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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제기랄, 그걸 네가 파토를 내버렸지. (DH바이러스(제20회))

by 허슬똑띠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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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사이영의 협박

 

11(계속)

 

다음 날 연구소 부근에서 그녀의 부서진 차와 휴대폰이 발견되었고 연구소에도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보아 납치된 것이 분명했다. 연구소에서 그녀의 사고 사실을 공식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왔고 사이영잔당이 벌인 범죄로 추정됨에 따라 마고도와 오장석에게 수사하도록 명령이 떨어졌다. 납치된 단미의 소재파악에 실패한 뒤 자책감에 빠져 있다가 범인의 단서라도 찾아보기 위해 오장석과 함께 단미의 차량을 점검해보고 있는데 마고도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그랬었지? 인연이 되면 또 마주칠 일이 있을 거라고. 아마도 우린 인연이 좀 질긴 것 같은데?”

사이영이었다. 어쩌나 보려고 태연한 척했다.

“네가 스스로 자수한다고 하면 마주칠 일 있을 까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별 볼일 없을 것 같은데.”

 

“허 이거 참. 그딴 식으로 엉큼하게 군다고 될 일이 아니지. 당신 여인과의 인연을 끝장내겠다고 한다면 나도 별 수 없지만.”

이 말에 마고도가 입술을 깨물며 잠자코 있자 능청스러운 주절거림이 이어졌다.

“내가 왜 그게 절실히 필요한 지 말해줄 테니 똑바로 잘 들으라고. 우리가 불로 기능의 허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어느 날 웬 놈이 찾아왔어. 신원도 밝히지 않고 무턱대고 이 기술을 사겠다는 거야.”

사이영은 눈치로 때려잡았는데 중동의 모 국가 정보원인 것 같았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이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엄청난 것이므로 한번 제시된 금액에 대한 조정협상은 없다고 하자 그는 원하는 대로 줄 것이라면서 진위여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샘플을 요구했다. 일차적으로 협상을 끝내고 그가 나갈 때 어떤 특별한 분이 이런 비약(秘藥)을 원하는 거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놈 뒤통수에 대고 그랬지. 뭐 솔직히 말 하지 않아도 대강 감이 잡히는데? 이를 먹은 사람은 세습을 하지 않고도 영원히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그러니 응당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야 라고 말이지.”

“후후 십리는커녕 그 반도 못가 박살날 줄도 모르고 잘도 떠들어 댔군.”

“제기랄, 그걸 네가 파토를 내버렸지. 그렇다고 내가 포기 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다른 곳에다 오파를 냈지. 마침 DH바이러스 치료약까지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말이지. 이 두 가지 모두를 주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하나를 덧 붙였더니 무조건 오케이야. 죽지 않는 최강의 병사는 부수적으로 따라간다고 말이야.”

“입도선매하라고 했다는 거냐?”

마고도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셈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있으니까 제안한 것 아니겠어? 이젠 자네의 도움만 있으면 되네. 빨리 끝내고 인도양 세이셸 휴양지에서 멋진 휴가를 즐겨야겠어.”

의기양양하게 전후를 설명한 뒤 곧 지시가 갈 것이라면서 목소리는 사라졌다. 이익용이 진술했던 대로 사이영은 그 야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영원한 집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절대 죽지 않는 군인들의 양산은 물론 이를 통한 거대한 부의 축적. 마고도는 죽이고 또 죽여도 한도 끝도 없이 달려드는 병사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상대편은 끔찍해서 혼비백산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핵전쟁이 아닌 다음에야 전쟁의 결과는 빤하지 않을까? 머리가 아파왔다.

 

오랜 동안의 통화를 끝낸 마고도가 얼굴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메시지 도착 신호를 받고 이를 확인했다. 마고도를 궁금하게 바라보던 오장석이 마고도가 서둘러 컴퓨터에 달라붙자 옆으로 바싹 다가왔다. 메일을 확인하여 동영상을 업로드 하자 방구석에 놓인 책상 뒤의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왼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는데 벽에 설치된 두꺼운 쇠 파이프에 연결되어 있었다. 박단미였다. 창문에는 외부의 빛을 차단하는 두터운 커튼이 드리워져있어 어둑했는데 천정의 흐릿한 형광등이 그나마 방안을 밝혔다.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가끔 눈을 뜨고 감시카메라를 노려보고는 했다. 곧 영상이 끊어졌다. 오장석이 놀라서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어 사이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영상을 확인하였듯이 그녀는 잘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를 도와줄 때가 되었노라 했다. 박단미와의 교환조건으로 자기에게서 탈취해간 DH바이러스 제조 기술과 현재 진행 중인 역 DH바이러스 기술개발 자료까지 가져오라고 했다. 장소는 추후 알려주겠다고 했다. 마고도는 어이 없어하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소리냐고 대답했다. 사이영은 찾는 자에게 길이 보인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망설일 것인가 라고 설득조로 말했다.

또한 마고도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고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뻔뻔스럽게 주절거렸다. 기가 막힌 마고도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과연 고도엠 답군.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으니. 단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지. 이러한 제안은 누구한테라도 입 밖에 내면 안 되다는 것. 만일 지금 이후부터 허튼 소문이 들리기라도 한다면… 그대의 여인은 그 순간 저 세상 사람이 될 것이야. 아니, 아니지. 불사약을 먹여 늙도록 죽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빠트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이 말과 함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가 끊어졌다.

마고도는 통화한 내용을 오장석에게 이야기 했다. 함께 고민하다가 무엇보다도 사이영에게 보여줄 근사한 먹잇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과장과 상의했다. 고심하던 과장은 그것은 자기가 마련해 줄 테니 사이영을 함정으로 끌어들일 행동계획을 세워보라고 했다. 몇 시간 후 과장에게 가보니 데이터 저장기기를 건네주었다. 전체적으로 진본처럼 교묘하게 복제를 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가짜라는 것을 쉽게 인식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게 바꿔치기했다고 했다. 마고도는 진행사항은 수시로 보고하겠다며 감사를 표하고 나왔다.

 

12

마고도는 과장이 전해준 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문가라도 판별하기 만만치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사이영이 쉽게 속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개발 막바지 단계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그가 웬만한 것은 눈치로 때려잡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막판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런 점을 무릅쓰고라도 사용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할 일은 단미가 감금되어 있는 곳을 찾아내는 일이다. 성공한다면 완벽한 구출작전을 펴서 그녀를 구출하고 사이영도 잡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리라,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면 사이영아지트 위치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야 했다. 문득 김경진이 사이영과 통화하면서 이태원 운운 한 적이 있었다는 진초희의 말이 상기되자 발신기의 신호가 사라진 삼각지가 그곳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해석일 수도 있지만 신호기가 그곳까지 유도한 것이 그저 우연만은 아니었다고 아예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장석에게 계획을 말하고 함께 그 쪽으로 갔다. 먼저 녹사평역에서 한강진역으로 가는 길을 중심으로 우측의 지역을 탐사해보기로 했다. 하루는 그곳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아무래도 그 지역은 가망성이 없어 보였다. 마고도는 다음날 아침부터 반대편 탐색에 나섰다.

 

해밀턴 호텔을 지나 한강대교로 가는 곳까지 갔다가 버티고개 직전에서 유턴하여 되돌아왔다. 한강진역을 지나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주춤하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마고도는 주변을 휘둘러보며 헤아려 보았다. 코너 기둥에 설치된 안내판에 도로명과 미술관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대로변에 세워져 있는 멋지게 다듬어진 빌딩이 눈길을 끌었다. 그 건물의 오른쪽은 주택가로 올라가는 경사진 길에 면하여 있는데 거기서 주차안내를 하던 경비원이 내려와 차를 빼라고 했다.

마고도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타고 우회전하여 경사진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술관을 지나 좌측으로 조금 더 올라가던 중 정차한 벤츠 승용차가 보였다. 한 서양여성이 차 옆에 서서 건물 방향으로 향한 채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고 있었다. 민소매의 간편한 차림에 갈색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다. 열린 조수석 창문으로 목소리가 흘러왔는데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소녀의 목소리처럼 다소 앳된 음색이 섞인 어조였다. 아직 나이도 어린 것이 거들먹거리는 몸가짐으로 담배까지 피우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그녀를 지나쳐 조금 더 올랐을 때 오장석의 휴대폰을 통해 들어오라는 전갈이 왔다. 차를 돌리는 마고도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그득했다. 그를 힐끗 보는 오장석도 안타까움에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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