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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당신은 달빛 속에 피어나는 꽃 (별의 눈물(제28회))

by 허슬똑띠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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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73. 들판 / 오후, 해질녘, 밤

 

어딘가 넓게 펼쳐진 들판. 나른한 햇빛이 가득하다.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 가끔씩 불어오는 산들바람. 드문드문 길쭉한 마른 억새풀이 사각거린다. 파란 풀들과 들꽃들이 바람의 흐름에 따라 출렁인다. 들판을 가로질러 가볍게 뛰어가는 해조를 뒤쫓는 제리의 모습이 롱숏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습이 천천히 클로즈업 된다. 해조를 따라잡은 제리가 숨을 고르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제리 헉헉.. 아니 어찌도 그리 빨라? 마치 미끄러지듯 가네..

해조 (장난기) 요즘 일 때문에 제리님이 많이 지치셨나 보다..

제리 하하.. 그건 절대 아닌데.. 근데 말이야, 여기가 꼭 무드 오르간으로 경험했던 그 들판 같아!

해조 시뮬라크르는 현실의 복제물이라 했으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제리 하하.. 그런가?

 

드넓은 벌판에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 함께 걸으며 산을 바라본다. 점차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

 

(시간 경과)

먼발치의 산등성에 걸려있는 태양이 완전히 서산으로 넘어가자 해조가 손을 흔들고 나서 함께 반대편 산 능선을 향해 뒤돌아선다. 둥근 달이 막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점차 올라오면서 옅은 파르르한 색채를 띠고 들판과 두 사람을 비춘다. 땅거미가 짙어지자 하얗게 변하면서 더욱 밝아지는 빛. 그 빛으로 해조의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반짝 빛난다. 제리가 그 모습을 보고 해조를 포옹한다.

 

해조 저 달이 새삼스럽게 행복에 겹게 만드네요. 한편으론..

제리 한편으론? 왜?

해조 아니어요~~ 제리님~ 항상 제 곁에 있어야 해요!

제리 그러~엄! 난 해조님 없으면 못 산다는 거 잘 알잖아~~

해조 그리고요~ 청혼 때 다짐한 것도 잊지 않았죠?

제리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있지! 해조님은 나의 유일한 사람이란 걸!

해조 고마워요. 제리님은 영원한 제 마음의 고향인 걸요.

제리 오늘.. 해조님이 새삼스럽네? 그러고 보면 난 아직도 우리 해조님에 대해 십 분의 일도 모르는 것 같아.

해조 헤헤.. 아닌 것 같은데요? 저의 모든 걸 다 가져가시고는..

제리 그래도 신비로움은 여전한 걸?

해조 (얼굴을 들며) 아이~ 욕심꾸러기 개구쟁이~~

 

마치 소녀처럼 제리의 가슴을 앙증맞게 두드리는, 해조의 환한 얼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고 그녀를 바라보는 제리의 눈빛은 꿈속을 헤매는 듯 하다. 달빛을 받으며 해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소녀처럼 아주 낭랑하면서도 분위기에 어울리는 고혹적인 목소리. 노래를 듣는 제리의 표정은 더욱 몽롱하게 변해간다. (Moonlight Flower)

 

해조 I have been to the heights of my senses

Feeling the touch of your caress

I have seen the magic things under night skies

Until the sunrise ended the spell

 

음에 따라 화면 아래에 따라 뜨는 한글 자막.

 

자막 : 난 절정의 느낌을 경험했어요.

당신의 부드러운 애무의 손길을 느끼면서.

난 밤하늘에서 신비한 것을 보았어요.

떠오르는 태양이 그 마력을 멈추게 할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빙긋 웃으며 제리가 이어 부른다.

 

제리 You're the moonlight flower

You're the voice of the night

When you call I'll follow

We'll leave on the trip of delight

 

역시 노래를 따라 화면 아래에 뜨는 한글 자막.

 

자막 : 당신은 달빛 속에 피어나는 꽃.

어둠이 속삭이는 목소리.

당신이 부르면 나도 따라갈게요.

우리 함께 환희에 찬 여행을 떠나요.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 두 사람. 다시 달을 바라보다 달빛에 물든 들판을 걸어간다. 그림자가 두 사람을 따라온다. 화면 빠지면서.. 스크린 위로 방금 했던 두 사람의 노래가 에코처럼 울리는 가운데 서서히 페이드아웃.

 

#74. 제리의 꿈 속

 

암전. 음울한 음악이 낮게 깔리는 가운데.. 급하게 숲 속을 뛰어가는 발소리.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는 소리. 수풀이 스치면서 사각 대고 줄기가 꺾이는 소리들이 연이어 들린다. 갑자기 밝아지고.. 수풀이 무성한 공간에 어리둥절하여 서있는 제리가 나타난다. 그 위로 검고 거대한 새가 날아오른다. 해조를 두 발로 움켜지고 있다. 해조가 바둥대며 아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녀의 시점. 제리의 안타까운 몸짓이 직부감 화면으로 보인다. 새는 꿈쩍도 하지 않고 해조를 잡고 계속 날아오른다. 그 때 빈터에 드리우기 시작하는 그림자.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을 덮으며 몰려오고 있다. 그림자가 완전히 빈터를 덮자 새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시 암전되고.. 제리의 울부짖는 소리만 스크린에 가득하다. 음울한 음악 점차 커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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