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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곰은 몸을 삼간 지 21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다. (별의 눈물(제6회))

by 허슬똑띠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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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19. 집 내부, 외부 / 밤

 

집안에 들어서는 제리. 톡톡 튀면서 다가온 새와 인사를 나눈다. 눈을 마주치며 '아직도 날개가 온전치 않은 모양이네. 빨리 나아야 할 텐데'라고 하자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는 새.

'괜찮아! 곧 나을 수 있을 거야. 참 잠깐 식탁에 있어 봐~' 새를 식탁에 올려놓자마자 상의를 벗어 소파에 내던진다. 화면 계속 교차되면서..

제리가 침실의 이불장, 옷장 내부를 마구 헤집는다. 서재로 들어가 책상 모서리와 책장 구석을 차례로 뒤져본다.

문득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로 시선을 돌린다. 책장이 확대되면, 다른 책들보다 약간 튀어나와 있는 책 몇 개가 보인다. 고개를 갸웃하며 그 중 하나를 꺼낸다.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책의 제목 '단군신화'. 무심히 책갈피를 쭉 넘기다 멈춘 지면에 쓰여 있는 글이 자막으로 떠오른다.

 

자막 :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환웅에게 사람 되기를 빌었다. 때마침 환웅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다. 곰은 몸을 삼간 지 21일(삼칠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능히 삼가지 못했으므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최근에 이 부분을 꼭 누가 본 것 같아. 거 참 조활세, 조화야~~' 하며 도로 집어넣는다. 책상 위로 시선을 돌린다.

컴퓨터 본체에 켜진 불빛이 보인다. '이건 또 왜 켜져 있는 거야?' 자판기를 두드리니 환해지는 모니터 화면. 부팅 초기 화면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마를 툭툭 쳐댄다. '정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흠, 아냐! 그럴 리 없는데? 이거 정말 뭔 조화야!' 라고 중얼거리며 서재를 나간다.

 

제리가 거실 TV앞을 지나 주방으로 향한다. 식탁만 바라보고 가는 그의 뒤편으로 살짝 보이는 베란다 화초. 아침보다 훨씬 생생한 모습이다.

그냥 지나친다. 주방 찬장과 싱크대 및 보관함을 뒤져보고 나서 주방 옆 작은 창고로 나간다. 열린 문으로 플래시 불빛이 어른거린다. 집 외부로 화면 바뀌면.. 쪽방 문이 열리며 플래시 불빛과 함께 나타나는 제리. 차 세워둔 곳 옆의 창고를 열고 뒤져본다.

 

(시간 경과)

다시 거실로 들어오는 제리. 허탈해 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인서트)

남혜미와 바텐더의 얼굴이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진다.

 

(시간 경과)

침실에 들어가는 제리. 새가 둥지에서 나와 따라 들어오려 한다.

 

제리 너도 나와 함께 자고 싶으냐? 그래 좋아! 침대에다 자릴 마련해 줄게. 그런데, 거기다 쉬하거나 그러진 않을 거지?

 

새가 아기울음소리로 답한다. 침실로 장면 바뀌면.. 제리가 침대 한편에다 수건을 까는 모습.

'누군지는 몰라도 언젠간 나타나겠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주는 대로 지내자고'

중얼거리며 새에게 손짓한다. 새가 들어가서 다소곳하게 눕자 손수건으로 덮어주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침실 어두워지며 페이드아웃.

 

#20. 서울 강동 어느 빌딩 외부 / 오후

 

페이드인 되면.. 큰 빌딩 뒤편 길 사이의 다소 허름한 5층 건물이 나타나고.. 입구에 세워진 작은 트럭이 보인다. 적재함에는 박스들이 절반 정도 채워져 있다. 잠시 후 건물에서 나오는 두 명의 남자. 박스를 집어내려 어깨에 메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21. 새로운 사무실 내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파티션은 물론 책상과 서류 보관함들. 역시 깔끔한 사무실 바닥 여기저기에 빈 박스가 아직 풀지 않은 것들과 엉겨있다. 제리와 함께 20대 중반 청년 두 명이 박스에서 물건을 꺼내 정리하고 있다. 두 명의 남자가 박스를 운반해 오면서 '마지막 입니다' 하자 제리가 그들과 함께 나간다. 박스에서 파일들을 꺼내 제리의 책상서랍에다 넣던 청년이 장난감 같은 헬멧을 꺼내 든다. 재미있다는 듯 들여다 보다 '이런 건 어따 쓸려고 가지고 있을까? 취미도 요상하시네. 그런데 몸체는 어디로 갔지?' 중얼거리며 버리려다 그냥 맨 아래 서랍에다 집어넣는다.

 

#22. 호프집 내부 / 저녁

 

주로 젊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시끌벅적하다. 제리가 청년들과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제리 (생 맥주잔을 부딪치며) 일도 바쁠 텐데 예까지 와서 고생 많았어!

청년1 고생은 뭘요!

청년2 전무님이 갑작스레 떠나시니 서운하네요.

청년1 그제 전무님 나가시고 나서.. 회사 발전방향이 공지되었어요.

청년2 상당히 의욕적이던데..

청년1 좀 불안은 하더라고요.

제리 걱정할 것 없어! 강선배님이 워낙 출중하시니까, 앞으로 더 잘되어 나갈 거야.

청년2 그러고 보니.. 전무님은.. 사장님과 아주 친한 선후배 사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제리 별다른 건 없어. 선배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야.

청년1 그래도 아주 중요한 시기인데..

제리 응~ 나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었던 게 있는데.. 이제 검토가 다 끝났어. 그래서 떠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에게 다시 건배하는 제리. 홀가분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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