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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너희들이 지금은 의기양양하지만 내 야심은 절대로 꺾을 수 없어! (DH바이러스(제17회))

by 허슬똑띠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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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사이영

 

9(계속)

 

두 사람은 야간투시경을 쓰고 적을 확인해가면서 기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저항하던 조직원들이 속속 항복하면서 진압이 되어 갈 무렵이라 쉽게 침투할 수 있었다. 두어 놈이 틈새에서 코를 막고 숨어 있다가 엉겁결에 총을 겨누었다. 두 사람은 신속하게 그들의 총을 날려버리고 제압했다. 건물의 반쪽은 완전 밀폐되어 있었다.

구석에 있는 출입문을 찾아냈다. 문을 열어젖힌 다음 잠시 경계하다가 안으로 들어가서 컴컴한 내부를 훑어보았다. 흰 가운을 입은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빈틈으로 기어들어오는 최루가스를 피하기 위해 손수건 등으로 코를 가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투시경을 벗고 마고도가 불을 켜는 사이 오장석이 천정에다 총을 쏘아대며 모두 일어서서 창문을 열도록 했다. 마고도가 그들을 둘러보다가 유리배박사와 도진우가 어디에 있는지 큰 소리로 물었다. 뒤 쪽에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나와 자신은 이곳에서 기술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데 유리배와 도진우는 한 달 전에 목매어 자살했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연구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하자 손을 들어 별도로 설치된 방을 가리켰다. 뒤따라 온 특공대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두 사람이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보관함과 커다란 금고가 있었다. 책임자라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금고를 열어 확인한 결과 모든 연구 자료가 온전히 보관되어 있었다. 곧장 특공대원들이 들어와 그 주변을 에워쌌다.

 

일부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사이영조직원들은 대부분 생포되었다. 그들을 연행하기 위해 차례차례 트럭에 실으며 얼굴을 몽타주와 일일이 대조해보았으나 당혹스럽게도 사이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직원들을 문초해보았으나 그의 행방을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조직원들을 태운 트럭이 차례로 떠난 다음 최종적으로 건물을 뒤져보다가 건물 천정에서 내의만 입은 특공대원의 시신을 발견했다. 공격을 당하자 사이영은 재빨리 천정으로 기어 올라가 있다가 어둠 속에서 그 대원을 감쪽같이 달아 올려 살해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대원들과 섞여 있다가 그곳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 시각에 별도의 특공대원들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가 만나는 일직 분기점인근에 있는 조직의 물류창고를 급습하고 있었다. 아지트에서 입수한 정보를 통보받은 직후였다. 이곳은 조직에서 명품을 밀수하여 보관해두었다가 각 거점으로 보내주는 곳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외곽에 경비원도 보이지 않고 창고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주차된 차량들도 전혀 없는데다가 사무실의 전산장비는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 창고에는 못 다 가져간 물품들이 상당수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지트에서 연락을 받은 즉시 재빠르게 철수한 모양이었다. 단서를 잡을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개별 중간거점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마고도는 작전이 끝나 철수하고 난 뒤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사이영의 몽타주를 꼬나보다가 박스를 들고 그의 옆을 지나치는 직원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이관하기 위해 서류를 정리해 넣은 박스들을 한 구석에 쌓아놓고 있는데 박스와 벽 사이에서 누군가의 머리가 보였다. 불연 듯 연구실 외부 벽면에 쌓여있던 박스들이 떠올랐다. 마고도가 벌떡 일어서서 오장석을 불러 함께 반장에게 달려갔다. 의견을 말한 다음 특공대원 조사팀과 아지트로 향했다. 도착해서 모두 연구실 외부 벽면에 높다랗게 잔뜩 쌓아놓은 박스들 앞에 섰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코너 쪽 바닥의 박스가 비딱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것을 빼내니 안에 한 사람 정도 들어앉을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 있고 살해된 특공대원의 복장이 있었다. 사이영은 그곳에 숨어 있다가 경찰들이 일부 경계요원만 남겨두고 모두 철수한 뒤 한 밤중에 유유히 잠적했던 것이다.

 

체포되어 온 이익용이 심문을 받았다. 1여 년 전의 동창 모임에서 양준서박사로부터 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지는 건수에 대한 얘기를 듣고 돌아오면서 이익용은 사이영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다음 날 일찍 조찬을 하기 위해 호텔 식당에서 만난 이익용은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며 의견을 물었다. 사이영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과연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지를 먼저 알아본 다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회동이 끝나기 무섭게 사이영은 조직원들을 동원하여 유리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유리배가 태양그룹의 오연근회장과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자금력이 탄탄한 그룹기업 회장이 그 배경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사이영은 좋은 먹잇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곧장 이익용에게 연락하여 양준서박사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시간은 10여일 정도 걸릴 것이고 아주 확실한 인물이라고 귀띔을 해주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도진우의 등장에는 시기적으로 묘한 일치가 한 몫을 했다. 그가 학계에서 배척받아 어쩔 수 없이 퓨처스라는 벤처기업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마침 사이영일파가 이 회사를 M&A하여 경영권을 장악했던 것이다. 이익용의 제안을 받고 손댈 만하다 여긴 사이영은 연구원들의 면면을 조사하다가 그를 적격자로 낙첨했다. 개인적으로 만나 그를 회유했다. 도진우는 그 말을 듣고 이런 호기도 없을 것이라 여겨 냉큼 호응했다. 각서까지 쓰게 한 뒤 그를 데리고 노화분야의 일인자인 박명구의 연구실을 침투했다. 연구자료 등을 복제하여 그로 하여금 내용을 자세히 숙지하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미국 모 대학교 박사학위 및 연구소 근무경력 등을 교묘하게 위조했다. 사전 준비가 마무리되자 그는 이익용에게 그를 인사시켰고 이익용은 양박사에게 소개했다. 그의 이력을 본 양박사는 추천서를 써주어 이를 지참하고 유리배에게 직접 가보라고 했다. 유리배는 생각보다 쉽게 도진우를 받아들였고 오회장과 전반적인 조건을 협의하게 되었던 것이다.

 

유박사는 처음 도진우의 경력을 곧이곧대로 믿었으나 연구가 상당부분 진척되어 가고 있을 무렵인데도 도진우가 담당했던 부분의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버쩍 의구심이 들어 지인들을 통해 그의 실상을 파악해보았다가 그의 본색을 알고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결국 이 때문에 불노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실패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를 놓고 당사자와 논쟁을 벌였고 오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다. 도진우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음해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보니 그런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다시 조사해보라고 했다. 그때도 믿을 수 없다면 자기스스로 물러서기로 하고 오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그때까지 미루어달라고 했다. 유박사는 좀 성급했는지도 모른다면서 그의 의견대로 하기로 했다. 유박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도진우는 스티브에게 이 사실을 급하게 전했다.

 

스티브는 도진우에게 연구 상황을 물어보았다. 거의 완성단계와 와있다고 하자 연구실을 자기 아지트로 옮겨 완성키로 결정했다. 이익용은 좀 성급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무시했다. 도진우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세세히 체크 받아 아지트에 그와 동일한 것들을 설치하도록 했다. 준비가 끝나자 다음 날 유리배를 납치하여 그곳으로 끌고 갔다. 연구실의 중요한 자료와 중간 생성물들을 옮겨간 뒤에 폭발물을 장치하고 폭파시켜버렸다.

 

사이영은 연구 내용을 확인한 후로부터는 나름 계획을 세워가다가 유리배는 물론 연구 전반에 걸친 사항을 장악한 뒤로는 숫제 여기에 몰두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막힌 야심을 키웠다. 불로불사약을 완성하면 최우선으로 자신이 그 약을 먹고 영생을 얻은 다음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한다. 전 세계 대부호들과 수 억불씩 오가는 약 거래는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본류는 자원부국의 독재통치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세습이란 단어가 필요 없는 영원무궁한 통치권과 통치권을 공고히 해주기 위한 수단인 불사의 군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한 거래였다.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나 석유 등 천연자원채굴에 대한 이권을 수십 년간 보장받는다. 이를 통해 세계경제에도 영향력을 갖는다. 몰론 이익용에게도 상당부분을 제공한다. 이익용의 진술을 들으며 마고도는 사이영의 비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깜짝 놀랐다.

‘너희들이 지금은 의기양양하지만 내 야심은 절대로 꺾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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