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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지구인으로 변했으니 그건 당연한 거 아냐? (별의 눈물(제31회))

by 허슬똑띠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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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79. 집 내부(계속)

 

해조의 강렬한 어조에 기가 팍 꺾인 사내.

 

사내 (나긋나긋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애원 조) 그래도 이렇게 사과할 테니 이제는 우리 별로 돌아가자~ 내가 널 찾아 다시 이렇게 왔다는 것도 생각 해줘야지..

해조 (차분해져) 잘 알잖아! 우린 생명을 구해준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관습을..

사내 그건 우리끼리 얘기지. 체형이 완전히 다른 지구인과 어찌..

해조 관계없어! 난 지구에서의 이 삶이 너무도 좋아. 더구나 제리라는 분은 나를 진실로 사랑해주고.. 게다가 그 사람과 나의 분신인 아이도 자라고 있어.. 이젠 그 분과 아이를 버리고 나의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그 동안 고향 별이 엄청 그립기는 했지만.. (단호하게) 이제는 더 이상 아니야!

사내 (어처구니 없는 표정) 난 네가 지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지구인과 동물적 섹스를 한다는 건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이야. 그 사이 변해도 어쩜 이리도 변했니?

해조 지구인으로 변했으니 그건 당연한 거 아냐?

사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걸 생각해야 돼! 네가 만약 이대로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끔찍스런 상황이 벌어질 지를.. 작은 몸집을 지구인만큼 크게 하고 있어서 세포조직에 이상이 생긴다고! 그러다 보면 우리 별에서 사는 만큼의 수명을 다하지도 못 할거고..

해조 그렇지 않아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었어. 허지만 그걸 치유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위험하지 않아.

 

한숨 쉬는 사내. 잠시 대화가 중단된다. 해조도 생각에 잠긴다.

 

해조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일까지 시간을 주면 마음의 결정을 내리겠어.

사내 그래! 일단 오늘은 돌아가겠어. 올바른 판단 하기를 바랄 게. 만약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거야.

해조 어떻게 할 건데?

사내 네가 여기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도록 해야지, 별 수 있겠어? 잘못하면 제리라는 남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 돼! 네가 그 사람을 위한다면 말이지.

해조 숫제 협박이네.

사내 너를 위한 일이라면 뭔 짓을 못할까?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집을 나가는 사이보그와 인형. 해조는 눈을 감는다.

 

#80. 집 밖

 

집을 나선 사내의 눈은 물고기 눈빛처럼 멍하다.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인형의 슬픈 눈빛. 인형이 깜빡 거리자 사내의 입술이 움직인다.

 

사내 그때 내가 너무 잘못했어. 다시 돌아왔어야 하는 건데.. 모선에서 귀선 명령을 내렸으니 별수 없었던 거지만. (안달하며) 큰일이다. 어쩜 변해도 저리 변할 수 있을까? (단호한) 안 돼! 이대로 둘 순 없어! 구해 가야 해!

 

인형이 사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사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제리 집 옆 숲 속으로 사라진다.

 

#81. 제리의 방 내부 / 오후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더니 여직원이 문을 열고 한 남자를 안내한다. 떡대에 어울리지 않게 허여멀건 얼굴. 마치 잘 다듬어진 마네킹처럼 표정이 없다. 그는 곧바로 제리의 책상으로 온다. 제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제리가 묻기도 전에 명함을 꺼내 내민다.

 

제리 (불안한 음성) 국가정보원? 제가 뭔 큰일을 저지른 게 있나요?

남자 (무뚝뚝한 목소리) 제리상씨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어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제리 예?

남자 당신 부인 성해조씨는 특수 활동을 위해 지구인으로 위장하고 잠입한 외계인 첩자입니다.

제리 (흥분) 아니 뭔 소릴 하는 겁니까?

남자 목청 돋우지 말고 잘 들으세요. 다 당신을 위한 일이니까. 지금 체포해서 심문 중이니 그렇게 아시오!

제리 못 믿겠소!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습니다.

남자 만약 고집 부린다면 당신도 위험합니다. 명심하시오. 이젠 성해조라는 여잔 잊으세요!

 

남자가 나가자 그를 따라 나서다 말고 다급하게 집으로 전화를 건다. 계속 신호가 가는 소리. 응답이 없다.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전화한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만 흘러나온다. 당황하여 통화 중지했다가 다시 전화하는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제리. 결국 포기한다. 어쩔 줄 모른다. 그러다 한기자에게 전화한다.

 

제리 (다급하게) 가람아 나야! 미안하지만 알아봐 줄 게 있어서. 아주 급해!

한기자 (F) 평소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뭔데?

 

제리가 명함을 보며 계속 통화한다. '꼭 부탁해!'라면서 통화를 끝내자마자 옷을 걸치며 황급히 뛰쳐나간다.

 

#82. 차 내부, 외부

 

급하게 차를 몰고 가는 제리. 복잡한 시내 거리를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운전하고 있는 그의 눈. 긴장으로 다소 충혈 되어 있다. 수시로 전화를 하다가 내려놓으면.. 더욱 다급한 표정이 된다. 얼마 후 자동차전용도로에 오르고 이어서 고속도로에 다다르자 속력을 더욱 내기 시작한다. 그의 시점으로.. 속도계가 170km를 넘는 모습이 보인다. 겁 없이 그 상태로 계속 달린다. 휙휙 스쳐 지나쳐 뒤로 빠지는 차들.

 

(시간 경과)

고속도로를 벗어나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제리. 일반 도로에 진입해서 속도는 줄였지만 여전히 난폭할 정도로 달린다. 중앙선도 넘어가며 앞차를 추월한다. 제리의 시점으로 저만치 앞에서 한 여인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지나치면서 백미러를 힐끔 본다. 깜짝 놀라 급정거하며 길가에 바짝 차를 댄다. 차에서 내려, 달려온 해조의 손을 잡는 제리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제리 (빠른 어조) 국정원에서 어떤 사람이 왔었어! 그 녀석 말론 해조님을 데려갔다던데.. 정말이었어? 거기서 탈출한 거야? 어떻게?

해조 (긴장) 전부 사실이 아니어요. 이제부터 제 말만 믿어야 해요. (제리의 눈을 바라보며 애원) 제리님! 저 믿지요?

제리 암, 당연하지! 그런데 어떤 놈들이 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해조 이젠 사실을 말씀드릴 때가 되었어요. (불안한 눈빛) 집에 가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요.

제리 왜 그런데?

해조 가서 말씀드릴 테니 조금만 참으세요.

 

불안과 초조가 그득한 제리의 눈빛. 함께 차에 탄다. 평상 속도로 달려가는 제리의 차. 다른 차들 속에 섞여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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