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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오늘은 아예 실물에다 뽀샵했나요? (별의 눈물(제8회))

by 허슬똑띠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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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23. 사무실 내부 / 종일(계속)

 

해조 어머!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제리 하하.. 괜찮아요. 그럼.. 해조씨는 톰인가?

해조 (삐죽) 저 사장님 괴롭히려 온 거 아닌데.

제리 하여튼 아옹다옹해도 잘 어울리잖아요.

해조 (천진하게 미소) 아옹다옹하지 않고 말씀대로 잘 어울리는 톰이 돼볼 게요. 그럼 채용되었으니 당장 일을 시작하지요, 뭐.

 

벌떡 일어서서 옷소매를 걷어붙이는 해조. 들고 온 가방에서 주섬주섬 수건과 몇 가지 물건들을 책상 위에 꺼내어 놓는다.

 

제리 오케이 될 줄 알고 아예 준비해온 것 같네요. 그런 건 내가 마련할 건데..

해조 (쌩긋) 어차피 준비해도 해야 할 거니 미리 가져왔죠.

제리 아무튼 감사하구요, 오늘은 일단 그냥 돌아가세요.

해조 저 쫓아내려 하는 거 아니면 신경 쓰지 마세요.

 

탕비실로 가서 수건을 적셔와 책상을 닦고 컴퓨터를 닦는 해조. 제리도 별 수 없이 나서서 함께 거든다. 수시로 해조를 바라보는 제리의 표정에는 생기가 돈다.

 

제리 (속으로) 꼭 말괄량이 같아. 어수룩한 건지 순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얼굴이야.. 저 정도면 만족할 만한 거 아냐?

 

#24. 집 내부 / 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등을 밝히고 무의식적으로 식탁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꽤나 실망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나 보네'

번뜩 생각난 듯 '그런데 새는?' 하며 새 둥지를 바라본다. 텅 비어있다.

둥지를 살펴보다 집안 곳곳을 찾아보는 모습이 연속적으로 교차하면서 패스트모션으로 펼쳐진다. 다시 거실.

'아니? 어디로 갔을까?' 중얼거리는 제리의 얼굴엔 아쉬움이 그득하다. 서성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제리.

'혹시 여태 그 새가 한 일일까? 마치 우렁각시처럼 말이지?'

 

잠시 후 욕실로 들어가면서 '에이 착각도 유분수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을 생각하다니' 하며 한숨을 푹 내쉰다. 여전히 남아있는 짙은 아쉬움.

 

#25. 사무실 내부 / 동틀 녘

 

불빛 아래서 제리가 혼자 앉아 컴퓨터로 작업하고 있다. 창 뒤로 보이는 주변 건물들이 어슴푸레 보인다. 어두침침한 입구로 향하면,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슬그머니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다. 얼핏 보기에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인. 화사한 옷차림을 한 미모의 얼굴에는 신선함이 그득하다. 인기척이 들리자 제리가 고개 들어 잠깐 내다보다 이내 눈길을 거둔다.

 

제리 (속으로) 되게 예쁘네. 이 여자도 이 이른 아침부터 면접을? 에이! 잘못 온 사람이겠지. (고개 숙인 채) 죄송합니다. 직원 채용은 끝났는데요!

여인 (다소 놀란 듯) 그래요? 벌써요? 아쉽네요.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여인. 그러나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듯 고개를 치켜드는 제리.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그의 시점으로 보이는.. 여인의 날씬한 뒷모습. 적당한 길이의 치마 아래로 드러난, 미끈하게 쭉 뻗은 다리.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여인 섭섭하네요. 하루도 안 되어 해고되는 건가요?

제리 (멀뚱) 해고? (속으로) 왠지 낯익은 목소린데?

여인 저 정말 모르시겠어요?

제리 목소리는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여인 깔깔.. 내가 너무 완벽했나?

 

그러면서 뒤돌아선다. 외모를 훑어보던 제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다가 아예 눈을 감는다.

 

제리 (기도하는 척)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해조가 우습다고 깔깔거린다. 웃음소리에 제리가 눈을 뜨고 다시 꼼꼼히 살펴본다.

 

제리 (환해지며) 오늘은 아예 실물에다 뽀샵했나요?

해조 (제리 자리로 오며) 실물에 뽀샵? 아하, 그런 셈이네요. 하지만 그건 어제 그랬던 거고, 이 모습은 실제상황이랍니다.

제리 그래도 그렇지.. 어제하고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했네.

해조 제가 학교 다닐 적 연극반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 때 분장을 좀 배워서 어제 시험해 봤는데.. 감쪽같이 넘어가시데요.

제리 (들떠서) 이제 보니 면접을 본 사람은 내가 아니고 해조씬 것 같네.. 지금은 나를 시험까지 하고.

 

재미있어하며 다시 깔깔거리는 해조. 제리도 따라 웃는다.

 

제리 (속으로) 햐~~ 상큼하기도 해라. 이거 완전 봉황을 만나 기분인데!

해조 제가 모셔야 할 분인데 저도 시험해봐야 되지 않겠어요?

제리 합격인가요?

해조 (함빡 웃음지으며) 당연하죠! 그런데 인상이 바뀌었다고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하며) 이렇게 되는 건 아니겠죠?

제리 (화들짝) 무슨 말씀을!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는데요. 해조씨에게 온전히 오케이를 받은 셈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렇게 일찍 나올 것 까지는 없는데.

해조 (농담) 사장님 빨리 보고 싶어서요.

제리 (싱긋) 그런 농담은 괜찮은데.. 그러다 해조씨가 괴로워져요.

해조 헤헤.. 아무렴 어때요. (정색) 어째든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어요?

제리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흡족한 표정) 든든한 원군이 탈나면 안 되니까요.

해조 (애교) 아이~~ 벌써부터 절 아껴주시네요. 감사하구요. 조심할 게요.

제리 (통로 건너편 자리를 가리키며) 해조실장님 자리는 바로 저기입니다.

해조 어머! 실장이요? 처음부터 절 너무 지나치게 고 평가하시는 거 아니어요?

제리 하하하.. (장난기) 어쩜 나중엔 제 자리 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요.

해조 깔깔깔.. 농담도 심하셔라~ (애교 있게) 감히 제가 어찌 그러하겠사옵니까.

 

두 사람의 밝은 웃음이 사무실 내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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