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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맞아. 당신은 벌써 감을 잡은 것 같은데? (DH바이러스(제10회))

by 허슬똑띠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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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기 시작한 어떤 비밀조직의 참혹한 계획

 

6(계속)

 

“DH라는 건 뭔데?”

“왜 다이하드(Die Hard)란 영화 있었잖아.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내가 그냥 그렇게 지었을 뿐이야.”

“야, 절묘한 이름이네. 근데 내 생각으로는 회춘이라든가 아니면 노화를 방지해주는 그런 기능도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말에 그녀는 자신 없이 그런 작용 여부를 확인할 정도의 시간은 없었다고 하면서도 지금 마고도의 설명을 듣고 보니 상당히 부정적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납치당하기 직전의 유리배가 초조해 했다는 것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양휘윤의 혈액을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각종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인자임을 확인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것이 생존하는 한 지속적으로 생명이 연장되리라 확신했을 것이다.

마땅히 노화 역시 자연스럽게 멈출 것으로 보았는데 막판에 그게 아니란 걸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단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은근히 무서운 생각이 드는 거야. 이것을 잘 활용하면 알츠하이머나 치매를 일으키는 고질병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있겠지만? 거꾸로 잘 못 쓰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거 아니겠어?”

“맞아. 당신은 벌써 감을 잡은 것 같은데?”

“그래! 노화를 막지 못하면서 수명만 연장된다면 이는 고통일 뿐이지 인간이 꿈꾸던 그런 영생의 세계는 아니잖아? 기껏해야 티토노스와 같은 좀비를 만들어 내는 거지 뭐.”

이 말에 단미가 진저리를 쳤다.

“나도 그런 게 떠오르니 무서워지더라고. 그래서 전활 한 거야. 이런 위험한 혈액을 가진 자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하고, 마고도란 인간이 특이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도대체 그런 작자와 어떤 관계인지도 확인해보고 싶기도 해서. 이 혈액을 제공받을 정도면 단순한 관계는 아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

 

“별 다른 게 아니고, 그 연구를 하던 유리배란 사람이 행방불명되어서 추적하다가 찾아낸 사람이야.”

“알고 보니 그 사람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었네.”

”지금 그 사람을 단단히 보호하고 있지만, 내가 초초해 하는 건 범인의 꼬리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유박사가 거의 완성해낸 비법이 마무리 되었거나 그 단계에 있다는 거라고. 난 그것 역시 젊음을 유지하는 기능은 없을 거란 확신이 들거든.“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줘. 보통 사태가 아닌 것 같아.”

“고마워. 계속 분석해봐 줘. 어쩌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잖아? 앞으로 진행 상황을 자주 얘기해줄 게. 난 진짜로 박단미의 능력을 믿어!”

“또 그 버릇 나온다.”

단미는 흥 하며 시동을 걸었다.

“난 널 지금까지 믿지 않은 적이 없어.”

차에서 내린 마고도가 열린 창문을 붙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걸 입수한 공로를 인정해서 요번만은 쓸데없는 헛소리를 받아줄게. 아무튼 조심해!”

그녀는 이 말과 함께 미소를 남기고 떠났다.

 

7

10일전. 마고도와 오장석이 경찰서로 돌아와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오장석의 전화기가 울렸다.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하다가 현재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서는 전화를 끊었다. 마고도가 허탈한 웃음을 짓자 오장석이 용산경찰서 동기라면서 요새 거기는 엉뚱하게 노숙자 실종사건 때문에 공연히 바빠졌다고 했다.

“노숙자? 실종자?”

이 두 마디 말만 연속으로 중얼거리던 마고도가 오장석에게 정확한 내용을 말해보라고 했다.

용산경찰서 강경사의 말에 따르면 일 개월 전에 용산역 인근 지구대에 노숙자들이 몰려와서 노숙하던 동지들이 하나 둘씩 떠나더니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했었다. 당시에는 그들이 다른 거처로 옮겼거나 심기일전하여 새 생활을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여겨 묵살했었다. 그러나 끈질기게 연속적으로 신고가 들어오자 마냥 그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선 그곳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실상까지 파악해보았는데 사라진 사람의 연령대가 젊은 청년에서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하며 심지어는 여성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정도만 밝혀진 상태였다.

 

실상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을 들은 마고도는 다음 날 각 경찰서에 협조공문을 보내어 조금이라도 색다르게 여겨지는 사건사고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5일이 지났을 때였다. 동대문경찰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보더니 오장석에게 출동하자고 손짓을 했다.

“뭐 흔한 강도사건인데…”

오장석이 말꼬리를 흐렸으나 마고도는 밑져야 본전이지라고만 했다. 청량리역 파출소로 들어가서 강도사건 피의자를 만났다. 그를 체포해온 순경의 말에 의하면 역 주변의 후미진 곳에서 중년 여인을 쇠꼬챙이로 위협하며 돈을 내노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근을 지나다가 비명 소리들 듣고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 파출소에 데려와 보니 행동거지가 아주 부자연스러워서 통지를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마고도는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실내가 춥지 않은데도 수시로 떨거나 인상을 썼다. 고통스러워 그러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겠는가 물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을 하지 않다가 진통제라고 우물거리듯 말했다. 오장석은 마고도에게 귀띔을 받더니 튀어나갔다가 얼마 후 돌아와서 마고도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을 보여주며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말 안 해도 알지만 그렇게 된 이유를 세세하게 말한다면 이 약을 주겠다고 하자 그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뺏으려 했다. 마고도의 동작이 더 빨랐다. 몇 번 억지로 채가려다 포기하고 사정했다. 마고도는 음료수와 약 하나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허겁지겁 약을 먹은 그는 고개를 흔들며 더 달라고 했다. 마고도가 약 하나를 더 주자 순식간에 삼키고 차츰 차분해졌다.

그를 통하여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예상했던 대로 불사라는 기능만 있는 약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증스럽게도 노숙자들이 이 약의 임상실험 희생자가 된 점이다. 그의 이야기로 추정해 보건데 2개월 전에 개발이 완료된 것 같았다. 노숙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과 엇비슷했다. 기술을 탈취해간 놈들이 개발을 해놓고도 불사의 효능 외에 불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확신할 수 없자 납치된 사람들을 요양원으로 위장한 수용소로 보내고 그곳에서 강제로 불사약을 주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납치되어 그곳으로 끌려갈 때 천막으로 오달지게도 포장이 되어 있어 밖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차가 정지하자 뒷부분의 천막이 열리면서 5명의 사람들에게 모두 하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내려서 보니 철판으로 만들어진 대문은 웬만해서는 부술 수가 없을 듯 보였고 바로 앞에 보이는 건물 앞에는 그다지 넓지 않은 운동장 같은 공간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감옥 같았다. 마치 입소식이라도 하듯 옷을 몽땅 벗은 다음 옆에 있는 샤워장으로 들어가 몸을 씻으라고 했다. 다른 문으로 나오니 이름대신 번호가 적힌 환자복 같은 옷을 나누어주었다. 단단히 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그들이 머물 방으로 데려갔다. 감방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방마다 철창이 되어 있어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배정된 방으로 가다보니 복도 양편에 죽 늘어선 감방에서 그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너무도 처량하게 보였다. 그들에게 배정된 방은 비어있었다. 납치되어 온 순서대로 방에 가두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서 하루가 지나자 한 명씩 데리고 나갔다. 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예방주사를 놓더라고 했다. 갈수록 놈들의 행동이 애매모호하기만 했다. 그도 차례가 되어 끌려간 곳은 진찰실 비슷한 곳이었으나 의료기구라든가 간호사 등은 보이지 않고 가운을 입은 남자가 팔에 주사를 놓는 정도였다. 옆에는 무장한 경비원 두 명이 그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는데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온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피나 진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고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부터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더니 사흘째 되자 언제 그랬냐 싶게 말짱하게 나았다. 그 사이 경비원들이 수시로 와서 상황을 체크해 가며 비디오에 담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때가 되면 옷을 갈아 입혔고 샤워나 이발을 시켜주었다. 그들이 들어오고 나서 삼사 일마다 자신들과 같이 감방에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 삼주 가량 상쾌한 기분이 지속되다가 그 뒤로는 지옥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체를 들쑤시는 것 같은 고통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는 생지옥의 시작일 뿐이었다.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묘하게도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갇혀 있는 곳에서는 신음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삼주가 되던 날 밤 고통이 심해져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경비원이 와서 끌고 갔다. 전혀 보지 못했던 창문도 없는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좁은 방에 들어간 지 채 1분도 못되어 벽 한 쪽에 구멍이 열리더니 소리도 없이 수없이 총알이 날라 왔다. 웬 날벼락이냐는 생각도 잠시 정신을 잃었다. 아니 그 순간 죽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뻐근함을 느끼고 일어났다. 도깨비 같기만 했다. 신기하게도 죽음에서 깨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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