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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공명현상에 대한 오래 전 사례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여리고 성의 파괴 과정이었다. (염빙 바이러스 (제12회))

by 허슬똑띠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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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8. 날려볼 테면 날려봐(계속)

 

해빙을 움직이는 물체

 

대대적인 폭격 역시 별무 소득 없이 끝나고 해빙은 속수무책으로 계속 커져가자 아무래도 이의 성질을 분석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시 나왔다. 지금과는 달리 입체적으로 조사하자는 안이 제시되어 장비와 인원들이 급히 해빙주변에 정박하고 있는 대형 조사선으로 파견되었다. 이외에 각종 첨단 장비로 무장되어 있는 항공기에서 빙원상부 전체를 촬영하기로 했고 무인잠수정을 동원하여 빙원을 받치고 있는 바다 속 부분에 최대한 근접시켜 조사하기로 하였다.

 

빙야의 상공에 뜬 항공기에서는 연속적으로 촬영된 사진과 빙판에 비쳤다가 반사되는 햇빛의 파장을 분석한 자료를 보내왔다. 해빙의 기둥에 바싹 접근시킨 무인잠수정을 조정하는 팀은 소용없을 거라 생각은 하면서도 잠수정에 딸린 로봇 팔을 이용해서 그곳으로부터 조각을 떼어내 보려고 시도했다. 서서히 접근하던 잠수정이 얼굴을 들이대듯 거의 기둥에 붙을 정도로 다가갔을 때 이를 조정하던 조사원들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내부에 무수한 흰색의 덩어리들이 잡혔는데 그 속에서는 미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 했던 것이다.

 

항공기에서 부분적으로 촬영한 빙판의 모습과 반사된 햇빛의 파장을 분석한 결과 해빙의 내부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잠수정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미루어 추측하건데 이것의 정체가 바로 해빙을 조성하고 있는 생명체가 아닐까하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 과연 이들은 어디에서 출현한 것일까? 언젠가 W신문 기사에서 이창곤이라는 사람이 쓴 기사를 기억해낸 조사원이 그가 제대로 보았다며 감탄했다. 이것은 그가 추측했던 것처럼 바다 깊숙한 곳에 사는 호극성 미생물이 화산이 터지면서 나온 뜨거운 용암에 의해 변형된 것일지도 몰랐다. 다만 아직까지 확고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두들 이에 동조했는데 한 조사요원이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수개월 전 소행성이 지구로 추락하면서 떨어진 지점이 바로 이 해빙이 있는 해역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번에 발견한 것이 그 소행성에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순간 연구실 분위기는 놀라움과 당혹감으로 뒤범벅되었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터였다. 바야흐로 외계 생물체의 지구공격이 시작되었는데 지금까지의 대결에서는 지구인의 완패이며 게다가 아직까지 그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단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9. 해결방법은 어디에?

 

재앙의 조짐

 

조사단의 결과를 받은 삼 개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해서다. 그보다 먼저 삼 개국 군 및 관련 기관을 망라한 합동 대책위원회를 비밀리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간접적으로나마 해빙을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미생물체가 확인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보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회의실로 각국 대표단이 속속 입실하였다. 입실이 완료되자 문은 굳게 닫혔고 회의실과 그 주변은 단단히 통제되었다. 심각한 표정을 감추어주듯 실내의 불빛이 꺼졌고 천정에 붙어있는 프로젝터로부터 회의실 연단 쪽에 내려진 대형 스크린 위로 영상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해빙의 형상에 대한 것이었는데 일반 빙하처럼 해면에 그저 떠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를 떠받치고 있는 같은 체면적의 기둥이 바다 속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 끝이 어디까지 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그만큼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규모인 해빙이 바다 생물에 미치고 있는 영향의 심각성을 밝혔다. 부딪히는 것은 무엇이든 빙결시키기 때문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주변 해역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어종들이 폐사해서 바다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빙원이 주위 바닷물을 냉각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해수의 온도가 남북극해 정도로 낮아짐으로 해서 아열대에 살고 있는 생물이 적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음은 해빙의 성장속도에 대한 관측내용이었다. 해면 가까이 솟구쳐 올라와 화물선을 좌초시킬 당시만 해도 직경 1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되었던 것이 60여일이 지난 현재는 직경 140여 킬로미터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계산해볼 때 하루 2.3킬로미터씩 확장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 수치에 불과할 뿐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확장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므로 앞으로는 하루에 늘어나는 면적이 어느 정도까지 증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현재까지의 평균속도로 계산해 보았을 때에는 1년에 850킬로미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는 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모두가 가슴을 철렁케 하는 것이었지만 막상 풀어야할 어려운 숙제는 따로 있었다. 이 막강한 해빙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정체불명의 생물체가 포착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스크린에 아메바처럼 스멀스멀 움직이는 작은 생물체들의 모습이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 해빙으로부터 일부 조각조차 얻어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석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당장 확실한 근원은 밝혀낼 수 없다면서 심해저에서 존재하던 호극성 바이러스의 변형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외계 생물체가 아니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는 말이 나오자 훤한 스크린으로부터 뒤편의 어둑한 곳까지 전염되듯 술렁거림이 퍼져나갔다.

회의실의 불이 다시 밝혀졌지만 아직도 모두의 눈에는 방금 보았던 괴물체들의 모습이 어른대는 듯 했다. 그나저나 불가사의한 해빙에 강력 대처할 묘수가 당장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는 한중일 세 나라가 손쉽게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소 안이하게 대처해왔을 뿐만 아니라 해빙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간과했음은 사실이었다.

 

새로운 도전

 

조사내용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격론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무슨 수를 쓰던 간에 해빙을 파괴하지 않으면 재앙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데에 동감했으나 정작 정곡을 찌르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서히 침묵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를 깨고 한국의 위원 한사람이 조심스럽게 안을 제시하였다. 빙하의 진동수와 동일한 주파수를 발사한다면 공진(共振)현상으로 빙하를 부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것이다. 미심적은 표정들이었지만 무엇이든 마다할 계제가 아닌 때였다. 회의장 분위기가 조금 활기를 띠었다. 이에 대한 자료가 급히 준비되는 동안 보다 구체적인 논의기 시작되었다.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가 필요하고 또한 어느 곳에서 조달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얘기가 오가는 동안 자료가 완료되었고 곧이어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공명현상에 대한 사례는 우선 전설처럼 내려오는 여리고 성의 파괴 과정이었다. 함락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거대한 성벽이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에 의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제시된 것은 1831년 영국의 맨체스터 근교 브로스턴 다리 붕괴사고의 사례였는데 다리를 건너던 군인들이 동시에 발을 맞추어 행진할 때 이들의 행진박자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 불렸던 타코마 현수교가 가벼운 돌풍 때문에 불과 4개월 만에 무너져 내렸던 사례의 동영상이 소개되었다. 이 다리는 미국 위싱턴주 타코마 해협에 가설된 것이었고 시속 190킬로미터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설계결함이 그 이유라고 주장되었으나 후에 다리와 바람의 주파수 즉 진동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공명현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상은 돌풍에 뒤틀리다가 무너지는 다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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