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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누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와도 사귀지 않겠어요. (염빙 바이러스 (제13회))

by 허슬똑띠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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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9. 해결방법은 어디에?(계속)

 

공명기를 실은 함정이 도착하고 기기에서 해빙의 진동에 맞추기 위한 공명파가 연속적으로 발사되었다. 몇 번의 맥놀이 현상을 보이다가 마침내 해빙의 진동수와 일치하자 빙원에서 눈에 띠는 이상조짐이 나타났다. 빙판의 가장자리에서부터 균열이 발생하더니 얼음조각과 부스러기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파괴된 조각들의 일부는 바다 속으로 떨어져 들어갔으나 상당부분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빙판위로 그대로 내려앉아 높게 쌓이면서 구릉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공명파의 발사 시초에는 이렇게 해빙의 모양이 변형되는 듯 했지만 생각 외로 효력은 미미했고 계속되는 공격은 점차 효력을 잃어갔다. 종국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비상회의가 재개되어 또 다른 방안이 재개되었다. 이번에는 일본 측에서 음파대포를 사용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해빙을 조정하는 괴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추정되는 만큼 그 존재를 파괴할 만한 고주파를 발사하여 제거해보자는 것이다. 음파대포는 예전 나치에서 개발된 적이 있었고 그 당시 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실험한 결과 처음에는 겉모습에 변형이 생기다가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르면서 터져 버렸다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이를 전쟁 무기화하여 실전배치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는데 이보다 약한 형태의 음향대포는 시위진압에 사용되기 위해 배치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과연 고주파가 괴이한 미생물체에 영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번에도 역시 제기되었으나 일단 시도해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강력한 음파포를 실은 군함들이 급파되었다. 수많은 군함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해빙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드디어 각 함정에서 해빙으로 고주파가 발사되었다. 그러나 강철보다 더 단단한 빙판이라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음향포에서 발사된 고주파가 그대로 반사되어 발사된 곳으로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잘못하면 도리어 함정에 있는 군인들이 피해를 입게 될 상황이었으므로 발사를 중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각국의 수뇌부와 비상대책위원들은 벌레 씹은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10. 마지막 도전, 핵공격

 

곧 이은 회의에서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최후로 핵폭탄을 사용해보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잠시 불안한 고요가 회의장 전체를 짓눌렀다. 오래지 않아 여기저기서 그게 지금 쓸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이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오갔다. 유일하게 핵무기를 소유한 중국이 결국 이 의견을 수용했다. 며칠 후 핵보유국과의 협상을 마친 중국에서 비공식적으로 관계 국가에 이 사실이 통보되었다. 그리고 핵폭탄의 폭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할 수 있는 사전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 협력해줄 것도 당부했다.

 

작전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해빙의 주변은 이중 삼중으로 삼 개국 함정들이 에워싸고 해빙 주변으로부터 50킬로미터 이내의 해역에는 일체의 선박통행이나 접근이 금지되었다. 또한 해역부근 상공의 항공기 운항도 금지되었으며 취재를 위한 언론기관의 접근도 통제되었다. 한, 중, 일 삼국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합동 군사훈련이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이러한 조치가 완료되자 중국 당국은 핵미사일 기지로 발사 명령을 통지하였다. 모든 점검이 끝나고 준비가 완료되자 중국의 모 지하기지에서 미사일 해치가 열리더니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마시일이 발사되었다. 미사일의 발사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군 관계들은 모두들 조마조마해 하면서 과연 정확히 해빙에 떨어져 그것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드디어 먼 하늘에서 불꽃을 뿜어대며 날아오는 미사일이 포착되었고 모든 눈들이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해빙의 한 복판에 정확히 떨어졌다.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여느 핵폭탄의 폭발에서와 같이 천지를 갈라놓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버섯구름이 피어오를 거라 예상했다. 뒤이어 빙원 한가운데 거대한 웅덩이가 생기면서 해빙이 쩍 갈라지는 장면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한 순간 섬광이 번쩍이다 곧바로 잦아들더니 마치 해빙이 핵미사일을 삼켜버린 듯 이내 잠잠해지고 말았다.

 

또 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하여 과연 이것이 실제 상황인지 조작된 해프닝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중국함정의 함장은 어처구니없는 해괴한 사태에 대해 본국에 급히 연락하여 핵미사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나름대로의 견해를 보고했다.

 

제일 당혹감에 쌓인 곳은 중국 군 당국이었다. 당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자 군부 일각에서는 발사된 미사일이 불량품이 아니라면 어찌 저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하는 말까지 나왔다. 한편에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여부는 다른 핵미사일을 다시 발사해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돋우었다. 이 의견이 받아들여져 핵미사일의 재발사가 결정되었다. 곧바로 각국에 다시 통지되었고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몇 시간이 흐른 후 해빙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에 새로운 핵미사일 날아오는 것이 들어왔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을 뿐이고 아무런 타격도 가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해프닝으로 끝났다.

 

같은 결과가 반복된 것으로 추정해 본다면 해빙이 자체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아무리 고열이라도 순식간에 이를 흡습하는 성질이 있다고 밖에 판단되지 않았다. 함정에서 발사한 어뢰를 맞았을 때나 폭격기가 투하한 강력 포탄을 맞았을 때도 동일한 현상을 보인 것이 상기되었다. 당시에는 그것으로는 역부족이었지만 핵폭탄이라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이 성급한 낙관론에 지나지 않았음이 판명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도 공식적으로 공표되지 않았다.

 

11. 고단한 행로

 

사고

 

7개월 전 이병곤의 방. 그는 2개월 전에 소행성의 지구진입을 관찰하고 있다가 작은 파편 조각의 불덩어리가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원도 산악지대에 떨어지는 것을 포착했었음을 떠올리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제일 큰 불덩어리는 훨씬 멀리 날아가는 것을 확인했는데 후에 동중국해의 바다로 낙하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곤은 육지로 떨어진 것이 완전히 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에 그 파편을 찾아내리라 마음먹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운석조각이나 이와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아 혹여 잔존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도리어 아직 아무도 이를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마침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계획했던 일을 추진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단단히 짐을 꾸리고 운석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산간지역으로 향했다. 출발 전에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어 자주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누던 이시카와 레이(石川 幸)라는 일본 여학생에게 운석을 찾아서 오랫동안 험한 산악지대로 여행 갔다 올 것이라는 메일을 남겼다.

 

언젠가 서린은 그에게 친구의 여동생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었는데 누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와도 사귀지 않겠다고 해서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서린은 결혼을 하고 나서 자신에게로 향한 병곤의 애정이 식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 틀렸음을 알았다. 그러나 다행히 레이라는 여학생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는 그녀의 특징이 서린과 거의 비슷하다고 자랑하는 것을 듣고 병곤의 마음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시름 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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