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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그래! 어차피 난 이 사람과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잖아? (별의 눈물(제32회))

by 허슬똑띠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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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83. 차 내부

 

두 사람이 뒷좌석에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있다. 창 밖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나무들과 수풀이 뒤엉켜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조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그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제리. 그러나 다급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재촉하지 않고 그녀가 말을 꺼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린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제리의 손 위로 툭 떨어진다. 제리의 시점으로..

눈물이 손 등에서 조금씩 번져가면..

말을 시작하는 해조. 그녀의 눈은 꿈을 꾸듯 몽롱하다.

 

#84. 플래시 백 – 1

 

롱숏으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어둠에 싸인 숲이 보이고.. 하늘에서 유성 하나가 흐르는 듯하다가 엄청난 속도로 숲 상공을 향해 다가오더니 곧바로 숲 속으로 사라진다. 숲 속으로 화면 바뀌면.. 넓지 않은 공터에 거의 스러져가는 몇 개의 자그마한 불빛에 드러나는 물체. 둥글 납작하다. 공중에 약간 붕 떠있다. 흔히 보는 유에프오 형태인데 무척이나 작다. 불빛이 사라지고, 실루엣처럼 보이는 물체. 바람에 나뭇잎 사각 대는 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숲 속. 잠시 후 아래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아까의 것보다 훨씬 작은 불빛 서너 개가 어른대며 나타난다. 클로즈업 되면, 주변을 살피면서 탐색하는 듯한 조그마한 물체들이 드러난다.

 

걸리버 소인국 사람 정도 크기인데 우주복과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헬멧 전면에서 작은 빛이 빛나고 있다. 떠드는 것 같은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때 갑자기 푸드득 하는 날개 짓 소리. 이어서 시커먼 물체가 쏜살같이 내려온다. 거대한 올빼미다. 날렵하게 그 중 하나의 헬멧을 낚아채고 날아오른다. 나머지는 혼비백산하여 사라진다. 잡힌 것은 발버둥을 치다가 헬멧을 풀어버리고 떨어진다.

 

헬멧만 잡고 아쉬운 듯 잠시 맴돌던 올빼미는 결국 포기하고 높은 나무 가지에 가서 앉는다. 부리로 헬멧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먹이가 안 되는지 그대로 떨어트린다. 떨어진 헬멧은 돌덩이에 부딪혀 덤불 속으로 튕겨 들어간다. 작은 불빛이 아득히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다가 바위틈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 오버랩 되면서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클로즈업 되어 보인다. 처연한 표정.

 

눈물을 닦고 나서도 한동안 겁에 질려 꼼짝하지 않고 있던 외계인이 주위를 둘러보다 고민한다. 외계인의 시점으로 보이는, 나무들 틈새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제리 집의 환한 외등. 마음을 정한 듯 바위틈을 빠져 나와 그곳으로 향하는 데 다시 들리는 날개 짓 소리. 올빼미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그리로 다가오는 둥그런 빛. 제리의 플래시 불빛이다. 올빼미가 그냥 떠오르자 있는 힘껏 플래시 불빛 쪽으로 달려가는데 뜻하지 않게 튀어나오는 야생동물. 요리저리 피해보지만 끝내 그 녀석에게 물리고 만다.

 

다급하게 수풀을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제리가 나타난다. 야생동물을 발견하고 사격을 가한다. 야생동물이 황급하게 달아난다. 입에 물린 외계인으로 장면 바뀌면.. 동물의 입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겨우 빠져 나와 수풀 속에 나뒹군다. 그대로 튀어가는 동물. 외계인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수풀에 누어있다. 잠시 후 플래시 불빛이 나타나자 새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지구인이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으로 혼절한다.

 

#85. 플래시 백 – 2

 

제리의 집 거실. 제리가 출근하자 둥지에 있던 새가 바닥으로 뛰어 내리더니 사르르 사람 모습으로 변한다. 웹캠을 향해 손짓하자 작동을 멈춘다.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인다.

 

외계인 (혼잣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기 되긴 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착하고 사랑스런 지구인을 만났어! (잠시 침묵) 그래! 어차피 난 이 사람과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잖아? 게다가 나에게 사랑의 느낌까지 주었으니.. 그렇다면 나도 지구인으로 변해야 되지 않겠냐고? 그 동안 배웠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도 확실하게 더 알아야 될 것이고.. 그래, 무엇보다도 사람으로 변하는 게 급선무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서재로 장면 바뀌면.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외계인. 손짓하며 화면을 번갈아 검색한다. 잠시 후 돌아서서 손짓을 하자 서가에서 뽑혀져 날아오는 책. 눈을 끔뻑 대자 처음부터 끝장까지 단숨에 넘어가는 책갈피. 갸웃하며 손짓하자 도로 서가로 날아 들어가고 다른 책이 날아온다. 몇 번 같은 동작이 반복되다가 순간 넘어가던 종이가 한 군데 멈춘다. 유심히 바라보다 '옳지! 바로 이거야! 이 집 주인과 함께 살려면 이게 필요해!' 라며 책을 원위치 시켜놓는다. 곧바로 책상 아래로 튀어 내린다.

 

화면 바뀌면.. 식탁 위에 앉아있는 외계인. 눈을 껌뻑 하자 마늘과 쑥이 담긴 대접 하나가 나타난다. 손짓을 하자 순간적으로 액체로 변한다. 입을 오므리고 빨아대는 시늉을 하자 매우 가느다란 물줄기가 입 쪽으로 날아오른다. 계속 그것을 빨아드린다. 다 마시고 나서 빈 그릇을 싱크대로 보낸다. 식탁에서 펄쩍 튀어 내렸다가 싱크대 위로 올라 손짓을 하자 싱크대의 식기들이 순식간에 세척이 되고 정리된다. 이어 빠르게 화면 교차되면서.. 외계인이 거실, 침실과 욕실을 춤추듯 다니고.. 그 때마다 순식간에 청소가 되거나 정리되는 모습이 패스트모션으로 이어진다.

 

#86. 다시 차 내부

 

해조의 고백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 하는 제리. 그를 애타게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해조. 자신을 믿어달라는 간절한 몸짓.

 

해조 제가 말씀 드린 것을 믿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제리 잠깐만.. 그런데 성해조라는 사람의 실체는 뭔가?

 

그러면서 아찔한 표정을 짓는다.

 

제리 (더듬더듬) 혹시 그러면.. 그 성해조란 실제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

해조 (당혹하여) 아니어요! 절대 아니어요! 성해조라는 사람은 제리님에게 어울릴 것 같다 생각되어 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 뿐이어요. 여기에 있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 지구인으로 변한 것이라고요.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던 것처럼, 성해조라 이름 지은 건 제 신세가 그런 것처럼 느껴져서..

 

눈물 흘리며 다시 눈을 감는 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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