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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이번 일로 약주고 병주고 다 했으니 나도 보답 좀 해야겠지? (DH바이러스(제19회))

by 허슬똑띠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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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의 경고, 그건 무엇일까?

 

10(계속)

 

며칠 후 티토좀비 사건의 마무리정리에 몰두하고 있던 마고도는 번호가 뜨지 않는 전화를 받았다. 자칭 사이영이라는 바람에 아연 긴장했다. 그는 마고도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해댔다.

“내가 무척이나 신경을 썼는데도 고도엠은 당해내지 못했네 그려. 그런 그렇고, 그렇게 예고도 없이 마구잡이로 달려들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방법으로 탈출하다니 과연 사이영답군.”

“하하하, 그런가? 칭찬으로 알아듣겠네.”

“그건 네 마음대로 생각하시고… 것보다도 너 같은 인간말자는 없는 것 같다. 후안무치하게도 그런 엉터리 약으로 생사람을 잡다니.”

“후후, 후안무치하다고? 형사나리께서 문자도 쓰시고, 대단하네. 허나 이 점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세상에 둘도 없는 위대한 것을 탄생시키는 데에는 산고의 고통이 뒤따를 수 없지 않겠나? 또 어차피 쓸모없는 사람들인데 이들 몇 사람 고생 좀 시켰다 한들 역시 큰 문제 될 리 없다고 보는 데? 잘 알면서 왜 그러시나.”

“그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정신병자한테 얘기 해봤자 쇠기에 경 읽기지.”

“허허, 또 그러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려고 무지 노력했다고.”

이러면서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다.

 

“처음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불로의 기능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거야. 그래도 잘 알다시피 티토좀비들 피를 공급받아 제대로 된 걸 만들려고 하기는 했지.”

“넌 되지도 않게 노력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임상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모자라 고통을 줄여주는 변형마약을 미끼로 혈액을 뽑아가는, 실질적으로는 인간 모르모트로 취급까지 한 것이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군 그래.”

“하하하, 그랬나? 허나 그건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가를 모르는 자네의 단순한 생각에 기인하는 것이니 그렇다 치자고. 우린 말이지 여러 남녀노소좀비들로부터 다양한 상태의 혈액을 채취하고 이를 분석한 다음, 기능발휘성이 가장 좋은 혈액을 찾아내려 한 것뿐이야. 그런 다음 그 혈액으로 불로의 기능을 보완 개발하는 것이지. 수준이 떨어진다 해도 웬만큼 기능이 발휘된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었지. 이젠 잘 알아들었겠지? 그건 그렇고 이번 일로 약주고 병주고 다 했으니 나도 보답 좀 해야겠지?”

“보답? 설마 자진해서 네발로 우리한테 나타나겠다는 건 아니겠지?”

“원 별 농담도. 오늘은 대충 이것으로 끝내자고. 인연이 끝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마주칠 기회가 또 있을 테니까.”

사이영은 이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끝낸 마고도는 이를 갈았다. ‘이놈을 잡지 못해 한심했는데 이젠 조롱까지 받다니.’ 걸리는 것은 그 놈이 남긴 말이었다. ‘머지않아 마주칠 기회가 있다고?’ 곰곰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 놈이 복수라도 할 거라는 예고인가?’

“아따, 큰일을 했으면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하지는 못할망정 뭔 인상을 그리 쓰고 있답니까?”

오장석이 들어오면서 얼굴에 먹구름을 잔뜩 두르고 있는 마고도가 못마땅한지 큰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래! 한잔하러 가자, 내가 왕창 쏠게.”

마고도는 금방 표정을 펴고 오장석의 팔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갔다.

 

11

 

당국의 조치로 미생물학계의 대가인 장수영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개발팀이 극비리에 국립종합연구소에 자리를 마련했다. 연구소 주변은 경찰특공대원들이 밤낮으로 경계를 펼쳤다. 왜냐하면 DH바이러스 치료약의 개발도 개발이지만 DH바이러스 제조 기술과 관련한, 원천자료부터 사이영일파가 연구한 자료까지 총망라되어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박단미는 양휘윤의 혈액에서 그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또 다른 인자를 발견했는데, 개발팀에서 이것이 불사약의 노화기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때문에 그녀도 개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동안 진초희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아 섭섭하면서도 그녀의 안부가 걱정스러웠는데 기막힌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는 오회장 재산의 40%를 상속받았는데 이 재산의 대부분을 DH바이러스로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사용하라고 내놓았다는 기사였다. 오회장 때문에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회장 대신에 기부하는 것이라 했다. 마고도는 코끝이 찡해왔다.

 

그보다 더 놀랄 일이 있었다. 며칠 후 집 대문에 등기우편이 도착했다는 쪽지가 붙어있어 우체국으로 직접 찾으러 갔다. 우편물을 열어보니 카드키와 함께 쪽지가 들어있었다. 키에 적힌 번호의 보관함을 여는 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곳은 여의도 IBU센터 빌딩 지하에 있는, 사설 귀중품 안전보관시설이었다. 개인의 귀중품을 완벽하게 보관해주는 곳이었는데 의뢰자의 신상은 철저히 비밀관리 되었다. 그곳에 당도하여 본인확인을 받은 후 직원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바로 앞에 철제문이 나타나자 직원이 리모컨을 눌러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해당 번호의 보관함에 앞에 서서 마고도와 직원이 양편에 위치한 카드 입력하는 곳에 각자 카드를 밀어 넣었다. 문이 위로 올라갔다. 내부는 가로 5미터 세로 50미터 정도 크기의 철제 박스로 되어 있었다.

 

다양한 크기의 박스들로 거의 차 있었는데 그림을 보관한 것 같았다. 박스 하나를 열어 확인해 보니 유명한 국내 화가의 그림이었다. 귀퉁이에 서류함 있는 것을 보고 열어보니 이 모든 미술품을 마고도에게 증여한다는 변호사가 확인한 증서와 함께 작품의 리스트가 첨부되어 있었다. 진초희가 소유하고 있던, 자신의 공개되지 않은 그림뿐만 아니라 - 나중에 확인한 사실인데 그녀는 오회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그녀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유명한 화가들 작품들이라는 메모가 딸려있었다. 보관소에서 나오며 그 미술품들을 자신이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결번이라고 나왔다. 서에 도착해서 수소문해보았더니 외국으로 떠난 지 꽤 되었다. 당장 해결할 사안이 아니어서 당분간 묻어두기로 했다.

 

마고도가 사이영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난 지 두 주가 지날 무렵이었다. 박단미가 거의 9시가 다 되어 갈 무렵 퇴근하기 위해 정문을 빠져나와 다소 어둑한 길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속도를 내어 달려온 트럭이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 받는 바람에 길가에 있는 건물 벽을 박고 섰다. 그녀가 터진 에어백을 안고 기절한 채 있을 때 다가온 온 사내 두 명이 그녀를 차에서 꺼내어 그들 차에 태우고 사라졌다. 그녀는 혼미한 상황 중에서도 발신 장치를 눌렀다.

같은 시각 사무실에서 정리를 마치고 오장석과 한 잔하러 나가려는 마고도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마고도는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기기를 꺼내들었다. 추적기였다. 빨간 점이 깜빡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고도는 오장석에게 박단미에게 이상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차로 달려갔다. 차에 타자마자 추적기를 오장석에게 건네주며 점이 움직여 가고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점은 연구소를 훨씬 벗어나서 이면 도로로 신속히 움직이고 있었다. 차는 튕겨나가듯 내달렸다. 오장석이 위급상황 같으면 현재 위치를 경찰순찰차에게 알려주고 확인해보자고 했으나 마고도는 사이영에게 납치된 것으로 판단되므로 본거지를 알아내려면 끝까지 추적해야한다고 했다. 그 점을 따라가기 위해 최단 거리 길로 질주했다. 불행히도 마포를 지나 용산방향으로 움직이던 점이 자꾸 흐려지기 시작했다. “안 돼!” 외침과 함께 마고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오장석도 옆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점은 삼각지에서부터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지더니 결국 녹사평역 못 미쳐서 사라지고 말았다.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운전대를 팡팡 쳤다. 숫제 얼굴을 묻었던 그는 곧 냉정을 되찾고 오장석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오장석도 애써 대꾸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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