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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도대체 말이 되? 중국해에서 빙산에 갇혀 좌초되었다니? 염빙 바이러스 (제3회))

by 허슬똑띠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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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2. 해빙(海氷)(계속)


노 웨이 아웃(No Way Out)

  
  그런데 그들이 바다로 잠수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산소통이 거의 바닥이 날 시간이었다. 세 사람 모두 사고를 당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얗게 보이던 부분이 어느새 수면 가까이까지 부상했는데 선원들이 부리나케 선박의 모든 주변을 조사해보니 사방이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선체의 아랫부분에서 쩡쩡대는 강한 울림이 일기 시작했다. 기겁하여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던 선원들은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얼음덩어리였다. 뜻하지 않게 배를 좌초시킨 것이 다름 아닌 얼음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천지개벽할 노릇이란 말인가? 마치 북극해의 해빙에 갇혀 가는 꼴과 흡사하지 않은가? 멀쩡한 아열대 지역의 바다에 거대한 얼음 조각이 빙산마냥 흘러 다니는 것도 요상한데 더구나 꽤 높은 파랑을 일으키고 있는 바닷물을 서서히 얼어붙게 만들면서 점점 배를 삼켜가고 있는 게 괴물처럼 느껴졌다. 이 때문에 금속이 깨지는 것과도 같은 울림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고 잠수했던 부원들 역시 얼어 올라오는 얼음 속에 갇혀버렸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유선장은 전 선원들에게 즉각 퇴선명령을 내리고 선박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 해빙이라는 사실과 그것에 완전히 갇혀 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전문을 보냈다. 구명보트를 내렸는데 바닷물에 낮게 잠겨있는 하얀 빙판에 바닥이 닿는 느낌이 전해왔다. 개의치 않고 차례로 모든 구명보트로 옮겨 탔으나 노를 저을 수 없었다. 바닥이 아예 빙판에 얼어붙었는지 그 상태로 꼼작도 하지 않았고 보트도 역시 점차 얼음 속에 갇혀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보트를 버리고 최대한 빨리 빙판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런 다음 구명조끼가 있으니 바다에 뛰어들어 떠있으면서 지나가는 선박의 구조를 받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상어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트에서 내려 바닷물에 살짝 덮여있는 빙판 위를 급하게 달려가 보았으나 선박으로부터 불과 20여 미터도 벗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얼어 올라오는 얼음에 발걸음을 제대로 딛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얼음에 붙잡히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 동사하였고 그들의 주검은 얼음으로 덮여갔다. 끝까지 배를 지키려 남아있으면서 선원들의 탈출을 지켜보던 유선장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선박 역시 점차 냉동고 속의 성애와도 같은 것에 계속 하얗게 덮여 갔고 종래는 그것이 완전히 뒤덮어 버리면서 배와 함께 유선장 역시 최후를 맞이했다.

  구조요청을 받은 한국국적의 어선 세척이 주변 해역으로 다가오면서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피던 한 선장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해난 사고를 당한 선박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얼음처럼 보이는 하얀 물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수면으로 올라온 부분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이곳저곳에 바닷물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보기에 그것은 빙산이 아니라 빙야(氷野)이라 함이 더 어울릴 듯 했다. 놀라움으로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차근차근 빙야를 살펴보니 선박 형태의 거대한 덩어리가 한편 가장자리에 우뚝 솟아있었고 그 주변에는 작게 돌출된 얼음덩어리들이 흩어져 있었다.

  북극의 빙산이 여기까지 흘러오면서 윗부분이 모두 녹아내려 생긴 빙야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았다. 그 동안 북극빙하가 이렇게 멀리까지 흘러온 사례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남극대륙 못지않아 보이는 크기가 현실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해빙에 솟아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과연 조난신호를 보낸 선박인지 여부와 이것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보고자 구명보트를 내려 그곳에 최대한 접근했으나 파도가 제법 높게 일어 바싹 다가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파도로 제자리에 맴돌면서도 해빙에 접근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웬일인지 기관을 정지하고 있는 어선들이 자꾸 해빙으로 다가가는 것 같았다.

  선장은 즉시 구명보트를 되돌아오도록 하였고 이를 올리자마자 해빙으로부터 선박을 급히 후진시켰다. 안정거리에 다시 멈춘 다음 망원경으로 그 원인을 알아보다가 대강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선박들이 빙하 쪽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선박으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유빙(流氷)임이 분명한데 극지대의 빙하가 이곳까지 왔을 리는 만무했으나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째든 구조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빙하를 지켜보는 것도 문제였다. 별수 없이 자신들이 본 전대미문의 상황을 본사에 보고하고 지나는 선박들에 경계 신호를 보낸 뒤 조업하던 해역으로 향했다.

3. 구조 활동


구조선의 급파


  조난당한 화물선을 소유하고 있는 ‘T상선’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는 회사는 ‘T에스엠’이라는 ‘T상선’의 자회사였으며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조난 사고를 접수한 사고담장부서의 사무실 직원들은 사고 원인을 알아보고 사후수습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빙산에 갇혀 좌초되었다는 희한한 사고경위를 맨 처음 접한 직원은 처음에는 무슨 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렇게 쉽게 치부할 일이 아니란 판단을 내렸다. 30년 넘게 온갖 바다를 다 누볐던 베테랑 유선장이 그 정도에 불과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님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통신도 완전히 두절되어서 추가로 정황을 파악해 볼 도리가 없었으므로 찜찜했지만 이 희한한 조난사고 내용을 사실 그대로 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장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째든 경영진에게 실상을 보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조난 신호전문을 내밀며 좌초보고를 하자 담당임원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냐며 대뜸 언성을 높였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야? 금강 포세이돈뿐만 아니고 동남아나 유럽지역을 오가는 모든 선박들이 매번 항해하면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항로이잖아. 더군다나 기후가 격변하여 심하게 풍랑이 일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부장은 뜻하지 않은 사고가 마치 자신이 자초한 듯이 난감해 하면서 우물쭈물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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