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유괴수에 먹히느냐 파괴하느냐의 예측불능 사투
71. 불유괴수 퇴치 작전
늦은 오후의 비상대책위원회 연구실 내부는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장비의 움직임 소리만 들려 왔다.
여러 가지 컴퓨터 장비와 계측기기 등이 즐비한 연구실에서 가온이 다른 연구원들과 컴퓨터 작업에 몰두 하고 있는데 냉방기에서 시원한 공기가 연신 흘러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솟아있었다.
이후 며칠 동안 작업이 쉼 없이 계속 이어졌다.
모든 실내등이 켜져 한낮같이 훤한 연구실에서 가온을 비롯한 많은 연구원들이 계측장비에 연결된 다양한 디자인의 부속품을 시험해 보고 있었다.
가온이 모터 비슷한 작은 기기를 측정기에 연결하자 모니터에 무수하게 나타나는 파동이 보였다.
작은 부품들이 실험대 위에 여기 저기 놓여 있고 가온이 하나하나 점검해 보고 있는 가운데 그 주변에서 연구원들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가온이 땜질하고 나사로 조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조립하고 있었다.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은 전혀 개의하지 않은 채 그렇게 집중하라는 가운데 거의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온갖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 드디어 완성이 된 듯 보였다.
이것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조작을 위해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요원들이 모여서 두꺼운 유리로 둘러싸인 실험대 위에 놓여 있는 다람쥐 크기만 한 컴퓨터 마우스 형태의 로봇을 보고 있다.
가온이 무선 조정기로 조정하자 로봇이 수직의 유리벽을 타고 상하 좌우로 움직인다. 미끄러지지 않고 벽에 바싹 붙어 움직인다.
실험대 옆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로봇에 장착되어 있는 카메라에서 전송된 로봇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 구석에서 구멍이 열리고 커다란 능구렁이 한 마리가 들어오더니 움직이고 있는 로봇을 보자 휘감기 시작한다.
뱀의 몸통에 완전히 감겨 로봇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갑자기 뱀의 몸통 사이로 새파란 빛이 강렬하게 터져 나온다.
뱀이 심하게 몸통을 흔들면서 급하게 감긴 몸을 풀자 약해진 그 빛은 바로 로봇에게서 나오고 있다.
구렁이는 그대로 들어왔던 구멍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러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위원장이 역시 기분이 고조된 어투로 말을 꺼낸다.
"모두가 축하할 일입니다. 일단 로봇이 완성되었으니 작전계획이 거의 완료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가온은 오히려 긴장된 표정으로 답한다.
"이제부터는 저의 추론이 맞아 떨어지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네요."
위원장은 그러한 가온을 격려한다.
"걱정 없어요, 다 잘될 겁니다."
그리고 모든 조사요원과 수사대원들을 바라보며 힘이 충만한 어조로 말한다.
"이제 로봇이 완성되었음은 물론 기능실험도 모두 마쳤으니 빠른 시일 내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그 괴물을 잡으러 출동합시다."
힘찬 어조의 위원장에 말에 동감하듯 모두들 박수를 친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후 불유괴수가 있는 곳으로 각종 장비와 요원들 그리고 경찰 기동대원들이 출발하기 시작한다.
태양이 점차 서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시각에 황무지 주변에 도착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온갖 첨단 장비로 무장한 컨테이너 형태의 차량의 내부에는 가온이 다솜의 옆에 앉아 흔들거리면서 모니터 등을 살펴보고 있다.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는 커다란 컨테이너 모습을 한 대형 트럭 뒤로 각종 차량들이 뒤따르고 있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트럭이 젬트리 괴물 부근에 도착하고 뒤이어 여러 가지 중장비 차량과 사람들을 실은 차량들도 도착한다.
안전모와 특수 방향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장비가 실린 차량으로 가서 여러 가지 탐측 기기들과 전선들을 연결한다.
역시 특수 마스크를 하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그 뒤로 도착하면서 주변에 포진하여 경계에 들어간다.
작업자들이 군데군데 지진파 발사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지켜 본 다음 가온을 비롯한 요원들이 장비를 실은 차안으로 들어와 모니터주위에 모여든다.
작은 모뎀 같은 기기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자 모니터에서 진동파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동안 진동파의 모습을 관찰하던 가온이 한 지역에서 진동파가 흡수되며 희미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자 그것을 가리키며 '여기가 그 놈의 인공지능이 보관되어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위치를 확인하자 밖으로 나와 괴수로부터 30여 미터 떨어진 곳을 지정하는 가온.
그리고 파이프 박는 기계로 구경이 꽤 넓은 쇠파이프를 비스듬하게 박아 넣기 시작한다.
한참을 들어가던 쇠파이프가 갑작스레 푹 꺼져 들어간다.
순간 쇠파이프를 박던 기계가 작동을 멈춘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온이 탐색로봇을 쇠파이프 안으로 들여보낸다.
탐색로봇과 함께 보조선이 안 쪽으로 쭉쭉 미끄러져 들어간다.
다른 요원에게 그것을 맡기고는 다시 차량의 내부로 들어가는 가온.
각종 컴퓨터장비, 분석기기등과 함께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로봇에서 비치는 불빛이 파이프 내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계속 내려가던 불빛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다가 평편한 바닥을 비치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모니터가 화면전체로 커지면서 로봇의 불빛이 비치는 대로 공간의 생김새가 나타난다.
중심부는 굵직한 뿌리들이 넝쿨과도 같이 치렁치렁하게 빼곡히 드리워져 있고 그 위로는 솜털 모양의 두터운 막이 거미줄처럼 둘러싸고 있다.
솜털과 덩굴 사이사이로 여러 색깔의 금속들로 이루어진 듯 한 괴기한 장치들이 보인다.
장치 주위의 여러 곳에서는 작은 불빛들이 약하게 발광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흡사 악어의 눈 모양과도 같이 생긴 두 개의 길쭉한 구멍에서 새파란 빛이 천천히 깜박이는데 음산하며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가온이 리모컨을 조작하자 로봇에서 은빛 나는 두 개의 쇠 봉이 뻗어 나온다.
두개의 봉이 넝쿨의 틈 새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순간 덩굴들이 뱀처럼 쇠 봉을 휘감기 시작한다.
그러자 모니터 화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춤을 춘다.
가온이 다른 스위치를 켜자, 보조선에 붙어 있는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모니터가 두 개로 갈라지며 왼편으로 로봇상황을 보여주는 화면이 나타난다.
덩굴이 이미 로봇전체를 휘감고 있는데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려 덩굴사이의 틈새로 집어넣으려 한다.
순간 로봇에서 새파란 빛들이 발광하자 덩굴들이 풀리면서 축 늘어지고 로봇은 바닥에 처박힌다. 갈라진 한 쪽의 화면에는 흙덩이만 보인다.
천천히 로봇이 위치를 잡더니 쇠 봉에서 푸른빛을 강열하게 번쩍거리며 다시 대쉬한다.
덩굴들이 로봇에게 접근하다가 피하듯 덩굴이 말리며 위로 향한다.
그 사이 재빨리 덩굴들을 뚫고 전진하여 기계장치에 자석처럼 들러붙는다. 그리고 쇠 봉을 기계의 틈새로 밀어 넣자 조금씩 들어간다.
그러자 붉고 시퍼런 빛들이 무수히 깜박이기 시작이며 장치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가온이 컴퓨터를 숨 가쁘게 조작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로봇 모니터 옆의 대형 스크린에 온갖 기호들이 가득히 세로로 빠르게 흘러내린다.
'창작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드의 소설 속에 나오는 줄리엣이라는 악녀에 대한 얘기가 생각나요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66회)) (0) | 2022.10.10 |
---|---|
이제 저는 얼마 되지 않은 생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찌<제37회>) (1) | 2022.10.09 |
그것은 바로 '충격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아찌<제36회>) (1) | 2022.10.07 |
이건 완전 코미디네요.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64회)) (1) | 2022.10.06 |
근친상간은 터부를 어기므로 느끼는 스릴심리 때문이기도 하죠. (아찌<제35회>) (1) | 2022.10.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