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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별의 눈물(제3회))

by 허슬똑띠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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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11. 다시 집 내부(계속)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 다시 사르르 하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번쩍 든다. 이젠 여자가 온데간데없고 이전의 새가 눈을 껌뻑이며 제리를 바라보고 있다. '아까부터 내가 왜 이러지? 그런데 분명 말하는 소린 들은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리다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아냐! 아까 그건 단지 환상일 뿐이야.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도 표정에는 아쉬움이 그득하다. '분명 고맙다고 그랬어. 환청은 아니야. 새라고 뭐 그런 마음의 감정을 표출 못 한다 단정 지을 순 없잖아?'

 

주저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살포시 새를 들어 올려 품에 안고 쓰다듬는다. TV가 놓인 장식장 옆 공간에 수건으로 둥지처럼 만든다. 새인지 재차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 위에 눕힌다.

이젠 도리어 신이 난다. 진짜 여자인 것처럼 귀여워 못살겠다는 표정. 부리에 입을 맞추고 나서 눈을 보며 새에게 말한다.

'그래~~ 좀 전에 내 눈에 비친 그런 예쁜 사람이 되길 기원할 게~~' 제리가 구급상자를 들고 서재로 향하자, 새의 모습 클로즈업 되면.. 그를 바라보는 새의 눈빛이 간절해 보인다.

 

#12. 동물 병원 내부 / 오전

 

제리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손에 들려 있는 뚜껑이 닫힌 아담한 등나무 바구니. 접수대의 여직원이 미소로 맞이한다. 절차를 끝내고 치료실로 가자 들어오는 여의사. 조심스럽게 새를 꺼내어 진찰대에 올려놓는다. 새가 누워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겁에 질린 눈빛.

 

제리 어제 집 근처 숲에서 발견한 샙니다. 무슨 샌지는 모르겠네요.

의사 (살펴보며) 많이 다쳤군요.

제리 예. 잘은 모르겠는데.. 오소리 같은 것한테 잡혀 먹힐 번한 걸 구했어요. 간단히 처치는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의사 잘하셨네요. 빨리 조치하셔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리 이놈이 재미있어서 집에서 키우려고요.

 

(장면 교차)

겁은 사라지고 편안한 새의 눈빛. 집에서 키운다는 얘기를 알아들은 것처럼 마치 미소를 짓는 듯 보인다.

 

(다시 병원 내부)

 

의사 자세히 검사해보고 잘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제리 무슨 샌가요?

의사 외관상으론 올빼미 종류 같은데.. 글쎄요? 완전히 닮지는 않았네요. 돌연변이 일수도 있겠죠?

제리 돌연변이라? 그래서 이 녀석이 가끔 사람 모습처럼 보이는 건가요?

 

의사가 이상한 눈초리로 제리를 바라본다. 그녀의 시점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조류와 별다르지 않은 새일 뿐이다.

 

의사 이게 새가 아니면 뭔가요?

제리 (멋쩍어 하며) 제 눈이 이상한 건가요? 어제부터 가끔 그런 환각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슬쩍 말을 돌리며) 그런데 이 새한텐 어떤 걸 줘야 하나요?

의사 올빼미가 좋아하는 것을 주면 될 것 같네요.

 

잠시 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등나무 바구니를 들고 병원을 나선다.

 

#13. 집 외부 / 아침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오는 제리. 그 앞에서 주춤거리며 숲 속을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멀뚱한 표정. 미련이 남아있는지 차에 가방을 넣고 그곳으로 걸어간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아침 햇빛이 약하게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자 앞쪽에서 무언가 번득인다.

 

숲을 헤치며 뛰어간다. 길게 자란 풀 사이를 헤집자 장난감 같은, 자그마하고 특이하게 보이는 헬멧이 나타난다. 주어 들어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본다.

'어허 참, 우주인이 쓰는 것인가? 저 새가 사람이라면 따~악 맞을 것 같은데? 갖다 줄까?' 위로 튕겼다가 받는 동작을 계속하며 숲에서 나온다.

현관으로 가다가 '에이, 새한테 줘봤자 뭐하겠어!' 중얼거리며 방향을 틀어 차로 향한다.

 

#14. 제리의 방 내부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제리. 그의 손엔 아까 그 헬멧이 들려있다. 책상 옆에 가방을 놓고 컴퓨터 옆에 헬멧을 놓는다. 서류함에서 서류철을 꺼내고 컴퓨터를 작동시키며 자리에 앉는다.

헬멧이 눈에 띠자 '자자.. 더 이상 이딴 것 갖고 신경 쓰지 말자.' 집어 들어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주저한다.

마치 계륵을 입에 넣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이다. 결국 책상 맨 아래의 서랍을 열고 던져 넣는다.

 

#15. 집 내부 / 밤

 

쇼핑봉투와 커다란 새둥지를 들고 제리가 들어서자 밝아지는 현관 입구. 어둑한 거실에서 새가 톡톡 튀어와 그를 마중하듯 그의 주변에서 서성인다.

 

제리 (사람 대하듯) 잘 있었니? 이젠 힘이 나는 모양이구나?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자 주저 없이 그 위로 올라오는 새.

 

제리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 신기하네. 네가 다 나으면 살던 곳으로 데려다 줄까? (고개 흔들며) 아니! 아니야~~ 그냥 나와 함께 살지 뭐! 나도 혼자니까. (둥지를 보이며) 그래서 네 집을 사왔어. 난 네가 그저 그런 새 같아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새가 제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신기해하는 제리. 돌연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둥지를 가만히 바닥에 놓는다. 새를 어깨 위에 앉히고 거실과 주방의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코를 벌렁대며 주방 쪽을 바라본다.

그 자리에 우뚝 선다. 식탁에는 맛있게 보이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황당해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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