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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것은 바로 '충격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아찌<제36회>)

by 허슬똑띠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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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83. 정신분석학자 연구실 / 오후 (게속)

그러면서 김박사가 롯과 두 딸들을 그린 사진을 내보인다.

한가람 예, 이건 언젠가 저도 본 것 같습니다. 창세기 19장 31~38절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 그림 위로 창세기 구절이 울린다.

 

(보이스 오버)

큰 딸이 작은 딸에게 이르되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 이 땅에는 세상의 도리를 좇아 우리의 배필 될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우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인종을 전하자 하고 그 밤에 그들이 아비에게 술을 마시우고 큰 딸이 들어가서 그 아비와 동침 하니라. 그러자 그 아비는 그 딸의 눕고 일어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더라.

이튿날에 큰 딸이 작은 딸에게 이르되 어제 밤에는 내가 우리 아버지와 동침하였으니 오늘 밤에도 우리가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우고 네가 들어가 동침하고 우리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인종을 전하자 하고 이 밤에도 그들이 아비에게 술을 마시우고 작은 딸이 일어나 아비와 동침 하니라. 그러나 아비는 그 딸의 눕고 일어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더라.

롯의 두 딸이 아비로 말미암아 잉태하고 큰 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모압이라 하였으니 오늘날 모압 족속의 조상이요. 작은 딸도 아들을 낳아 이름을 벤암미라 하였으니 오늘날 암몬 족속의 조상이었더라.

 

다시 연구실 내부,

 

한가람 그리고 성경에서는 아비의 하체(下體)를 보거나 드러내는 것은 아비의 골육지친(骨肉之親)과의 성적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던데요, 노아의 둘째 아들 함이 아비의 하체를 보았다는 것은 친모와 상간했음을 의미한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김박사 (미소 지으며) 잘 아시네요. 노아가 포도나무 농사를 지으며 하나님의 뜻을 받들고자 구도 생활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지요.

함은 친모와 관계를 갖는 큰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에게서 얻어진 자식이 가나안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노아가 가나안의 자손들에게 저주를 내리게 됩니다.

한가람 그러나 그 이후 성경은 근친상간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성경 레위기 18장 71절에서는 '네 어미의 하체는 곧 네 아비의 하체니 너는 범치 말라. 그는 네 어미인즉 너는 그의 하체를 범치 말지니라.'라고 하면서 엄하게 말하고 있지요.

김박사 그런데 문제는 금기를 깨려는 심리가 우리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첩보영화 같은 것에 사람들이 몰입하게 되는 이유와 다름없습니다. 보세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곳에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든가 가면 안 되는 곳을 몰래 잠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스릴감을 줍니까?

한가람 아무튼 짜릿함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금기를 깨고자 하는 욕망이 솟구치겠네요. 사실 말씀 하신 대로 금기를 깨는 것만큼 짜릿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근친상간의 욕구를 느끼는 것이다 이거네요.

김박사 우리 인간세계는 그 동안 수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보다 합리적인 사회제도나 모럴을 정립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희생이 있었지요. 그러면서 잘못 된 부분이 계속 교정되게 된 것이지요.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한사장께서는 젊은 시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 때는 손만 잡아도 짜릿하지 않으셨습니까?

한가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더랬지요. 하지만 갈수록 무감각해지더군요.

김박사 그것은 바로 '충격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세요.

아주 기기묘묘한 성행위 방식이나 섹스 기구 같은 특이한 것들이 자꾸만 생겨난다는 것이 뭐를 의미하겠습니까? 바로 갈수록 보다 큰 충격을 원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근친상간이라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가람 (한숨) 그러나 현재 다른 나라에서뿐만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책은 없을까요?

김박사 기사를 보아 아시겠지만,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윤모씨란 사람에 대하여 법원이 징역형과 함께 자녀들에 대한 친권상실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한가람 네 저도 보았습니다. 정말 씁쓸한 일입니다.

김박사 이처럼 보다 강력한 법적인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범죄자들에게 채우는 전자팔찌 등도 효과적인 수단이 아닌가 합니다.

한가람 그런 건 인권침해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김박사 그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먼저 자신의 자녀를 자기의 소유물건처럼 취급하는 것 자체가 반인륜적이면서도 엄청난 인권침해라는 사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가람 그 외에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김박사 (미소) 바로 우리 한사장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지요. 우리사회가 이런 사건을 하나의 가십과도 같은 흥미위주로 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진지한 태도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한가람 (끄덕이며) 좋은 말씀이십니다.

 

S#84. 전철역 / 낮

 

전동차가 지나다니는 철길을 봉쇄하고 있는 스크린 도어의 유리벽 위에, 전동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뒤편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스크린 도어 앞에 드문드문 서있는 사람들 사이로 승강장 중간쯤에 서있는 이반의 모습이 보인다.

반대편 쪽에서 전동차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자그마하게 들리더니 뒤이어 '빵'하는 전동차의 경적이 울린다.

이내 건너편 승강장에 전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가 서서히 정차한다. 전동차가 서자 전동차 출입문 유리창에 소다미가 보인다.

이반이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상기되어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런데 창밖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바로 내려다보이는 철길을 바라보느라 전혀 반응이 없다. 이반은 안타까움으로 도어에 손을 짚고 소리 죽여 '쏘냐'라고 부른다. 그의 뒤에 서있는 사람들이 이반의 그러한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본다.

이반이 애타게 연신 손을 흔드는 가운데 전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며 그녀의 모습도 달아나 버린다. 전동차가 움직여 속도를 내는 순간 울려 퍼지는 '꿈꾸는 샹송인형'. 이반은 전동차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뛰어보지만 전동차는 점차 터널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이를 쫓듯 뛰어가다가 도중에 발을 잘못 디디어 넘어지는 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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