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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휴~ 도대체 무슨 조화냐? 내가 바보가 된 거 아냐? (별의 눈물(제3회))

by 허슬똑띠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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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7. 차 내부

 

차 뒷좌석에 앉아 있는 제리. 누군가가 운전하고 있다. 좁은 길을 빠져 나오자 속도를 내는 차.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내다보는 제리.

 

제리 (마음 속 외침) 자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말자! 이제 출항하는 배가 비록 쪽배일지라도 거침없이 저 거친 바다를 나아가 보자! 그러다 보면 그 끝에서 아름다운 꿈의 섬을 만나리라! 그런 믿음과 변화를 맞이하려는 나의 당당함이 그 시련을 이기는 밑천이 되리니~~

 

차창 밖으로 휙휙 스쳐 지나치는 불빛들 멀어지며 페이드아웃.

 

#8. 사무실 제리의 방 내부 / 오후

 

페이드인 되면.. 문이 열리며 서류를 들고 들어오는 제리의 모습이 나타난다. 책상에 앉자마자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 휴대폰 창을 들여다본다. 갸웃하며 휴대폰을 받는다. 화면이 갈라지면서 한 편으로 나타나는 여자. 남혜미. 20대 말. 매우 세련된 복장. 서글서글하지만 도톰한 볼이 욕심 많아 보이게 한다.

 

제리 네! 제리상입니다. .. 여보세요!

혜미 (머뭇거리다) 안녕하세요? 저 혜미에요.

제리 (의외라는 듯) 남혜미씨? 웬 일로요?

혜미 남혜미씨가 뭐예요? 그냥 혜미라고 부르세요.

제리 이젠 남의 부인인데 함부로 부를 수 있나요?

혜미 저 결혼 안 했어요.

제리 네? 어인 일로?

혜미 그렇게 되었어요.

제리 호영이한테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짜식! 미안해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혜미 ..

제리 어쩐 일입니까?

혜미 그냥 안부 전화 드렸어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잠시 컥컥대는 제리.

 

제리 미안해요. 그냥 저냥 하지요, 뭐.

혜미 ..

제리 그래도 입사동기 중에서 제일 친한 놈이었는데..

혜미 할 말 없네요. 호영씨와 끝난 지 꽤 됐어요.

제리 (예상외라는 듯) 왜요?

혜미 (잠시 뜸들이다가) 결혼은 하셨어요?

제리 아뇨! (빈정거리는 말투) 혜미씨 같은 사람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굳어지는 제리의 표정.

 

혜미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제리 지금 다시 본 들 뭐 하겠어요? 잘 지내요.. 전화 끊을 게요..

 

이와 함께 분할된 화면 다시 하나로 되면서 휴대폰을 덤덤하게 책상에 내려놓는 제리. 돌아서서 창밖을 내다보며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추억 속의 재회)

 

제리 떠난 버린 날들은 이제는 사랑이라 부르지 않으리.

기약 없는 이별 뒤에 찾아와 추억의 서러움만 남기네..

 

노래가 끝나도록 시선은 창 밖에 고정되어 있다.

 

#9. 제리 집 내부 / 밤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한다. 거실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선다. 정원을 훑어보지만 잔디밭을 스쳐 지나는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담 넘어 어둑어둑한 숲 속을 바라본다. 제리의 시점으로 보이는, 숲 속에 어른거리는 매우 작은 불빛. 몇 번 번쩍이다 사라진다. 거실로 들어와 부리나케 외부 등 스위치를 올린다. 환하게 밝아지는 집 주위 정원. 흥분된 표정으로 급히 서재로 달려 들어간다. 서바이벌 게임에 사용하는 소총과 플래시를 들고 뛰쳐나온다. 현관문을 밀고 나간다.

 

#10. 집 외부

 

밖으로 나온 제리가 조명등 불빛 아래 너울거리는 그림자와 함께 철책 담으로 뛰어간다. 점차 어둑해지자 플래시를 이리저리 비춘다. 담 너머 숲 속에서 나뭇가지가 부딪치고 풀들이 거칠게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속에 섞여 있는 나지막하나 정체 모를 소리. 반딧불보다 다소 크고 밝은 빛이 어지럽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재빠르게 담을 넘자마자 쏜살같이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플래시 불빛을 안내 삼아 급하게 숲 속을 이리저리 헤치며 얼마간 안으로 들어가다 기겁하여 멈춘다. 좀 떨어진 곳에 시퍼런 두 개의 눈빛이 보인다. 플래시를 비추자 드러나는 알 수 없는 야생동물. 입에 뭔가를 물고 있다. 불빛을 받자마자 곧바로 요리조리 튀면서 달아나기 시작한다. 순간 제리가 총을 쏘아댄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수풀 스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나무 위에는 제법 큰 물체가 푸드덕 대며 다른 가지로 옮겨간다.

 

숲을 헤치며 정신없이 그 동물의 뒤를 쫓다가 포기하고 멈춰 선다. 맥이 빠져 플래시를 비추며 돌아 나온다. 지나치는 불빛에 얼핏 비치는 물체. 플래시를 그곳에 다시 비추자 비둘기 크기 정도의 새 한 마리가 나타난다. 특이하게도 다른 새와 같지 않게 머리 부분이 비교적 커 보인다. 움직임이 없다. 총을 어깨에 메고 그것을 집어 든다.

 

제리 (중얼) 뭔진 모르겠지만 고놈이 요것을 잡긴 잡았는데.. 나 때문에 허탕 친 모양이로군. (어둑한 숲 속을 둘러보며 갸웃) 아까 보이던 불빛은 뭐였지? 이게 낸 빛은 분명 아닐 텐데.. (새를 다시 들여다보며) 가만 있자. 꼼짝 안 하는 걸 보니 죽었나 보다.

 

그냥 풀 속에 던지려다 멈칫하여 다시 새를 본다. 약간 꿈틀댄다. ‘죽진 않았나. 본데?’ 라며 차근차근 살펴본다. 새의 몸 여기저기 피가 나있고 제리 손에도 묻어있다. '불쌍해 보이네. 집에 가서 치료해주고 살아나면 키우지, 뭐' 두 손으로 감싸 쥐려는 순간 새와 오버랩 되어 흐릿하게 나타나는 여자의 모습. '이거 괴물 아냐?' 기겁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 데 금새 새의 모습으로 원위치 된다. 한 손으로 눈을 비벼대고 다시 본다. 영락없는 새다. '휴~ 도대체 무슨 조화냐? 내가 바보가 된 거 아냐? 제리야! 정신 차려라!'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다시 바라본다. '요즘 내가 오락가락 하니 그러나 본데?' 자신을 달래며 새를 품에 안고 숲 속을 나선다.

 

#11. 다시 집 내부

 

거실 탁자 위에 손수건을 깔고 새를 내려놓는다. 부리나케 서재로 들어가 총과 플래시를 둔 다음 비상용 구급 약 상자를 가지고 나온다. 함께 들고 나온 넓적한 타월을 손수건 대신 깐다. 새를 세밀히 살펴보는 제리. 몸 여러 군데에 물리거나 긁힌 자국이 보인다. 거즈로 소독약을 묻혀 그곳을 닦아내자 심하게 꿈틀대는 새.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한동안 정성을 다해 치료한다.

 

치료가 끝나자 주방에서 작은 종지에 담은 물과 수저를 가져온다. 캡슐을 잘라 숟가락에다가 가루를 약간 뿌리고 물을 타서 젓는다. 주사기로 조금 빨아드린 다음 새의 부리를 열고 주입한다. 그 사이 새는 계속 꿈틀거리지만 거부하지는 않는다. 약을 다 먹이고 나자 새가 가늘게 눈을 뜬다. '이제 정신 좀 차리나 부다.' 다행스러워 하며 피 붙은 거즈 등을 정리하고 뒤돌아선다. 쓰레기통으로 가려다 사르르 하는 아주 작은 소리에 멈칫한다. 돌아서자마자 '으악' 소리친다. 순간 바닥에 쏟아지는 쓰레기. 눈이 휘둥그레진다.

 

새는 온데간데없고 자그마하지만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 환상처럼 대신 자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귀엽게 생긴, 완전히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여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희한한 웃을 입고 있다. 황당한 표정으로 뒤로 주춤 물러선다. 거리를 두고 반복적으로 눈을 감았다 뜬다. 그의 시선과 마주치는 여자의 눈. 두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바랜 분홍빛 입술이 살짝 움직인다. 겁은 잔뜩 집어먹었지만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살금살금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입술에 귀를 대어본다. 순간 제리의 마음 속을 울리는, 힘은 없지만 낭랑한, 여자의 음성.

 

여자 (보이스 오버)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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