 너를 작살내려 했다면 이렇게 신사적으로 대하시지를 않지. 그냥 놔두면 우리 형님은 상대가 아주 피떡이 되어야 끝내는 스타일이시라는 걸 알아야 해.
형님이 보통 이러시지 않는데 너 오늘 재수 무지 좋은 거야.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반은 속으로 생각한다.
이반(혼잣말) 제기 이 판에 빨장과 맞장 뜨고는 싶지만, 빨장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고 다섯 놈을 상대해야 하니 무의미할 것 같다. 일단 빨장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이반이 말이 없자 빨장이 다시 말을 꺼낸다.
빨장 (은근한 말투) 당신은 내가 괴물이라고 말할 때 알아들었어야 했어. (강변으로 향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괴물이라고 한 줄 아는 모양인데…….
이반 (움찔)????
빨장 왜? 내가 당신의 비밀을 모르면서 그냥 괴물이라고 했을까 봐?
(비웃는 표정으로)당신이 남의 속을 잘 들여다본다는 거 나도 잘 안다고. 그런데 말씀이야, 나도 당신만큼 표정관리는 잘할 줄 아는 놈이야. 그리고 적어도 최소한의 양식도 갖추고 있는 놈이기도 하지. 이제 뭔 말인지 알아듣겠지?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까.
이반 (백지장처럼 창백해가지고) 그래, 아무튼 고맙다. 그 동안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소다미에게 암말 안 해줘서. 네 말마따나 그런 양식은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냐?
빨장 (미소)이제야 말이 통하는 군. 그건 내가 얘기할 것이 아니라 당신 입으로 직접 해야 될 것 같은데.
이반 (벌레 씹은 표정) …….
빨장 서두르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이반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렇다면 한 가지 조건만은 지켜줬으면 한다.
빨장 무슨 부탁인지 잘 알고 있지. 무조건 오케이다.
이반 그래 고맙다. 사실 그 동안 소다미가 너와 만나고 있는 것을 알고 나름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제 어쩌면 네 덕분에 내 주제를 다시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울먹이며) 정말 그래. 내 주제에 소다미는 너무 과분해. 앞으로는 절대 소다미를 만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겠다.
빨장 (숙연한 표정) 나도 그러면 소다미에게 너의 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겠다.
이반 (흐느끼며) 정말 고맙다. 소다미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이제는 내 소원은 그것뿐이야.
그러자 빨장이 이반을 잡고 있는 두 청년에게 눈짓을 보낸다.
이반에게서 떨어져 간 청년들은 그들의 승용차로 걸어간다.
빨장은 아무 말 없이 이반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도 그의 차로 향한다.
(Cut to)
차가 공터를 한 바퀴 돌자 헤드라이트도 같이 맴돈다.
빨장의 차가 앞서 나가다가 이반이 멍하게 서있는 자리에 잠시 멈춘다.
그의 오른편 차창 유리가 내려지며 빨장이 그를 보고 말한다.
빨장 헤이! 형씨. 이건 정말 신사협정이야. 당신도 그런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행동한 거니까, 우리 서로 약속 잘 지키기로 합시다.
이반 (힘없이) 당신의 배려에 다시 고맙소. 그건 염려 마시오.
그러자 창문이 닫히면서 그대로 달려 나간다. 뒤 따르던 승용차도 급하게 따라간다.
두 대의 헤드라이트가 강변 넘어 도로로 진입하여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이반은 얼굴에 흘러내린 코피와 입가의 피를 손으로 쓱 문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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