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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것으로 끝날 리 없었을 텐데요. (DH바이러스(제6회))

by 허슬똑띠 202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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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적으로 드러나는 연결고리

4(계속)


말을 끊은 양휘윤은 유리배라는 의사가 자신의 얘기를 듣고 나더니 당혹한 표정을 짓더라고 했다. 입장을 바꿔 보더라도 그렇지 않겠냐면서 낄낄댔다. 마고도는 유리배가 꼭 황당무계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어 당장은 밝혀지지 않았다 해도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 확신한 마고도가 물었다.
“그 정도에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혹 그 뒤 만난 사람은 없었습니까?”
양휘윤은 왜 없었겠느냐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검진 후에 별다른 소식이 없자 안심은 되면서도 아쉽기는 했다. 돈 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기대했던 때문이다. 사고를 당하고 깨어날 무렵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화려한 세상으로 나왔던 장면이 자꾸 그런 기대감을 부추겼다. 비록 출입문에 한 쪽 발목을 잡히기는 했지만. 잊힐 무렵 유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진장 반가웠다. 그저 꿈만으로 끝나지는 않나보다 해서였다. 유박사는 뜻밖에 자기가 수술을 담당했던 한 부자 노인에 대한 얘기를 들먹였다. 이 말에 마고도는 오장석을 바라보았다. 오장석도 빙긋이 웃었다. 또 다른 실마리가 나타난 셈이다. 수술 후 건강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찮게 불로장생이 화제에 오르다보니 양휘윤 얘기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였는지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란다. 유박사는 며칠 뒤면 연락이 갈 거라고만 하고 별다른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기대로 잔득 부풀었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다음 날 곧장 회장 비서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큰둥한 채로 양평군의 한 별장에서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부티가 철철 흘렀다. 나이는 엔간히 들어 보였으나 건장하게 보였다. 최근 자신이 경험했던 사고에 대한 것과 신체 상태 등에 대해 물었다. 유박사에게 해준 얘기를 똑 같이 들려주었다. 그 노인은 자신의 체질이 변화된 연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몸이 달아오르는 듯 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생각에 잠겼던 그는 근무했었던 시기와 근무지역 등에 대해 자세히 물으면서 메모지에다 적었다. 그의 어조에서 자신의 희한한 체질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간절함이 배어있음을 눈치 챘다.

메모가 끝난 뒤 나가 있으라고 해서 밖에서 기다렸더니 비서가 나와 봉투를 건넸다. 차가 출발하기 전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비서가 신신당부했다. 잔뜩 기대를 걸었는데 가타부타 확실한 말을 듣지 못해 돌아오면서 실망했다. 하시라도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비서의 말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기는 했다.
“그것으로 끝날 리 없었을 텐데요.”
양휘윤이 말을 멈추자 몸을 비틀면서 오장석이 답답한 심정을 내비췄다.
“에이 성미도 급하시네. 그럼 당연하죠. 알고 보니 그 노인네 그룹 회장이라던데, 달아 있는 상태에서 그냥 말았겠어요?”
그는 웃었다. 일주 일 뒤 유박사의 연락을 받고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그룹 회장이라는 사람이 지인을 통해 양휘윤이 경험했었던 사고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품고 있던 터라 회장의 그 말을 듣고 나니 자기의 희한한 체질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느껴지더라고 했다.

양휘윤은 일순 그런 의도가 아닐 거라 여겼다. 사실 확인을 거친 회장이 유박사에게 자기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달라 요청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유박사는 특별연구를 위해서는 자기의 피가 필요한데 요청할 적마다 피를 제공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왔다. 연구의 주된 재료는 당연히 자신의 혈액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박사는 대신 대가는 알아서 톡톡히 지불하겠다고 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년 가까이 그 말대로 했다.
“참내, 그건 일종의 매혈 아닙니까?”
오장석이 기막혀했다.
“그동안 몇 번이나 피를 주었습니까?”
마고도가 물었다. 초기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였고 지난 3개월 동안은 한 달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였었다. 마고도가 그렇게나 피를 빼내도 신체에 영향이 없었는가 물어보자 그는 기분만 상쾌했었다면서 씩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마고도는 오회장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진초희가 전화를 받았는데 무척 반가하는 바람에 마고도는 공연히 머쓱했다. 용건을 얘기한 뒤 통화가 끝나기 직전에 그녀는 언제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에게 들려 줄 얘기가 있다는 이유였다. 좀 생뚱맞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예의상 그러겠다고 했는데 꼭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리배 실종과 관련해서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나 해서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괜한 호기심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오장석이 커피를 뽑아들고 와 한잔 건네며 결과를 물었다. 그녀는 오회장이 건강이 급자기 안 좋아져 휴식을 취하기 위해 외국에 나갔는데 며칠 후 돌아온다고 했다.
“까짓것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우리도 오회장 쫓아서 해외출장이나 가죠.” 오장석이 진심 섞인 농담조로 말했다.
“후후, 누군들 싫겠어? 우리 입장에 언감생심이라서 그렇지.”
마고도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틀 후 오회장과의 면담자리가 마련되었다. 오회장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대관절 무엇 때문에 자신을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푸념했다. 마고도가 유리배 사건의 전말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그는 연신 자기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그런다며 짜증스러워 했다. 개의치 않고 본론에 들어갔다. 오회장은 손사래를 쳐가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오장석이 소형 녹음기를 꺼내어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양휘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없이 듣고 있던 오회장은 그제야 풀이 죽었다. 유리배박사와의 인연이 시작되던 날부터 풀어나갔다.

건강이 악화 되었다기보다는 휴식 겸 이전에 검진 받았을 때 나타났던 종양 비슷한 것을 제거하기 위해 친구를 통해 유리배박사를 소개받아 제세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틀 째 검진을 받고나니 유박사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악성물질이 더 발달하기 전에 제거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말대로 했다. 수술 후 대화 도중 늙어가는 것이 서글퍼져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한탄했다. 유리배는 위로하듯 현재 노화현상을 조절하는 중심 분자인 시르투인 유전자라든가 레스베라톨이라는 물질을 대상으로 상업적 개발이 상당히 진전되어 매우 고무적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퇴원 무렵 유박사가 양휘윤이라는 괴이한 존재에 대해 언급했다. 궁금해서 그를 직접 만나 그의 체질이 지금처럼 변한 때와 연유 등을 알아보게 된 것이다. 실망스럽게도 단지 그에게 일어났었던 이상한 사건 때문으로 인한 것일 뿐이지 젊어지는 샘물과도 같은 그런 물질의 섭취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허망스러움과 아쉬움에 잠겨 며칠을 보내다가 이대로 그냥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배박사에게 양휘윤을 통해 불로초 같은 물질의 개발 가능성여부를 확인했더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해서 양휘윤 혈액을 통해 불로장생약이나 그에 준하는 것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었다. 모든 소요자금은 개발 완료시까지 지원해주는 조건이었다. 이는 유리배의 통장에서 오갔던 거액의 자금용도를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마고도는 유리배박사가 혼자 연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달리 운을 떼자 오회장은 유리배가 연구에 착수하기 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수소문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고 하면서 이에 대해 언급했다. 어렵사리 조력자를 구하고 나서는 자신에게 귀띔을 해주었는데 미국 모 대학 박사이며 자기 선배인 한국대학병원 양준서박사로부터 소개받았으므로 확실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마고도가 갸우뚱했다. 그 보조연구원은 도진우임이 분명한데 그가 받았다는 외국대학의 박사학위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된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연구목적이 밝혀졌고 범죄의 비밀을 푸는 또 다른 연결고리인 양준서박사가 나타난 것은 굉장한 소득이었다.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해당 대학에 학위에 대한 조회를 보낸 후 양준서 박사를 찾아갔다. 사정이야기를 하고 도진우 건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기에서 도진우와 관련하여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양박사는 유리배의 부탁을 받고 나름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마침 옆에 앉아있던, 친분이 두터운 태양그룹 부회장인 이익용에게 이런 사실을 언급하면서 혹시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하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이익용이 무슨 연구냐고 물어보았으나 자신도 자세한 말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유박사가 말하지 않는 걸 보니 말도 못하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 웃으면서 넘기고 말았다. 그 때 이익용도 생각해 보겠다면서 가볍게 넘어가는 듯 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흘 뒤 이익용이 일차 검증을 거친 아주 능력 있는 친구를 물색했다면서 10여일 정도 기다리면 모든 서류를 구비하고서 당사자를 자신에게로 보내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 뒤 이익용의 말대로 도진우라는 외국 박사를 소개받았으며 이익용의 말을 믿고 추천서를 써주었노라고 했다. 이 말은 유박사가 어인 일로 그 허접한 도진우를 받아드리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점을 해소해줌과 동시에 그는 중요한 단서가 아닌 한갓 꼭두각시에 불과함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용의자로서 이익용을 부상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용 역시 단순한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기는 했으나 어쨌든 그가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했다. 양박사에게는 두 사람이 찾아온 사실과 나눈 이야기 등을 절대로 이익용에게 말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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