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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왜? 필이 팍 꽂혔어? (별의 눈물(제16회))

by 허슬똑띠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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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43. 제리의 방 내부 / 오후

 

노크소리도 없이 문이 왈칵 열리며 나타나는 남자. 30대 중반, 듬직한 체구에 양복차림. 넥타이는 반쯤 풀어진 상태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들어오는 그의 모습에 스톱 모션. 화면 아래에 척척 뜨는 자막.

 

자막 : 한가람 – 온세계신문사 기자. 제리의 절친. 민완기자라 정평이 나있다.

 

스톱모션 풀리면.. 손을 흔들어 대는 한기자. 제리가 '이게 누구야' 하며 발딱 일어서서 반갑게 맞이한다. 가볍게 포옹하고 원탁테이블에 함께 앉는다.

 

제리 하하하.. 막무가내 그 버릇 어디 안 가는구만.

한기자 후후.. 난 그거 빼면 김빠진 맥주지.

 

조용히 문이 열리고 해조가 들어온다.

 

제리 아 성실장님! 마침 잘 들어 오셨네. 이 양반은 온세계신문 한가람기자라고 내 둘도 없는 친굽니다.

해조 (애교 있게) 안녕하세요? 저 성해조라 합니다.

한기자 (놀란 듯) 아니? 이 쥐방울만한 회사에 이런 미녀가 다 있다니?

 

일어서서, 싱글싱글 웃고만 있는 해조에게 악수를 청한다.

 

해조 특별한 분이 오셨으니 제가 특별한 차를 대령할 게요.

한기자 (호탕하게) 좋죠! 이런 미인이 주는 차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됩니다.

 

애교 넘치는 미소를 보내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며 나가는 해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한기자.

 

제리 야야, 그러다 닳겠다.

한기자 알았다! 알만 하다 알만해!

제리 뭐가 또? 근데 맨 날 바쁘다 바빠하고 외쳐대는 녀석이 이 초라한 곳에 웬일이냐?

한기자 내 안테나에 이상한 게 잡혀서 말이지.

제리 이상한 거 하고 나하고 뭔 관계있어!

한기자 그렇지 않으면? 그건 그렇고 강유영선배 회사가 잘 나간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넌 왜 거기를 털고 나와서 이 고생이냐?

제리 네가 아쉬워하는 기분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으니 걱정하지 마! 난 오히려 내가 나오고 나서 그 회사가 더 잘 된다니 반갑데. 사실 난 무사 만루의 찬스라 주장할 때 트리플플레이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다.

한기자 트리플플레이? 거참 표현 재밌네. 그런데 예상 외로 싹쓸이 2루타나 아님, 만루 홈런을 쳐냈다는 거구만.

제리 그런 셈이겠지? 내 노파심이 말대로 노파심에 불과했는지 몰라. 하지만 난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너무 만족스러워.

한기자 네 앞가림은 네가 잘 알아서 한다는 거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말 하지 않을게.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해조가 차를 가지고 온다. 다소곳이 두 사람 앞에 찻잔을 놓는다. 한기자가 얼빠진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눈을 깜빡 하며 잔을 든다.

 

한기자 과연 얼마나 특별 난 지 어디 봅시다.

해조 네~에 맛 들려 하루가 멀다 하고 오셔도 괜찮습니다.

한기자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아니! 이건 신선들만 마시는 그런 거 아냐? 제리가 매일 이런 걸 마시니 신수가 훤해지고 머리가 좋아지는 가보네?

제리 (빙긋 미소만)

해조 (겸연쩍어) 그럼 한기자님, 매일 오세요.

한기자 (기분 좋아) 정말로요? (고개 숙여) 아이쿠 감사합니다.

 

해조가 웃다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가자 다시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한기자 어디서 저런 사람을 구했어?

제리 (싱글거리며) 왜? 필이 팍 꽂혔어? 으이구~~ 유부남이 엉뚱한 여자한테 눈독 드리면 어쩌누?

한기자 (한숨) 글쎄다. 하지만 남자의 본능이 어디 가냐? (문득 생각난 듯 제리의 눈을 바라보며) 아하 이거 내가 실수했군. 자네 어부인감으로 모셔온 거구만!

제리 와하하.. 이제 알았어? 이거 민완기자가 형광등일 때도 다 있네? 그건 그렇고 무슨 일 때문인지나 말해봐!

한기자 이야 정신을 다 못 차리겠네! 다름 아니고 말이야. 이 땅콩만한 회사에서 아주 대단한 걸 개발해 냈다고 해서..

제리 대단하긴 뭐! 이제 시작에 불과한 건데.

한기자 그래도. 그것 취재도 할 겸 홍보도 해줄 겸 해서 왔다.

제리 고마운 말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럴 듯한 기사거리는 안 돼. 정말 필요할 때 너한테 SOS칠게.

 

들어오던 모습 그대로 '바이~ 바이~'하며 나가는 한기자를 배웅하고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건물들 사이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나무들에는 황색으로 물든 부분이 꽤 많다. 그의 얼굴이 창유리에 흐릿하게 비친다. 그 모습과 오버랩 되어..

 

#44. 보석가게 내부

 

진열장 유리에 어른거리는 제리의 얼굴 나타나고.. 죽 늘어서 있는 진열장 앞에 서서 안을 내려다보는 제리의 모습이 보인다. 마주 서서 반지와 목걸이를 교대로 내밀며 제리에게 설명하는 주인. 추천하는 것들을 세세히 비교해보는 제리. 고심하는 표정. 결국 큼직한 호박(琥珀)이 박힌 금반지를 가리킨다. 또 금빛 나는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선택한다. 야구장에서 휴대폰으로 해조와 찍었던 작은 사진을 꺼내어 내민다. 사장이 거기에 맞게 잘라서 그 안에 넣어준다. 사장의 인사를 받으며 작은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가는 제리의 뒷모습이 경쾌하다.

 

#45. 제리의 방 / 오전

 

원탁에 둘러앉아 제리 주재로 해조, 팀장과 책임자들이 회의하고 있다. 제리가 웃으며 손짓을 하자 회의는 끝나고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나간다. 해조도 일어서며 제리를 바라본다. 따로 할 얘기가 없느냐는 표정. 제리가 빙긋 웃으며 그냥 앉으라는 고개 짓을 한다. 말없이 그대로 눌러앉는 해조.

 

제리 오늘 저녁에 시간 있나요?

해조 일이 있으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겠지요?

제리 업무적인 것 때문이 아니고..

해조 집에 가자고요?

제리 (민망해서) 무슨 눈치가 그리도 빨라요?

해조 헤헤.. 척하면 삼천리죠. (이상하다는 듯) 그런데 사장님 생일은 아직도 멀었는데..

제리 그냥.. 해조씨한테 우리 집 구경 좀 시켜주려고 그런 겁니다.

해조 (부러 음성 높이며) 저한테 만요?

제리 (손가락으로 입술 막으며) 쉿!

해조 헤헤..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홀아비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긴 했어요.

제리 하하하.. 홀아비라..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오케이?

해조 이 좋은 기횔 놓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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