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그야말로 시범케이스답게 가혹하게 공개처형을 당한 모습 아냐? (DH바이러스(제14회))

by 허슬똑띠 2022. 11. 19.
반응형

 

뜻밖의 살인 사건

 

8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범죄자를 빨리 찾아내어 응징하고 좀비환자들을 치유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사회 각처에서의 요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갈수록 그 강도가 거세져만 갔다. 다급해진 수사본부에서는 이익용을 임의 동행으로 데려와 심문해보았다. 끈질기게 닦아세웠지만 스티브조직의 아지트나 약제조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가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고 연관 지을만한 증거자료도 찾을 수 없어 방면할 수밖에 없었다. 김경진은 티토좀비 소식이 나오면서부터 일찌감치 자취를 감추었다.

와중에 느닷없는 살인사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도 총기에 의한 것이라고 하자 마고도는 오장석을 바라보다가 수사본부 반장에게 달려갔다. 설명하고 오더니 오장석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그들이 추적하던 놈을 발견하고 쫓아가듯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아니? 죽은 사람이 친구라도 된 답디까?”

오장석은 마고도가 이럴 때면 확실한 감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장난스럽게 물었다.

“괜히 친구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마고도도 덩달아 능청을 떨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청담동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이었다. 건물 출입구 주변에는 경계를 서고 있는 정복경찰관들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엘리베이터로 사층에 올라가 복도를 거쳐 사무실로 향했다. 출입문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고 정복경찰관 두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옆 벽에는 ‘에이 원 럭셔리 스토리’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20평 남짓한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아직 관할 경찰서 수사팀은 도착하지 않았다. 안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는 책상 세 개, 물건이 담긴 종이박스가 있었다. 중앙에 놓인 회의탁자와 붙어 있는 안쪽의 큰 책상에는 벽을 등지고 놓인 의자에 앉은 남자가 얼굴을 박고 있었다. 그 옆에 커다란 금고가 보였다.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현장을 발견하고 신고한 사람은 배송할 물건을 받으러 온 택배기사인데 당시에는 죽은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출입 여부를 물었더니 이곳은 출입이 개방되어있는 데다가 드나드는 사람도 많아 내가 범인이요 하고 말하기 건에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싸우는 소리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다고 했다. 책상수로 따진다면 직원이 최소한 한 명 이상은 될 것 같았으나 목격 당시 아무도 없었다고 하니 사장 혼자 꾸려왔나 보다 하고 말았다.

 

시신을 살펴보기 위해 가던 도중 마고도가 바닥으로 몸을 굽혔다. 오장석이 따라오다 같은 자세를 취했다. 말라붙은 액체 자국이 세 군데 나있었는데 약간 넓게 퍼져있는 위로 다른 종류의 물방울이 재차 떨어져 달라붙은 형태였다. 묘하게도 같은 곳에 떨어진 것으로 보아 한 자리에서 연속하여 두 가지 음료수를 급하게 들이켰을 것이다. 오장석이 사진을 찍고 형광펜으로 둥그렇게 표시했다. 마고도는 불로장생약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보려고 빈 병을 찾아보았으나 나오지 않았다.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마고도는 책상에 코를 박고 엎어져 있는 시신으로 다가가서 목덜미를 짚고 사망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의 눈에 책상 오른 편에 붙어있던 직원들 연락처가 들어왔다. 그것을 뜯어 집어넣었다. 오장석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젖혀 올려 의자에 기대놓고 사진을 찍었다. 30대 말로 보이는 사내의 머리, 가슴, 어깨 등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상이 나있었다. 이 때문에 상체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총소리가 외부에 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소음기 달린 총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탄피는 범인들이 수거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거,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무지막지하게 해댔군요.”

오장석이 혀를 끌끌 찼다. 마고도가 끄덕였다.

“그야말로 시범케이스답게 가혹하게 공개처형을 당한 모습 아냐?”

“네? 처형당해요? 이놈이 이춘용 부하란 말입니까?”

“그놈은, 이렇게 총기를 사용한 것 때문에 자신들 조직의 소행인 걸 경찰이 눈치 챌 수 있음에도 말이야,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해치운 거야. 아니지, 우리보고 해볼 테면 해보라는 거지. 이건 도전이야, 도전.”

마고도는 이빨을 꽉 물었다. 오장석이 옷을 뒤져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자세가 약간 틀어져서 그랬는지 엉덩이 끝에 살짝 드러난 게 보였다. 쭉 빼내니 휴대폰이었다.

“부러 보이지 않도록 깔고 앉았던 것 같습니다.”

오장석이 의기양양해 했다.

“굿 잡! 뭔가 그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마고도도 기분이 업 되어 말했다. 시신은 본래의 모습대로 원 위치시켰다.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진들이 도착했다. 오장석은 재빨리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들에게 특별수사본부 소속임을 밝히고 티토좀비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조직과의 연계성을 조사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따라다니며 지켜보았다. 마고도는 표시해둔 방울 자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단서가 될지 모르니 빠른 시일 내에 분석 해줄 것을 부탁했다. 검시관의 조사가 끝나자 감식반원들이 시신을 들고 나갔다. 그 뒤로 두 사람도 따라 나왔다.

마고도로부터 직원명단을 건네받은 오장석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남직원 하나는 몸이 아파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고 여직원은 사장이 일찍 퇴근하라고 해서 친구를 만나 함께 있다고 대답했다. 다른 남직원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오장석이 죽은 사장 휴대폰의 통화내역을 확인했다. 살해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자는 이상태라는 이름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신호가 길게 이어지다 겨우 통화가 되었다. 지진호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슬쩍 넘겨짚고 그가 살해되어 수사 중인데 최후로 통화한 사람이었기에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떨리는 음성이지만 고분고분하게 응했다. 약속이 되자 마고도는 반장에게 연락했다. 살인사건에 대해 대충 설명한 뒤 살해당한 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을 조사하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청담동 분위기 같지 않은 한적한 뒷골목 카페 구석에 자리 잡은 세 사람은 커피를 시켜놓고 이상태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전화기에 나타난 대로 그 때 죽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그러려나 싶었는데 엉뚱한 부탁이 튀어나왔다. 그저 농담이겠거니 하면서도 시간에 맞추어 나왔는데 공교롭게 증도에 교통사고로 차가 꼼짝하지 않은 바람에 엄청 늦게 도착했다.

가까스로 도착해서 보니 경찰관들이 사무실에 쫙 깔렸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사장이 살해당했다고 했다. 전화할 당시, 조폭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어 그들에게 죽게 되지만 살아날 것이라고 정신이 돈 것처럼 말했었다. 실제 그의 죽음을 확인하니 그의 말이 그저 농담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째든 죽은 놈이 살아날 리 없었다. 안 됐지만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오장석은, 지진호가 죽더라도 죽은 것이 아니니 자기시신을 가져다가 며칠 만 보관해달고 했다는 말을 듣자 코웃음을 쳤다. 마고도는 바닥의 물방울이 지진호가 불사약을 마시다 떨어뜨린 것으로 확신하고 지진호가 한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음 날 살해당한 남자는 41세의 지진호로 밝혀졌다. 명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전과는 전혀 없었다. 사무실 직원 세 명 중 연락두절인 남자직원의 집에 찾아가보았으나 어제부터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주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오장석의 의견에 마고도는 수긍하면서도 먼저 확인할 것이 있으니 그의 추적은 당분간 관할 서 수사팀에 맡기자고 했다. 직원 연락처를 팩스로 통보해준 다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연구소로 갔다. 부검실을 들렀을 때 마고도가 부검의와 개별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본 오장석은 또 뭔 꿍꿍인가 하면서도 묻지는 않았다.

사건 이틀째, 사무실 바닥에 남아있던 액체 성분에 대한 분석결과가 애매하게 나오자 마고도가 다소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그 상태로 사흘째를 맞았는데 과학수사연구소에서 마고도를 찾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지진호의 부검을 담당했었던 법의관이라고 했다.

“드디어 시체가 살아났군.”

마고도의 얼굴이 확 펴졌다. 오장석이 그러한 마고도를 정신이상자를 대하듯 걱정스럽게 바라보는데 마고도가 출동하자는 손짓을 했다.

 

“아니 시체가 살아나다니요?”

오장석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초조하게 기다렸던 바로 그 소식이야.”

마고도는 씽긋 웃었다. 오장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지진호가 살아나기를 기다렸다고요?”

“자세한 것은 가면서 얘기 하자고.” 마고도는 오장석을 재촉하여 나갔다.

마고도는 과학수사연구소로 가면서 설명했다. 지진호는 이상태에게 자신이 살아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달라고 전화로 요청했었다. 지진호의 말을 백퍼센트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진호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호한 물방울 성분분석 결과는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진호가 불사약과 진정제를 마시다가 떨군 것일 테니까. 그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것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분명 두 가지를 다 마셨을 것이다. 한 가지 찜찜했던 부분은 불사약을 먹고 곧바로 육체적인 죽음을 맞이하였을 경우에도 불사 바이러스 기능이 작동하여 죽음을 면하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 때 불현듯 양휘윤의 경험담이 떠올라 자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로 괴물이 나타났었는지 여부를 떠나 그가 괴이한 것과 접촉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불사인자의 주입과정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접촉 직후 번개를 맞고 병원에서 사실상 죽음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는데도 살아난 것은 바로 이 때문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