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한 좀비들의 계속되는 공격
7(계속)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기는 그나마 덜 고통스러웠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따라 장소도 제각각이었던 것 같다. 같은 방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모두 달랐으므로 알게 되었다. 극약을 먹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은 사람, 칼로 온 몸을 난자당한 채 죽은 사람도 있었고 더 끔찍한 것은 화형을 당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들어오는 순서대로 똑 같은 절차를 밟는 것 같았다. 이곳은 일본군 731부대에서와도 같은 생체 실험장이었던 것이다. 죽음을 체험하고 나면 그때부터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를 주었다.
진통제의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은 한정돼 있는데다가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자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감방에서 대놓고 경비들에게 진통제 배급간격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들은 척도 안 하던 경비원들이 조건을 제시했다. 주사기를 주면서 피를 뽑아 주면 진통제를 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다. 진통제를 받기 위해 서로 피를 뽑아주려고 안달했으나 점차 피를 제공할 기회가 줄어들자 불평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거의 30여명의 경비원들은 100명 가까이 되는 좀비들이 독립된 방들에 나누어 가두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진통제를 가지고 난리를 쳐대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갈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져갔다. 그 때문에 정기적인 피복의 교체, 샤워나 이발 등이 중단되었다. 이곳으로 사람들이 끌려 들어오는 주기도 자꾸 길어졌고 숫자도 줄었다. 이 때 이들을 이끌어 갈 리더가 등장했다. 여기까지 얘기를 마친 그는 그 뒤의 상황은 모르겠으나 어쩌면 지금쯤 수용소는 완전 개박살이 났을 것이라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탈출했으며 혼자만 빠져나왔는지 물어보자 두 명이 더 있다고 했다. 수용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그들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그들이 탈출 할 적에도 진통제의 배분문제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라 경비병들이 온통 그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정문경계가 허술해졌다. 마침 그들이 당일 식사당번이었으므로 식사를 가져다주려고 정문초소로 가게 된 기회를 이용해서 두 명의 경비병을 물어뜯어 쓰러뜨리고 뛰쳐나왔던 것이다.
마고도는 급하게 과장에게 연락하여 경찰특공대의 긴급출동 준비를 요청했다. 그의 말로 추측컨대 그곳은 남양주시 모현리의 다소 험한 산속에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먼저 현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두 사람은 그곳으로 출동했다. 계곡과도 같은 지형에 개울이 흐르고 있었고 이를 따라 한강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니 개울 건너편 산길 입구에 영원요양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산길로 약 1킬로미터 들어가자 그곳이 나타났다. 외부에서는 숲으로 가려져 있어 잘 분간하기 어려웠다.
경찰특공대가 대대적으로 출동하여 요양원 주변을 포위한 후 분위기를 살펴보았으나 고요하기만 했다. 경비원은 물론 여타 사람들의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조심스럽게 내부로 진입했으나 감방처럼 생긴 공간은 모두 비워져 있었다. 총에 맞아 죽은 경비원으로 보이는 주검이 좁은 방에 쌓여 있었다. 강도행위를 했던 사람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수색하다가 몰골이 몹시도 흉측한 사람을 발견했다. 올해 나이가 90살라고 밝힌 그는 기운이 없어서 함께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전말을 확인했다.
리더라는 사람이 감방이 떠나가도록 난리를 치다가 우르르 몰려온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처형 시험을 했던 좁은 공간으로 데려가 집어넣으려할 때 그는 날렵하게 한 경비원의 총을 낚아챘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경비원이 쉽게 총을 겨누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앞에 있는 경비원들부터 사살했다. 순식간에 경비원 네 명이 나자빠졌다. 총소리를 듣고 다른 경비원이 달려오지 전에 열쇠를 꺼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숨어 있다가 달려오는 경비병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그들이 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장해물이 되었고 나머지 경비원들은 겁을 먹고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 사이 그는 꺼낸 열쇠를 인근의 감방에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모든 감방 문이 열렸고 모든 수용자들이 자유스럽게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아 있는 20여명의 경비원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이는 그들이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한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방에서 나온 사람들이 수명 씩 경비원들에게 접근하자 몇 번 위협사격을 가했다. 그러다가 일거에 몰려들자 총을 쏘아 이들을 쓰러트렸다. 경비원들이 가지고 있는 총알을 일차적으로 소진하고 나면 얼마 안 되어 쓰러졌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 달려들었다. 다시 총을 쏘아 이들을 쓰러트렸으나 몇 번 반복하다보니 총알이 모두 떨어지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칼과 같은 무기들을 사용하였으나 몇 차례 사용하고 나면 빼앗기기 일쑤여서 결국 경비원들은 모조리 이들의 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종료되자 모두들 리더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를 맹서했다. 그는 조직의 본부에서 알아차리면 곧바로 진압하러 올지 모르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했다. 조직원들의 추적이나 후에 경찰들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서는 눈에 쉽게 띠지 않도록 일반 사람들과 다름없이 보여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정결한 차림을 하도록 했다. 각자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우선 머리와 수염을 신속히 깎고 난 뒤 이곳으로 끌려올 때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 몇 몇 사람에게 그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약과 진통제를 챙기도록 했다. 인원을 확인해보니 108명이 되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경비병들은 자기들 갈 길로 가도록 두고 자신들만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 자신들을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구원의 손길조차 뻗치지 않은 세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철저히 복수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들이 위장 요양원을 빠져나간 지 이틀이 지나고 있으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여럿이서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쉽게 띠일 것이나 일반인과 똑같은 차림으로 다닌다면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들은 외관이나 신상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검문검색을 한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일반인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고 떠났기 때문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이 진통제가 떨어지면 이를 구입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고 이와 관련한 정보가 자연적으로 노출 될 것이므로 이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대비를 하고 있을 때 남양주시에서 집단난동 사건이 터진 것이다. 마고도와 오장석은 이 정보를 듣고 공격받은 경찰관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들로부터 상세한 상황 설명을 들었다. 이들은 위장 요양원에서 탈출한 실종 노숙자들이 분명했다. 그곳을 빠져나간 이들은 멀리도 아니고 건너편 산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상황을 관망한 다음 어둠을 이용해 반대편 산으로 넘어가 숨어 있다가 옷을 마련해 입으려고 의류매장을 습격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해당 서로 가서 설명을 했다. 그들은 잔인무도한 범죄자들로 인해 노숙자들이 불행히도 좀비화 된 상태라서 절대로 죽지 않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자리에 있던 경찰관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이들에게 공격당하면 별 수 없이 동일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자 부상당한 경찰관들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불행히도 공격을 받은 경찰관과 경비회사 직원들에게서 불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세가 나타났다. 온 몸에 심하게 상처가 났다가 하루 만에 아물었는데 혈액에서도 불사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매스컴에서는 이곳에서 발생한 광란의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들의 육체적 상태와 그렇게 된 배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입수하여 나름 분석해가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불노불사약의 개발 배경과 이를 임상실험 했던 위장요양소 등을 공개하는 등 한 마디로 흥미위주의 기사였다. 마지막에는 이들에게 공격당하여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면 가차 없이 불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똑 같은 좀비가 되므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는 했다.
이후로도 좀비환자들은 집단으로 몰려다니면서 파출소를 비롯한 관공서 등을 습격하여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거나 방화하기 일쑤였다. 리더의 유도로 수용소를 빠져나오기 전 다짐했던 복수를 가감 없이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약 유통조직을 습격하여 이들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다량의 마약을 탈취해 가기도 했다. 조직원들은 칼과 같은 무기로 대항을 했지만 수적 열세였을 뿐만 아니라 완전하게 쓰러트릴 수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100여 명이던 좀비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경찰은 전국에 일급 경계령을 발동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좀비환자들에 대한 위험경보를 내렸다. 이들과 마주치면 절대로 상대하지 말고 신속히 피하도록 했다. 공포감이 점점 확산되어 갔다
좀비환자들의 추격과 체포 작전을 수행하면서 이들이 보통사람들처럼 행세를 하고 다닐 것으로 예상해 전국적으로 무차별적인 검문검색도 실시했다. 지속적인 시행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신상명세가 없는데다가 온전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교묘히 피해 다니거나 해서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시민들의 불만만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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