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108. 뉴스 몽타주
(TV뉴스)
경찰이 제리와 해조를 추격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남자 아나운서가 긴급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아나 외계인이 특수공작을 위한 첩자를 보내어 제리상이라는 사업가를 포섭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 특별수사대는 이들을 잡기 위해 계속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간순간 교묘한 방법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아직도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면 바뀌면.. 비스듬한 상태로 좁은 골목길을 달려가는 제리 차의 모습. 반대 편 2차선 길에 안착하자마자 내달리는 모습. 이어서 두 사람이 사라진 제리의 차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특공대원들의 모습이 차례로 나타난다.
아나 경찰은 이들의 도피수법으로 보아서 제리상의 부인으로 위장한 성해조라는 여인이 외계인이 분명하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경찰은 이 두 사람은 매우 위험인물이므로, 목격하거나 소재 파악이 되면 곧바로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한기자의 신문기사)
성해조라는 여인이 외계인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녀가 지구에 위해를 가하기 위해 파견된 첩자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녀는 동료들과 지구를 방문했다가 야생동물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해 지구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제리상에게 생명의 구함을 받았다. 이러한 연으로 해서 그녀는 지구에 머물게 되었을 뿐이다. 그 후 성해조는 제리상을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여 제리의 사업을 돕고 있는, 완전 뼛속까지 지구인화한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전대미문의 우주적 사랑을 이룬 것으로서 오히려 우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성해조의 인간미에 대해서는 제리상의 회사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접해본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면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번 소동은 성해조의 별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시기하여 떼어 놓으려 벌이고 있는 한갓 해프닝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그런 술수에 넘어가 두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게 아니라 오히려 별사람들을 설득해서 조용히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공방)
'머나먼 우주를 건너 지구로 올 정도의 외계인들이라면 우리가 상상도 못할 지적 수준과 기술을 지녔을 것이다. 이런 그들이 하찮은 지구의 기술이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그런 얄팍한 술수를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외계인이라 해서 모든 것이 지구인보다 월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지구에서 또는 지구인으로부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도 분명 있다고 본다.'
'그건 어불성설이다. 아직 우리 과학이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실증조차 잡지 못하는 그런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우리로부터 배울만한 것은 아무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미개인을 만났을 때를 가정해 보자. 과연 그들에게 배울 게 하나도 없었던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삶에 대한 지혜 같은 것을 나름 간직하고 있었던 경우도 많았다. 이와 같은 점은 왜 도외시 하는가?'
'무한한 우주에 비하면 좁디좁은 이 지구에서 함께 사는 동종 지구인끼리의 비교상황을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109. 대피소 내부 / 밤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며 눈부신 빛이 터진다. 그로 인해 순간적으로 난로와 장작더미, 호롱과 침상 등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희미해지는 빛 속에서 벌거벗은 채 얼싸안고 있는 제리와 해조의 모습도 나타났다가 어둠에 묻힌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눈빛과 함께 피부가 희미하게 빛을 발한다. 차가운 공기 때문에 움찔하는 모습.
해조 (보이스 오버) 조금 있으면 우리 옷도 나타날 거예요.
그 말과 동시에 털썩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두 덩어리의 물체가 나타난다. 옷 뭉치와 제리의 배낭을 확인하는 해조의 팔 실루엣. 이어서 포옹을 풀고 슬며시 떨어지는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옷가지를 챙기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리가 손으로 몸을 비비는 소리가 난다. 갑자기 환해지면서 두 사람의 나신이 나타난다. 제리의 플래시가 두 사람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살짝 옷으로 몸을 가리는 해조. 벌거벗은 제리를 보고 웃으며 옷을 건네준다. 두 사람은 함께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옷을 다 입은 제리가 호롱에다 불을 붙인다. 내부가 훤해진다. 내부를 둘러보는 제리의 눈이 동그래진다.
제리 여긴 어딘가?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오는 나무꾼 집인가?
해조 호호.. 그렇다 생각하시면 그런 거지요?
제리 (농담) 나무꾼은 선녀를 채오기 위해 폭포에 간 모양이군.
해조 호호. 그런 모양이네요. 제리님의 발상이 아주 재미있네요.
제리 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지? (몸을 웅크리며) 꽤 추운데~ 산속이라 그런가?
역시 몸을 웅크린 해조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리가 난로로 가서 옆에 있는 장작더미를 집어넣고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실내에 퍼져 나간다. 난로 가에 함께 주저앉아 불을 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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