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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정말 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DH바이러스(제15회))

by 허슬똑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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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난데없이 찾아왔으나 어이없게 돌아가다.

 

8(계속)

 

부검실을 갔었을 때 담당 부검의에게 설명했었다. 삼일 뒤에 지진호가 깨어날 것이다. 그 때 사람들이 겁을 먹고 놀라는 틈을 이용해서 내빼려 할 것이므로 잡고 있어달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부검의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승낙은 했다. 자신은 했지만 마고도는 그 사이 초조함을 삼키느라 무진 애를 썼다. “아니 무슨 신들린 것도 아니고 참나.”

오장석은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좌우지간 제일 큰 문제가 풀린 셈이군요!”

마고도는 덧붙였다.

“지진호가 운영하던 사무실은 마약을 유통시키기 위한 위장기지였을 거야.”

설명을 끝낸 마고도는 생각난 듯 반장에게 보고하면서 특별조치를 부탁했다. 지진호의 환생이 매스컴에서 보도가 되어 범죄조직이 알게 되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므로 당분간 보도를 통제하도록 하는 것과 지진호를 특별장소로 이송시켜 비밀리에 그를 심문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부검실로 달려가 보니 그곳 경비 병력이 동원되어 지진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과 부검의에게 지진호의 심문을 위해 특별장소로 이송할 준비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부검의로부터 상황설명을 들었다. 검시관과 담당 형사가 입회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 피살자의 시신을 부검하고 있었다. 마고도가 말한 것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고 했다. 느닷없이 시체보관함 쪽에서 탕 탕 소리가 났다. 잘못 들은 거라 여겼는데 이번에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날 화장하려고 하는 거야? 나 살아났으니 빨리 꺼내 줘!’ 세 사람은 소리 나는 보관함으로 달려갔다. 지진호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마고도형사가 한 말이 퍼뜩 떠올랐다. 부검의가 즉시 고리를 댕겼다. 끝까지 나오자 시체가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질겁하며 모두들 한 발 물러섰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죽은 자가, 그것도 자기가 부검했던 자가 살아나니 기겁할 수밖에 없더라고 했다.

마고도는 부검의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주의할 사항을 재차 당부하고 지진호를 데려가기 위해 나왔다. 대원들이 지진호를 호위하여 쪽문으로 데려가서 대기하고 있는 응급차량에 태웠다. 만일에 대비하여 응급차량에는 사복 경찰특공대원들이 탑승했고 응급차 앞뒤로도 특공대 차량이 호위했다. 반장이 조치해놓은 병원으로 출발했다.

 

서울과학 연구소가 있는 신월동에서 목동으로 향하던 중 삼거리에서 앞에 가던 호송차량이 좌회전하자마자 검은 색 서브차량이 응급차를 가로 막고, 놀라서 급정차한 앞의 호위차량에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뒤의 호송차량을 따라오던 탑차가 급 가속하여 호위차량을 앞지르더니 응급차와 나란히 섰다. 박스 옆에서 구멍이 열리면서 구급차에 무차별적으로 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박스차 뒤편에서도 급히 우측으로 붙은 호송차량에 사격을 했다. 난데없이 총알이 날아들자 모두들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마고도는 재빨리 지진호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운전자가 총에 맞았는지 응급차가 출렁하더니 우측의 건물 벽을 그대로 들이박고 멈춰 섰다.

뒤편의 호위차량에서 뛰어내린 경찰대원들이 대응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차와 교전하고 있는 틈을 타서 마고도와 오장석은 지진호를 데리고 차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오장석에게 지진호와 함께 건물 안에 들어가 숨어있으라고 한 다음 총이 난사되는 구멍위치를 살펴보았다. 잠시 사격이 멈춘 사이 그곳을 조준했다가 총 끝이 보이는 순간 발사했다. 그러자 총이 쑥 들어갔다. 재빨리 총을 쏘아대면서 탑차의 운전석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탑차가 좌측으로 비껴 달아나면서 응급차에 수류탄을 던졌다. 피하라고 외치면서 마고도는 응급차가 부딪친 건물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응급차는 폭발로 인하여 화염에 싸였으나 호위경찰들도 빠르게 대피하여 대부분 무사했다. 앞서 간 호위차량을 공격했던 서브차량 역시 사격을 하면서 호위차량을 스치며 달아났다. 마고도가 벌떡 일어나 응급차로 달러갔으나 오장석이 보이지 않았다. 차 주변을 뒤지다보니 가게의 문짝을 제치고 둘이 나왔다. 오장석은 지진호가 죽는다 해도 다시 살아날 것이므로 그를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한편으로는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진호를 꽉 껴안고 있었다. 마고도가 천만다행으로 여긴 것은 지진호가 이 기회를 이용해서 오장석을 물어뜯고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시 응급차와 호송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주변경계를 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범인들은 지진호의 살해가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불사약을 먹었으므로 다시 살아났고 좀비화된 그를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단지 공격하는 틈을 타 지진호로 하여금 도망치도록 하려 했을 것이다. 마고도는 지진호와 같은 주요 건이 너무도 쉽게 조직에 알려졌다는 것이 허탈했다.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했다. 과장에게 그를 데려갈 장소를 변경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무사히 지진호를 국립의료원 외상병동의 특별 검진병실에 입원시켰다. 진료담당자와 경찰관계자 외에는 일절 접근이 금지되었다. 총에 맞았던 흔적과 불사바이러스에 의한 상처의 자국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것 외에는 신체에 별다른 점은 없었다. 정신분석결과도 정상이었는데 그의 피를 분석한 결과 불사인자가 발견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그에 대한 심문이 시작되었으나 아무 말 없이 허공만 바라보았다. 마고도가 빙글거리며 방문을 열자 가방을 메고 카메라를 든 청년이 들어섰다. 미리 오장석에게 조치해두라고 했던 팀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지진호의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지진호가 깜짝 놀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누구냐고 물었다. 누리신문 기자라고 소개한 그는, 괴한에게 총을 맞았으나 급소를 빗겨가는 바람에 천만다행으로 살아났으니 이런 특종거리도 없을 것이라고 신난 듯 말했다. 이 말과 함께 지진호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들이대며 이렇게 살아난 기분을 말해달라고 했다. 지진호는 손사래를 치다가 병상 구석으로 돌아 누어 몸을 웅크렸다. 마고도는 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아까 봤듯이 조직은 당신이 되살아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 이후로도 끈질기게 쫓아올 것이다. 잡히고 나면 죽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주면 보도를 차단해 주는 한편 안전하게 보호받도록 조치할 것이므로 안심해도 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난 지진호는 병상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내가 불사약을 먹은 것은 귀신만 알 텐데 정말 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마고도의 추측대로 사무실은 조직에서 주문받은 마약을 내밀하게 중간 판매책에게 배달해주는 중간 기지였다. 외견적으로는 조직에서 할당받은 명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업체로 위장했다. 사무실에 쌓여있던 포장된 박스들은 주문자에게 배송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들이 취급한 마약은 연구소에서 특별히 개발한 변형마약이라서 환각의 세기가 몇 배나 되면서도 중독증상은 도리어 약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때문에 가격이 훨씬 비싸도 주문이 많았다. 총격을 당하던 날 11시쯤에 조직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전화가 왔다. 그가 관장하고 있는 중간 판매책 세 군데에서 물품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웬일이냐고 물었다. 주변이 온통 노랗게 변했다. 간신히 그럴 리가 없다고 하자 딴소리 하지 말고 오후 4시까지 원상복귀 시켜놓으라고 호통 쳤다. 이제는 눈앞이 캄캄했다. 부하 조직원 하나가 아침에 전화를 받으면서 쩔쩔매던 것이 생각났다. 그 후 잠깐 외출하겠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았으나 꺼져있었다. 그가 빼돌리고 줄행랑을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곧이곧대로 말해보았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자신이 착복하고 부하에게 뒤집어씌운다고 볼 테니까. 또한 임시방편으로 이 자리를 벗어나 도망친다 해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눈앞에 어른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민하다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몇 달 전 친한 중간 보스와 만났을 적에 무지하게 귀한 것이라며 기능성 음료수 비슷한 작은 병 두 개를 건네주었다. 조직에서 막 개발 완료했을 적에 연구원을 구슬려 몇 개 빼냈는데 불사불로약과 기능향상제라고 했다. 곧 임상실험이 실시되어 약효가 증명되면 그 때 알려줄 테니 비싸게 팔아서 돈 좀 벌어보라고 했다. 이것 때문에 좀비사태가 벌어졌음을 알고 난 뒤 버리려다 혹시 몰라 그대로 두었었다. 이제 쓸 기회가 온 것이라 여겨 금고를 열고 약병들을 꺼냈다. 이것을 마시면 좀비처럼 죽지 않게 될 것이다. 깨어난 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놈을 찾아 응징하리라 했다.

 

은행에 갔다 돌아온 여직원을 조퇴시키고 머리를 싸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신을 잘 건사해 두는 것이었다. 자기 말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더라도 일단은 들어줄만한 놈이 떠올랐다. 불사약을 먹기 직전에 그 친구에게 전화했다. 일이 잘못되어 폭력조직들이 쳐들어와 자기를 죽일 것인데 사무실 주변에서 기다렸다가 자기시신을 거두어 숨겨주도록 부탁했다. 그가 별다른 말없이 쾌히 승낙했기 때문에 깨어났을 때 그 친구가 자기를 숨겨둔 장소이겠거니 했는데 철제 관속이라 자신을 화장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어느덧 그들이 올 시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급하게 차례로 들이마셨다. 창문 밖으로 빈병들을 던져버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들이닥친 조직원들은 원위치 되었는지 여부부터 물었다. 아직 안 되었으나 사유를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더니 금고문을 열도록 했다.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무섭게 총알이 날아왔다. 그 뒤로 전혀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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