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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건 그렇고 해조씨를 안으니 그래 좋을 수가 없네요. (별의 눈물(제14회))

by 허슬똑띠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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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40. 연구소 내부, 외부 / 오후

 

막 도착한 차에서 제리와 해조가 내린다. 주변을 둘러보는 제리. 정원과 담장 부근의 나무들에는 누런 잎들이 듬성듬성 붙어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마른 잎 몇 개가 떨어진다. 옆으로 다가온 해조가 속삭이듯 말한다.

 

해조 Come September~ 저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보니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리 우리 해조씨는 계절을 타나 봐요.

해조 호호.. 쓸쓸한 분위기보다는요, 계절이 맺어주는 결실이 좋은 거죠. 또, 이번엔 우리에게도 가져다주었으니 얼마나 좋아요?

제리 하하.. 감상적인 것을 멋진 의미로 소화시키네요. 역시 해조씨야.

해조 호호.. 또 그러시네요. 그런데 부탁이 있어요.

제리 (거리낌 없이) 말씀만 하세요~

해조 들어가시면요~ 박소장님과 연구원들, 많이 칭찬하고 격려해주세요. 요번에 예상보다 빨리.. 멋지게 성공시킨 장본인들이니까요.

제리 (빙긋) 무슨 뜻인지 잘 알았습니다.

 

연구실 내부로 화면 바뀌면.. 열심히 기기를 작동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서는 제리. 만면에 웃음을 띠고 그를 맞이하는 박소장. 30대 중반, 듬직한 체구, 안경 쓴 네모난 얼굴에 흰 가운을 걸치고 있다. 제리를 한편 쪽 기기의 스크린 앞으로 안내한다. 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온실로 갔던 해조가 들어온다.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해조 두 개의 스크린을 비교해 보시면 알겠지만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다른 소닉 블룸보다 성능이 몇 배나 더 강한 것 같아요.

제리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정말! 이 정도일 줄이야!

 

잠시 후 일어서서 박소장과 연구원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제리. 웃으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

 

제리 소장님 이하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이 기기가 아직도 세상 빛 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지휘하시느라 밤낮으로 고생해주신 소장님께 다시 고맙다는 인사드립니다.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겁니다.

소장 오히려 저희들이 감사하지요. 연구 개발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해주셔서요.

제리 하하.. 별 말씀을요. 우리끼리 칭찬하다 보면 날 샐 줄 모를 테니 방해 안 되도록 잠깐 온실을 둘러보고 물러나겠습니다.

소장 감사합니다.

제리 네! 수고 하세요!

 

(시간 경과)

제리가 해조와 함께 잔디밭을 거닌다.

 

해조 이번 소닉 블룸이 이 정도면 아주 획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리 맞아요. 해조씨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안개 속을 헤매고 있을 걸요?

해조 (수줍게) 사장님도~ (미소) 또 붕~ 띄우시네요.

제리 (정색) 무슨 말씀을! 하하.. 이젠 해조씨가 언젠가 얼핏 비추었던 무드 오르간(Mood Organ)에 대해서도 욕심나는 데요!

 

뿌듯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정원수를 손으로 어루만지는 제리. 마른 나뭇잎 몇 개가 팔랑 떨어지는 데 해조가 갑자기 기겁하여 제리의 품속에 얼굴을 박는다. 제리가 뜻하지 않은 해조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기분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를 제대로 안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그녀가 달달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뀐다.

 

제리 (슬며시 등을 토닥거리며) 아니? 어디 아파요? 떨고 있네..

해조 (떨리는 목소리) 그게 아니고요.. 저거 보세요.

 

해조가 얼굴을 들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제리. 그의 시점으로 보이는.. 나무 가지 사이에 걸쳐있는 거미줄.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제리 (갸우뚱) 거민데.. 그래 무서워요?

해조 (계속 떨리는 목소리) 제가요.. 옛날.. 독거미한테 물려 엄청 혼난 적이 있어서..

제리 그래요? 난 또 뭐라고.. 알았어요.

해조 (마음의 소리) 이젠 거미줄이 쥐약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무서운 걸 어찌 하겠어.

 

아쉬운 표정으로 해조를 슬그머니 떼어놓는다. 가지 하나를 꺾어 거미줄을 휘휘 말면서 중얼거린다.

 

제리 (혼잣말) 그거 참. 거미의 추억치곤 묘하군.

 

거미줄을 다 말은 다음 거미까지 매달아 담 쪽으로 내던진다. 해조는 아직도 등을 돌리고 얼굴을 감싼 채다.

 

제리 다 해치웠으니 안심하세요. 해조씨가 무서운 것도 다 있네?

해조 (슬며시 돌아서며) 미안해요. 추태를 보여서..

제리 추태는 무슨 추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그런 걸.. (껄껄 웃으며) 그건 그렇고 해조씨를 안으니 그래 좋을 수가 없네요.

해조 (얼굴을 붉히며) 아이~ 몰라요.. (부끄러워하면서도) 하긴 제리님 품도 너무 포근했어요.. 체취도 그렇고..

제리 옳거니! 이제부턴 단 둘이 있을 때 제리라고 불러요~ 알았죠?

해조 (싫지 않은 표정) 어머! 어떻게.. (말을 흐린다)

 

그 새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방긋 웃으며 콧소리를 낸다. 애교까지 섞어 가며.

 

해조 제리 사장님~ 이런 기분 좋은 날엔 무얼 하면 제일 좋을까요?

제리 전에 갔었던 그 레스토랑 가서 근사하게 한 잔 할까요?

해조 것보다도요.. 좋아하시는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건 어때요?

제리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건 어찌 알았을꼬? 그치만 해조씨도 야구를 좋아해야지요.

해조 제가 좋아하지 않으면 어찌 이런 제안을 하오리까?

 

그러면서 야구입장권 두 장을 내미는 해조.

 

제리 (감탄) 아니? 이미 예매 하셨네?

해조 내일 토요일이니 마음 놓고 관전하고요, 즐겁게 쉬도록 하시지요!

제리 (두 팔을 쭉 뻗으며) 와우!

 

그러다 팔을 내리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제리.

 

제리 그런데 단 둘이 만 가면..

해조 (장난기) 그러실 줄 알았죠?

제리 (다소 실망) 아니 그럼?

해조 오늘 같이 기쁜 날을 축하하기 위해선 전 직원이 함께 동참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제리 (궁금) 그럼 전 직원 표를 준비했다는?

해조 당연하죠. 그래야 모두들 사기가 솟구치는 거 아니겠어요?

제리 대단한 해조씨야요.

해조 저 혼내는 거 아니죠? 맘대로 했다고.

 

제리는 기분 좋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제리 해조씨는 저 보다 몇 수 위네요. 하하하.

해조 또 한 가지! 제가 사장님 곁에 바싹 붙어있다 해도 신경 쓰지 마세요~용. 전 사장님의 비서이기도 하니까요.

제리 (기분 업 되어) 하하하.. 또 사장님이라네. 앞으론 정말 우리 단둘이 있을 땐 제리라고 불러야 해요! 알았죠!

 

묵묵히 얼굴만 붉히는 해조를 바라보는 제리의 눈엔 애정이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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