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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맞아! 바로 그거야! 그 놈이라면 바로 양휘윤이다. (DH바이러스(제9회))

by 허슬똑띠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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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초희가 간직하고 있는 마고도와의 추억은?

 

5(계속)

 

깊은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지만 외견적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김사장이 남자를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뜻하지 않은 제의를 해왔다. 모 그룹의 회장인데 나이는 조금 많아도 건강하고 아주 이해심이 많은 분이라고 했다. 그림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그를 안지 20여년 가까이 되었다고 했다. 제의를 받고 고민하다가 이젠 과거를 묻어둘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그 사람을 만났다.

그는 태양그룹의 오연근회장이었는데 첫눈에 자신에게 반한 것 같았다. 진초희는 한참동안을 망설였으나 오회장의 사람 됨됨이와 그의 적극적인 구애로 마음이 움직여 그에게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그로 인해 유리배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앞 뒤 가리지 않고 이 사실을 김경진에게 말했었다. 나중에 경솔한 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김경진은 그녀에게 수시로 유리배와 어떻게 지내는 지를 물어왔다. 왜 그리 유리배에게 관심을 갖는 것인지 좀 께름했지만 유리배와 그녀의 관계를 알고 있으니 그러겠거니 하고 말았다. 공연히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았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자주 그런 일이 있자 한편으로는 자기를 통해서 유리배를 감시하는 것 같기조차 했다.

행방불명되기 얼마 전까지 유리배가 불안해했으나 이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혹시 자기와 오회장과의 관계 때문인가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이유는 다른 데에 있던 것 같아 안심은 되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유리배가 행방불명되자 너무도 놀랐고 괴로웠다. 그 때 무슨 문제인지 억지로라도 자세히 말을 해달라고 졸라지 않았던 것이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게다가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을 모를 턱이 없음에도 김경진은 무시로 전화하여 마형사나 오형사한테 전화오지 않았었느냐, 그들에게 벌 다른 말은 하지 않았겠지 하며 닦달하듯 해대니 속이 불편해서 혼났다고 했다.

 

마고도는 유리배가 화가 나게 된 동기는 선배가 소개시켜준 연구원의 학력이 조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형편없어 연구에 많은 차질을 빚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현재까지 조사한 것으로 추정해 보건데 유박사가 행방불명된 것은 보조연구원이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조치를 취하려 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따라서 유리배의 행방불명에 대해서는 그녀의 직접적인 잘못은 없으니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했다. 김경진의 경우 미심쩍은 태도로 보아 의혹스러운 인물이므로 앞으로는 가능한 한 그녀와의 접촉은 물론 대화도 피할 것을 권유했다. 그녀는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더니 만나자마자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자기와 인연이 시작된 날의 사건을 기억해보라고. 헤어지고 난 후 서에 돌아오면서 마고도는 기억을 더듬어 보고 또 더듬어 보았지만 그녀와의 추억은 어디에고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끙끙대다가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다.

 

사무실로 들어와 오장석에게 진초희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리바이벌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수사한 내용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보자고 했다. 오장석은 새로이 떠오른 용의자인 이익용을 심문해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마고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왜냐하면 이익용 역시 하수인에 불과하다 본다면 그를 건드릴 경우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인물은 영영 추적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추론해 볼 수는 있다. 어쩌면 이춘용일 수도 있고 김경진의 정부로 보이는 스티브라는 자 일 수도 있다. 마고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오장석은 스티브가 단순히 추리선 상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김경진을 파헤쳐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잠정 결론을 내린 두 사람은 은밀하게 그녀의 뒷조사를 했는데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은 30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다가 사채를 쓰는 바람에 조폭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던 것으로 보였는데 느닷없이 모든 것이 정리되고 버젓이 화랑까지 운영하게 된 점이다.

두 번째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내연의 남자가 있다는 소문이 일각에 떠돌고 있으며 그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마고도는 김경진이 진초희에게 해주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으며 그 사람이 바로 스티브이리라 생각했다. 화단에 등단한 지 오래된 그녀가 실력도 인정받고 있으며 각계각층에 영향력 있는 많은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기는 했다. 그래서 그녀가 오회장에게 진초희를 소개시켜준 것은 그리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한데 김경진이 진초희와의 대화에서 떠오른 스티브와 인연을 맺은 지가 20여 년이 된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스티브의 정체가 이춘용의 변신일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은근한 기대도 일었다. 이것을 증명하자면 김경진의 동향을 손바닥 위에 놓고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마고도는 오장석에게 김경진의 전화를 도청해보는 어떻겠냐고 운을 띠웠다. 오장석이 법적인 문제 운운하지 않고 선뜻 찬성하자 즉각 행동에 착수하기로 했다. 문앤썬갤러리로 출동하면서 마고도는 콘솔박스에서 작은 기기를 꺼내 오장석에게 건넸다. 그곳 인근에서 김경진이 외출할 때를 기다렸다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마침 이 부근에 일이 있어 왔다가 김경진사장을 보려고 들렀는데 부재중이니 차나 한잔 마시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여직원이 차를 준비하러 준비실로 들어 간 사이 오장석이 김경진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 안에 잽싸게 도청기를 삽입해놓았다.

 

운 좋게도 다음 날 스티브로부터 김경진에게 전화가 왔다. 스티브는 어제 부회장과 통화했는데 양박사가 마경위 놈들이 자기를 찾아왔었다고 알려 주더라면서 그놈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접근해오는 것 같아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갤러리부근에서도 얼씬거릴 것 같은데 그곳에 왔었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외출중일 때 와서 마주치지는 않았는데 아마 동향을 파악하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브가 김사장도 신경을 써야 된다고 하자 알겠다면서 하는 일은 언제 쯤 마무리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곧 끝날 것인데 사소한 문제가 남아있어 이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놈을 데려와야겠다고 말했다. 말미에 스티브가 진초희의 동향을 묻자 김경진은 그녀가 요즘 몸이 안 좋아 조용히 두문불출하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대답한 후 통화를 끝냈다.

 

오장석은 양박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 이익용에게 이실직고했다고 방방 떴다. 마고도는 그러리라 예상했었다면서 어찌되었든 두 사람의 대화내용으로 스티브와 이익용과의 연관성이 확연하게 드러난 셈이니 다행이 아니냐고 했다. 오장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스티브가 다름 아닌 이춘용의 변신이라고 거의 단정 지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고도는 또한 그가 이익용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이번 사건을 지휘한 인물임이 확연해졌다고 결론지었다.

아찔한 것은 유리배가 개발해오던 것이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삐걱대고 있음은 다행이다. 궁금한 것은 그 놈이 필요하다는데, 왜 필요하며 또 어떤 존재인가?

“발생한 문제를 보완하려면 혈액 성분 중에서 긴히 필요한 게 있었던 건 아닐까요?”

오장석이 자신 없이 물었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 놈이라면 바로 양휘윤이다!”

마고도가 오장석의 등을 팍팍 치며 외쳤다. 다급히 돌아와서 과장에게 양휘윤을 노리는 놈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더욱 철저한 보호를 요청했다. 집 주변에 배치되었던 사복형사들이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며칠 간 잠잠하니 양휘윤의 안위여부가 궁금했다. 잠복형사들에게 탈 없이 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연락했다. 두 명의 형사가 그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사람을 시켜 문을 열고 들어 가보니 잠자고 있었다. 기가 막혀 두들겨 깨웠는데도 여전히 멍해서 어제 마신 술이 잘 깨지 않는다고 어눌하게 말했다. 형사들로부터 잠만 잘 자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두 사람은 그의 집으로 갔다. 마고도가 그를 살펴보니 단순히 술에 취한 게 아니었다. 수면제 약효 때문인 것 같았다. 몸에 몇 군데 주사 바늘 자국이 보였다. 신속하게 그의 보호조치를 강화하였으나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납치 대신 보란 듯이 피를 빼가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집안을 살펴보다가 누군가 창문을 통해 침입했던 흔적을 발견했다. 빌라 옆벽의 가스관을 타고 올라왔었다. 그가 마셨던 소주병과 생수병을 수거해 분석해보도록 했더니 생수병에서 수면제 성분을 발견했다. 범인이 생수병에 수면제를 탔을 것이고 양휘윤이 술을 마신 후 생수병의 물을 마셨을 테니 잠에 푹 빠져버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겠는가. 두 사람은 양휘윤을 안전가옥에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그 뒤 김경진 사무실 전화의 도청이 되지 않았다. 양휘윤 일로 감을 잡은 이들이 도청장치를 찾아 제거한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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