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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지금 그런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올 것 같아? (별의 눈물(제30회))

by 허슬똑띠 2022.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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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78. 제리의 방 내부(계속)

 

그러다 깜짝 놀라는 제리. 서류철을 들어내던 팔이 움찔한다. 그것을 들어내자 구석 틈에서 희미하게 점멸하고 있는 불빛. 놀라 집어 든 것은 신13에서의 장난감 같은 헬멧.

 

제리 (혼잣말) 여태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 그런데 이게 뭐야? 빛이 나고 있잖아? 언제부터 이런 거지?

 

새삼스럽기도 하고 불빛이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플래시 백)

신10에서 이상한 형태의 새를 구하는 장면. 신11에서 새가 순간적으로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바람에 기겁을 하는 장면. 그리고 신13에서 출근하다 말고 숲으로 들어가 헬멧을 찾아내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불빛이 거의 보일 듯 말 듯 약해져 가자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제리. 불연 듯 헬멧을 책상 위에 놓고 마우스를 잡는다.

 

제리 (혼잣말) 해조님이 제대로 쉬고는 있나 모르겠다..

 

장면 전환되면.. 컴퓨터 모니터가 스크린에 확대되어 나타난다. 집 내부에는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제리 (보이스 오버) 쉬고 있나 본데? 다행이네.

 

모니터 화면이 다른 것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원위치 된다. 열려있는 거실 유리문에 반쯤 걸쳐있는 커튼. 전혀 움직임이 없다.

 

제리 (보이스 오버) 아니 이게 뭐야? 고장인가? 전에도 사람 골탕 먹이더니만 또 그런 건가? 아무래도 이상해..

 

장면은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제리의 모습으로 바뀌고.. 연신 파란 파카 볼펜 끝으로 입술을 톡톡 쳐대는 제리.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한참 동안 컴퓨터와 씨름한다. 컴퓨터 앞에 둔 작은 헬멧의 깜빡 거리는 불빛이 완전히 사라진다.

 

#79. 집 내부

 

같은 시각.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해조.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거실 커튼 사이로 정원의 푸른 잔디와 담 너머 숲이 보인다. 현관의 초인종이 울리자 해조가 웹캠 장치를 향해 손짓을 한다. 화면 갈라지며 한 편에 제리의 사무실이 나타난다. 제리가 웹캠 연결 화면을 보는 모습. 집 거실 유리문의 커튼이 살살 흔들리나 제리 사무실의 모니터 화면에는 전혀 커튼의 움직임이 없다. 해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제리 사무실 화면 닫히고..

 

해조가 소파에서 다시 현관문을 향해 손짓하자 문이 저절로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온다. 그의 어깨에는 걸리버 소인국 사람 같은 작은 물체가 얹혀있다. 눈을 껌뻑이며 다리를 흔들고 있다. 해조가 식탁으로 가자 사나이도 따라와서 그녀와 마주 앉는다. 어처구니없어 하는 해조.

 

해조 아예 지구인처럼 만든 사이보그를 데려왔군.

 

인형처럼 생긴 것이 눈을 깜빡깜빡 하자 사내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내 네가 무슨 수를 써서 이렇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래 너에게 접근하기 위해 모선에서 쓰던 사이보그를 지구인 모습으로 변형시켜 데리고 왔어.

해조 여긴 어떻게 알았는데?

사내 갑자기 네 헬멧에서 오는 전파가 감지되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지구로 날아온 거야. 네 헬멧이 있는 곳으로 가서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았지.

해조 지구 햇수로 벌서 1년 전이네. 그 때 숲 속에서 잃어버린 걸 다시 찾아봤지만 없었거든.. 어차피 고장 나서 쓸모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포기하고 말았는데.. 거기에 그대로 있었나?

사내 제리상이란 사람 사무실 책상 서랍 속에 있던데?

해조 어떻게 그게 거기 있었을까? 전혀 그 걸 본적이 없었는데.. 아니 것보다 고장 났던 게 어떻게 작동했을까?

사내 천만다행이지. 번개의 강한 전기에너지에 자동으로 충전되었던 것 같아.

해조 이제 보니 그게 일을 그르쳤네. 거기 있는 걸 알았더라면 아예 작동이 안 되도록 만들었을 텐데..

사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밤 잠깐 봤을 때도 그런 표정하더니.. 내가 이렇게 찾아온 게 전혀 반갑지 않다는 투네.

해조 하나도 반갑지 않아. 어제 네가 나타난 후로.. 밤새 고민했어. 하지만 내 결심은 변함이 없어.

사내 그런 소리 하지 마! 너의 수신기에서 신호가 왔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고 흥분됐는지 알아?

해조 나를 위험 속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갔다는 게 너무 미웠어!

사내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때의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었던 거였잖아? 너도 우리의 규칙을 잘 알고 있으면서..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처해지는 건 절대 금하고 있다는 걸. 게다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너에게 연락이 되지 않고 해서.. 어쨌거나 너를 그대로 두고 가는 바람에 나도 엄청나게 마음 고생했다고!

해조 (격앙된 목소리) 지금 그런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올 것 같아?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무사하게 있을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거란 말이야! 이 분은 나의 생명을 구해주었고.. 또 심하게 다친 나를 치료해주고 정성껏 돌봐 주기까지 했어! 만일 다른 지구인에게 발견되었더라면.. 아~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받았거나.. 아님.. 모르모트처럼 지구인의 실험대상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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