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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 자리에는 바로 소행성이 있어요 (염빙 바이러스 (제7회))

by 허슬똑띠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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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5. 대치(계속)

 

그 뒤 수 시간이 지났을 때 서쪽 해상에서 중국의 함정이 나타났고 동쪽 해상으로부터는 일본의 구조선과 조사선이 나타나는 모습이 보였다. 좌초당한 원양어선은 일본국적인 것 같았다. 중국 군함은 아마 이 부근 해역을 지나던 선박들이 뜬금없는 빙하의 존재에 놀라 자국에 보고함에 따라 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함일 터였다. 어쩌면 그들 역시 빙하에 대한 소유권 조치를 하기 위한 출동일 수도 있었다.

 

이를 증빙이라도 하듯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각기 해빙의 주변에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 조사에 나섰다. 한국 함정에서 그들에게 경고하였지만 코웃음을 치며 빙하에 오르려 시도했다. 대부분 실패하였고 일부 사람들이 빙원에 오르는데 성공하기는 하였지만 그들 역시 똑 같은 전철을 밟으며 얼음덩어리가 되어갔다. 그제야 한국 함정에서의 경고가 헛방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렸고 그들 역시 이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저 단순한 빙하가 아님을 깨닫는 데에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나저나 해빙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얼음조각이라도 떼어 내는 것이 급선무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모를 리 없었다. 그들의 움직임으로 보아서는 결국 그들도 이 해빙의 일부를 깨기 위한 설비를 요청하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해빙에 대한 유효적절한 방법이 나타날 때까지 무슨 사단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대치하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얼마 후에는 일본의 군함까지 나타났다.

 

6. 소행성 - 에피소드1

 

천문학자의 꿈

 

1년 7개월 전 경기도의 한 산속에 자리 잡은 펜션.

"모처럼 이곳에 오니 너무 좋구나. 정말 제대로 쉬고 갈수 있겠다."

펜션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이창곤은 정말 오기를 잘했다며 한마디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아들도 차에서 내리더니 신이 나서 두 팔을 벌려 비행기 날아가는 흉내를 내고는 이리 저리 잔디밭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형은 여기에 와 본지 꽤 오래 되었지? 매일 같이 연구에만 매달려 있으니…"

혼자 몰고 온 소형 승용차에서 먼저 내려 형의 가족들이 내리기를 기다리던 동생 병곤의 말에 창곤과 그의 아내 서린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창곤은 간만에 휴가를 내서 가족 그리고 동생 병곤과 함께 낮에 펜션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제법 크고 정밀한 천체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병곤은 청명한 날씨라 천문관찰은 그만이라면서 휴가내기 전부터 여러 번 가자고 했었다. 이 펜션과 천체망원경은 아버지가 동생 병곤을 위해 마련해준 것이다. 형인 창곤은 미생물분야의 전문가였지만 동생 병곤은 꼭 천문학자가 되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우주의 신비를 꼭 밝혀내겠다는 야망으로 똘똘 뭉쳐있었는데 이러한 아들의 집념을 가상하게 여긴 아버지의 배려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낸 다음 모두들 평소보다 식사량이 훨씬 많았었기 때문에 포만감을 해소할 겸 차도 마실 겸해서 모두들 거실 문 곁의 탁자에 둘러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이창곤이 우주를 소재로 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동생만큼은 아니나 역시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 병곤이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특히 조카들에게는 답을 맞히면 선물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의 눈에 금방 초롱초롱한 빛이 어리더니 모두들 귀를 쫑긋했다.

 

"0, 3, 6, 12, 24, 48, 96, 192, 384 일단 여기까지. 자 이 수열의 원칙을 알겠어요?"

아이들은 이를 노트에 적어놓고 고민하기 시작했고 형 창곤은 미소 지으며 정겨움에 넘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첫째 애가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응하는 것처럼 손을 번쩍 들더니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6에서부터 앞의 숫자의 두 배이네요!"

"오, 우리 강석이 대단한데! 약속한 대로 선물을 줄 거니까 생각해 두었다가 나중에 얘기해라.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갑니다.

태양계의 경험법칙을 발견한 것은 1766년 독일 수학자인 티티우스였는데 후에 천문학자인 보데가 이를 다시 확인하여 '티티우스 보데'법칙이라 했지요.

 

조금 전 숫자 배열에 4를 더하면 4, 7, 10, 16, 28, 52, 100, 196, 388 이 되겠지요. 이 배열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가 바로 지구 아니겠어요? 그래서 지구의 거리인 10을 기준으로 하여 각 숫자를 나누어보면 수성 0.4, 금성 0.7, 지구 1, 화성 1.6, 그 다음 2.8, 목성 5.2, 토성 10, 그리고 19.6에 해왕성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2.8의 거리에는 해당하는 행성이 존재하지 않았답니다.

두 번째 퀴즈! 과연 이 법칙이 잘못된 것일까요?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곤이 딸 준영에게 귓속말로 뭔가 속삭였다. 창곤의 입이 귀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준영이 손을 들고 힘차게 대답했다.

"법칙은 정확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바로 소행성이 있어요!"

"아이쿠 바로 맞추었네! 와 정말 대단해요! 우리 준영이에게도 멋진 선물을 주어야겠네! 그래요 이 법칙이 정확하다면 화성과 목성 사이의 숫자 2.8의 위치에 분명 행성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법칙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천문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나섬으로서 결국 찾아내긴 했는데… 정상적인 행성이 아니고 자잘한 소행성들이 그룹을 이루어 돌고 있더란 말이지요. 어때 재미있죠?"

 

그러면서 주제는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하는 우주 쇼로 전개되었다가 이와 관련한 영화이야기로 이어졌다.

"정말 우리가 우주선을 개발하지 못했다면 무작정 손 놓고 옛날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래도 이제는 우주선을 쏘아 올려 다가오는 소행성을 사전에 차단해볼 수 있는 기회라도 생겼잖아. 거 뭐더라, 아 맞아 아마겟돈 이라는 영화에서처럼 말이야."

얘기의 말미에 병곤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되새겼다.

"나는 정말 보데 같은 사람처럼 위대한 발견을 하고 싶어. 지금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향후에 저절로 증명이 될 그런 가설을 꼭 정립하고 말 거야!"

그러자 아이들은 박수로서 그를 응원하였고 창곤은 그런 동생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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