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76. 강변
검푸른 강물은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지만 강변에는 파도가 밀려와 철썩거리고 있다.
이반은 강변에 털썩 주저앉는다.
강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 그렇게 앉아있다. 강바람이 간혹 가다 그의 머리칼을 흩어 놓고 지나간다.
이반(혼잣말) 내가 빨장의 뜻하지 않은 태도에 너무도 쉽게 무너진 것은 아닌가, 아냐? 빨장이 소다미에게 나의 실체를 얘기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졌었던 건데 뭐.
그러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것도 잠시. 가슴 속의 응어리가 일어나는 듯 목이 메여 꺽꺽 댄다.
목을 다듬고 나서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엉엉 울고 마는 이반.
S#77. 몽타주 (이반의 회상)
불이 켜져 있는 안방에서 고등학생 머리를 하고 있는 이반이 전화를 받고 있다.
이반 장롱 속을 찾아보라고? 알았어, 엄마
통화를 끝내고 전화기를 탁자에 올려놓은 이반이 장롱을 열고 그 밑에 있는 서랍을 빼내 속을 이리저리 뒤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맨 밑 한쪽에 숨겨져 있는 듯한 보따리를 찾아 끄집어낸다. 그것은 단단히 묶여 있다.
이반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것을 끌러보니 오래된 노트들이 몇 권 들어 있다.
노트들을 차례로 짜르르 펼쳐보던 이반은 순간 긴장한다.
어머니 이화의 일기책들이다.
맨 마지막 노트를 이반이 펼쳐 든 지면이 순간 클로즈업 되면서 맨 위 부분이 보인다.
1977년 3월 2일의 날짜와 일기 일부가 화면 전체에 들어온다.
'오늘 대학교 입학한 날이다. 기쁘기는 하지만 마냥 그럴 수만도 없다. 숨겨진 이 비밀을 말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답답하다. 오늘은 이렇게 되어 버린 옛날의 일들을 더듬어 정리해보고 싶다.'
다시 원위치 되면, 이반이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휘둘러본다. 그것들을 싸 들고 급하게 방을 나가는 이반.
이반의 방.
들고 온 노트들을 침대 밑에 숨겨 두 다음, 좀 전의 노트를 들고 책상에 앉는다.
열심히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어가는 이반의 눈이 갈수록 경악에 휩싸인다.
(인서트)
초등학생 이화가 아빠 이나운의 품에서 자는 모습.
(Dis.)
중학생 이화가 욕조에서 아빠 이나운과 함께 목욕하는 모습.
이나운이 자신의 앞 편에 이화를 앉혀놓고 등 뒤를 밀어주고 있다.
가슴이 꽤 튀어나왔으나 아직도 천진스런 모습으로 물장난을 하고 있는 이화.
(Dis.)
이나운과 유화가 잠자고 있는 침실. 옅은 분홍색 불빛이 실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방문이 살짝 열리면서 잠옷 차림의 고등학생 이화가 무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들여다본다.
그 때 마침 이나운이 눈을 뜨자 이화의 눈길과 이나운의 눈길과 마주친다. 천천히 일어서는 이나운. 그러자 유화도 잠이 깨어 이화를 나무란다. 아빠 이나운이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이화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간다.
(Cut to)
안방 침실에서 유화가 이나운에게 말을 하고 있다.
유화 이제는 이화가 무서워한다고 그 방에 가지 말아요. 고등학생인 다 큰 딸을 재운다고 그러는 건 안 맞는 거 같아요.
이나운 그래 알았어. 그러나 어찌 겁이 많은지 걱정이네.
유화 그게 다 당신이 그렇게 만든 거나 다름없는 거 아녜요? 귀엽다고 그 나이 되도록 안고 재웠으니.
안방 밖. 거실에 켜진 불빛이 문에 비치고 있다. 이화가 안방으로 다가오다가 아빠와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듣고 주춤하고서는 뒤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Cut to)
이화의 방. 그녀의 창턱에 사진이 놓여있다.
카메라가 사진에 가깝게 다가가면, 대학 건물을 배경으로 이화가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화면 전체에 꽉 들어찬다.
(Cut to)
어두컴컴한 이화의 방.
조용하던 방에서 갑자기 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이부자리가 무척이나 소란스럽게 뒤척이는 소리를 낸다.
(실루엣) 벌거벗은 남자모습이 여자모습에게 달라붙더니 한 몸이 되어 몸부림치는 모습.
역시 어두운 거실.
잠시 후 이화의 방문이 열리며 아빠 이나운이 나온다.
(Cut to)
어두컴컴한 이화의 집안.
비명을 지르며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이화.
그녀의 눈앞에는 하얀 잠옷을 물들이는 피, 그리고 피범벅이 된 엄마의 손이 계속 아른거리고 있다.
(Cut to)
병원의 출산실.
아기 이반을 보고 울고 있는 이화의 모습.
다시 이반의 방.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이반.
이반 (너무 어이없다는 표정) 그럼 난, 난, 뭐야? 엄마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촌수를 따질 수 도 없는 희한한 존재이네!
이건 말이 안 돼! 정말 안 돼!!!!!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이반. 마구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지며 방바닥에 떨어진다.
가끔씩 허공을 쳐다보는 보는 그의 눈은 점차 충혈 되어 간다.
(Cut to)
책을 읽고 있는 고등학생 이반이 가끔 눈물을 훔친다.
그 위에 들리는 보이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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