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29. 스카이라운지 / 저녁
클래식 음악이 낮게 깔려 흐르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많은 좌석들이 거의 차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리와 해조. 제리가 카운터로 간다. 상냥하게 인사하는 여직원. 예약석을 확인하고 창가 자리로 안내 받아 가는 두 사람.
해조 (자리에 앉으며 나지막하게) 사장님! 저 때문에 너무 무리 하시는 거 아녜요?
제리 (씨익 웃으며) 실장이라는 직책에 맞는 예우란 게 있지요!
해조 너무 감사해요. (걱정스레) 제가 그런 평가를 받을 만 한 건지..
제리 (고개 끄덕이며) 당연하지요~~
여직원들이 상차림을 시작하자 말을 중단하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해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음식들을 살펴본다. 여직원이 '맛있게 드세요'라며 물러가자 제리가 해조에게 권한다.
제리 맛 어때요?
해조 무척 맛있네요.
제리 다행이네요.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보통 예쁜 여자들은 입이 까다롭잖아요? 그래서 좀 걱정 했어요.
해조 (웃음) 저 그렇지 않아요.
제리 난 아직도 궁금한데.. 해조씨 정도의 인물이 흔쾌히 저와 합류한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이제 막 출발하는 이 조그만 회사가 잘 되 나갈 지 걱정도 되었을 텐데..
해조 (장난기 섞인 어조) 사장님이 자주 이런 곳을 다니시지 않는다면야 걱정할 것 없죠.
제리 (당황) 와 이거 한 방 맞았네!
해조 (미안해하며) 죄송해요. 괜히 해본 소리예요.. (다소 몽롱한 표정) 사실 말이죠.. 전 사장님을 처음 본 순간에 사장님이 꿈꾸고 있는 것이 마음속에 와 닿았거든요.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그곳에 닻을 내릴 거라는 믿음도 들었고요. 그러니 적정할 게 뭐 있겠어요?
(플래시 백)
신7에서 제리가 속으로 자신의 결심을 외쳐대는 장면.
제리 (감탄) 암튼 해조씨는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덴 선수네요.
(시간 경과)
식탁이 정리되자 카피세트를 가져오는 여직원. 제리가 커피를 타는 해조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해조가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잔 하나를 제리 앞에 놓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음미하는 제리.
제리 해조씨가 타줘서 그런지 맛 좋은 데요! (잔을 내려놓으며) 이제부턴 해조씨 삶에 대한 얘길 들어볼까요?
해조 (싱글거리며)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게 없는데..
제리 그래도.. 난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해조 (나직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어요. 게다가 형제조차 없다 보니 혼자 힘으로 세상살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제리 (안쓰러워하며) 무척 힘드셨겠네.. 그래도 대단합니다. 어려운 전자공학까지 공부하시고..
해조 많이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래 쉬고 있더랬어요. (환히 웃으며) 우연히 사장님 직원모집광고를 봤지 뭐에요. 순간 퍼뜩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제리 (장난) 나에 대한 필이 꽂힌 건가요?
해조 (장난) 그거나 마찬가지인가요? 사장님은 꼭 제 사랑처럼 여겨지더라고요.
제리 (멍해서) 진짜요?
해조 호호.. 전생에서 그랬다구요!
제리 전생? 전생에서라도 정말 그랬어요?
해조 (눈을 살짝 흘기며) 그런데 저를 두고 아리랑 했었거든요.
제리 어? 그럼 전생에서 복수하러 여기까지 쫓아 온 거예요?
해조 깔깔깔.. 아이 사장님도~~ 다 지어낸 얘기여요.
헷갈려 하는 제리를 보며 입을 가리고 웃어대는 해조. 그녀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제리.
제리 그럼.. (뜸들이다가) 이생에선 딴 사람 만났나요?
해조 아이~~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아시려고 하시네요~ 개구쟁이 인줄 만 알았더니 욕심쟁이 이기도 하시네요.
제리 (머쓱해져서) 그런 가요? 미안해라..
해조 (미소 머금고) 어머머! 그렇다고 또.. 순진하시게..
화면 쭉 빠지면..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중심으로 내부 전경이 나타나고.. 이어서 창밖의 많은 건물들에서 빛나는 온갖 색의 불빛들이 보이다가 서서히 페이드아웃.
#30. 사무실 내부 / 오전
페이드인 되면.. 신 23에서보다 훨씬 더 넓어진 사무실 전체 모습이 펼쳐진다. 파티션 사이사이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서류를 챙기는 젊은 남직원들과 몇 몇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어서 '상담실' 이란 팻말이 붙은 방을 지나자 '온라인 사업팀' 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그 안으로 화면 이동하면, 헤드셋을 쓴 여직원들 여러 명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상담하고 있다. 그들 옆의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클로즈업 되면.. 아주 잘 자란 식물 사진 위로 '최강의 알 바이오 그라'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화면은 포스터와 유사한 사진이 붙은 박스를 포장하는 직원들의 모습으로 전환되고, 이어서 영업팀장이라는 명패가 놓여있는 책상으로 이동한다. 바로 옆에 앉은 해조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정팀장. 30대 초반, 갸름한 얼굴에 정장을 하고 있다. 해조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다. 이 때 여직원이 와서 해조에게 '사장님이 준비되셨으면 가자고 하시는데요!'라고 하자 서류를 도로 주고 빙긋 웃으며 일어선다. 정팀장이 일어서서 '다녀 오십시요!'라고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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