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편법? 혹시 후흑학(厚黑學)이라고 아나? (별의 눈물(제9회))

by 허슬똑띠 2022. 11. 10.
반응형

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26. 사무실 / 오후

 

해조가 홀로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출입문이 열리며 제리가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제리 혼자 심심하지 않았어요?

해조 (장난기) 심심한 것보다 사장님 안 계시니 재미 없어서..

제리 (기분 좋으면서도) 허허.. 해조씨가 날 놀려 먹는 게 재미있나 보네요?

해조 헤헤.. 놀려 먹는 건 톰이 아니라 제리 아닌가요?

제리 하하하.. 그런가? 그치만 우린 역할이 뒤바뀐 거 같아요.

해조 호호..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제리역할 다하시는 것 같은데요?

제리 해조씨한텐 못 당한다니까.

해조 호호.. 그래 얘기는 잘 하고 오셨어요?

제리 (히쭉 웃으며) 옛썰!

 

원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두 사람. 제리가 가방에서 팜플렛을 꺼내 해조에게 보여준다.

 

제리 방금 만나고 온 한윤호란 친구, 참 대단해요. 바이오 벤처회사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완전 상승세를 탔어요. 최근 또 새로 개발한 게 있는데 그걸 제가 독점 판매하기로 했어요.

해조 그 쪽에 이미 구축된 물류망이 있지 않나요?

제리 그러기는 하지만, 좀 부족한 부분도 있고.. 벌~써부터 신제품은 나에게 맡겨달라고 했었던 거니까요. 오늘 최종적으로 결정을 끝냈어요.

해조 어떤 제품인데요?

제리 토질도 개선해주고 해충제거까지 하면서, 식물을 아주 잘 자라게 도와주는 겁니다.

해조 보기에 대단한 제품 같은데요? 일종의 비료 같은 건가요?

제리 (고개 저으며) 그거하고는 좀 다르다 할 수 있어요. 바꽃이라고 들어봤어요?

해조 바꽃? 각시.. 투구꽃이라던가? 그런 것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

제리 맞아요. 바꽃은 초오(草烏)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각시투구꽃은 그 중에 하나죠. 이 추출물은 독성이 아주 강해요. 그러나 신경통이나, 관절염이나.. 당뇨 치료, 이런 데에 쓰이죠.

해조 (흥미 있어하며)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툴리늄(Botulinum)이라는 독소가 있는데요, 그걸 가지고 보톡스를 만든다던데.. 바로 그런 것과 같은 거네요.

제리 호!! 그런 거도 알아요? 대단하신 해조씨야! 그래요. 그와 유사한 거죠. 그런데 이 제품은 또 다른 특징이 있어요. 이걸로 키운 야채나 과일들은 본래의 생약성분이 그대로 흡수된다는 거지요.

해조 그럼 그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 약효를 직방 받을 수 있다는 거네요?

제리 당~연하죠!

해조 야~ 그 정도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야 별 어려움 없겠네요.

제리 방심은 금물입니다. 생각 외로 고전할 수도 있거든요.

해조 너무 겁주지 마세요.

제리 후후.. 말이 그렇다는 거죠. 방금 해조씨가 말한 것처럼.. (눈 찡긋거리며) 해조씨한텐 누어서 떡 먹긴 거 아닌가?

해조 와! 은근슬쩍 저한테 부담 주시네요. (장난조) 누어서 떡 먹다간 체할 수도 있다는 건 생각 안 하세요?

제리 그건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그걸로 키운 것이 체한 데는 이거라니까요~~

 

껄껄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제리. 그걸 보며 함께 깔깔거리는 해조.

 

해조 사장님 말씀이 농담 같지만.. 절대 체할 것 같지 않다는 필이 팍 오네요.

제리 하하.. 그럼 됐어요!

 

#27. 사무실 내부 / 시간경과

 

머리를 박고 일에 열중하고 있는 해조. 옆 프린터에서 종이가 뽑아져 나온다. 통로를 사이에 둔 옆자리에선 제리가 가지고 온 자료들을 보며 골똘하고 있는데,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해조가 벌떡 일어서더니 자료를 들고 제리에게로 온다.

 

해조 (자료를 내밀며) 판매전략 구상 다 끝나셨어요?

제리 (받아 들며) 아직요. 세부 계획 정리한 게 맘에 안 들어서.. 근데 이건 뭐죠?

해조 읽어보시고 점검해 주세요.

 

해조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호기심이 가득하여 자료를 들여다보는 제리. 그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몇 번이나 꼼꼼하게 읽어본다. 해조를 보며 일어서서 그녀의 자리로 가는 제리.

 

제리 언제 내 맘속에 들어왔다 갔죠?

해조 (쑥스러워하며) 맘에 드신 건가요?

제리 맘에 들고 자시고가 어딨겠어요?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완전 퍼펙트입니다. 퍼펙트! 자! 지금부터 이 계획대로 밀고 나가 봅시다!

 

싱글벙글하면서 제자리에 와 앉는 제리. 아직도 흥분이 살아있다. 해조의 옆모습을 바라 보다 생각에 잠긴다.

 

#28. 플래시 백

 

강유영사장실에 앉아 있는 제리. 격앙된 표정이다.

 

제리 제가 자꾸 태클 건다고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공동 투자한 입장에서 저의 역할이 도대체 뭔가 해서 그런 것이니까요.

강사장 (짐짓 모르는 채) 난 자네가 그렇게 섭섭하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네. 하지만 이번엔 자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

제리 그건 요즘 들어 선배님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밀어부치시는 것 같아섭니다.

강사장 자넨 내가 무턱대고 그런다고 보나?

제리 실적과 전망을 지나치게 부풀려 내보이면서 아주 큰 자금을 마구 끌어들이다 보면..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강사장 자넨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게 병이야. 아니 너무 소심하고 고지식하다고 볼 수 있어.

제리 제가 은행원 출신이라 서요?

강사장 사실 은행원들 스타일이 거의 그러하지 않나? 아니 것보다도 내 말을 들어보라고. 사람들에게 1+1=2라고 제의한다면 흥미를 가질 수 있을까? 글쎄? 내가 보기엔 자극적인 어필로서는 빵점이지. 1+1=3, 아니 1+1=4 라는 면을 보여주어야 관심을 끌 수 있는 거라고. 그래야 말을 일단 강가로 끌어드릴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단계까지 왔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순 없지.. 넘치는 강물을 보고서도 뒷걸음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제리 글쎄요? (잠시 침묵) 선배님이 틀렸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그 어필이라는 걸, 보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거지요.

강사장 (답답해하면서)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봐~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야. 그게 중단되면 곧바로 위기가 닥쳐오는 거야. 그걸 사전에 대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겠어? 저번에 자네가 말했던 것처럼, 기회라 생각되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닥공'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이거야! 이런 점을 좀 진지하게 음미해보게. 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릴 수 있을 거야.

제리 편견이 아니고 지나치게 편법을 쓰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강사장 편법? 자네 혹시 후흑학(厚黑學)이라고 아나?

제리 네.

강사장 자네 생각은 바로 후흑학에서 말하는 소위 '아녀자의 인(仁)' 이라든가 '소인배의 혈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어. 이게 바로 한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패착을 가져온다는 거야. 그런 아집을 계속 고집하다가는 ‘항우’ 짝 난다고.

제리 저도 그에 대해 웬만큼 공감은 합니다. 그러나 후흑과 함께 박백(薄白)이란 개념.. 이것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리가 이 말을 내던지고 방을 나간다.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사장. '박백이라' 중얼거리다 쩝쩝댄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