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
#109. 대피소 내부 / 밤(계속)
해조 우린 지금 순간적으로 공간이동을 한 거예요.
제리 (놀래) 그래~에? 공간 이동이라고? 햐~ 아무 생각도 없이 한숨 자고 난 것 같은데 여기로 한 순간에 날라오다니.. 참 대단한 해조씨네!
해조 여긴 OO산악 대피소예요.
제리 이야~~ 멀리도 왔네? 그런데 옷은 왜 다 벗었어? (아쉬워하며) 난 참 좋긴 했지만서두..
해조 우리 몸 세포구조는 옷과 다르잖아요. 때문에 이곳으로 이동하여 신체가 재구성될 때 자칫하면 괴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제리 해조님 별에서도 그런가?
해조 (미소) 우리 별에선 옷이라는 게 없어요. 겉보기엔 옷을 입고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제리 저번에 보니 우주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해조 우주여행을 할 땐 신체보호를 위해서랍니다.
제리 그렇구나! 근데 공간이동이란 것은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거였는데.. 내가 직접 그걸 경험하다니.. 신기하기만 하네. 모두가 해조님의 신비한 능력 때문이지만..
해조 아까 지하철에서 경험한 염력도 그렇지만 지금 제가 보인 능력 역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아더 클라크라는 사람이 콕 집어 설명한 게 있어요.
제리 그래? 어떤 건데?
해조 그는 '먼 우주를 지나서 지구에 올 수 있는 과학문명을 지닌 외계인의 기술 문명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마술로 보일 것이다'라 했는데요.. 제가 한 것도 바로 그런 것이라 보시면 되요. 제가 우리별에 가면 이런 것은 요술도 아무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의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랍니다. 만일 지구인이 여기보다 한참 덜 발달한 행성에 갔다고 가정했을 때도 비슷할 거에요.
제리 (손으로 딱 소리를 내며) 맞아! 정말 그럴 거야! 그 별 사람들은 여기에서는 별것도 아닌, 리모컨 하나로 전깃불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요술로 보이겠지?
재미있어 하다가 '배고프지?' 하며 제리가 배낭에서 음식물을 꺼내 해조에게 건넨다.
해조 이 근처에 작은 샘이 있을 거예요.
제리 내가 나가서 물을 떠올게.
제리가 주위를 살피다가 주전자를 꺼낸다. 플래시를 집어 들자 해조가 고개를 흔든다. 플래시를 그대로 두고 나가는 제리. 잠시 후 주전자를 들고 들어온다. 흩어진 연기가 아직도 남아있고 난로 뚜껑 사이로 뻘건 불꽃이 보인다. 함께 음식물을 먹는다.
해조 제가 제리님에게 처음부터 진실을 얘기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제리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고.. 또 제리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제리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잘못 되는 게 싫어서 그랬어요.
(인서트)
제리가 부상당한 우주인 해조를 손에 들고 오다가 품에 안는 모습. 집안에서 치료해주는 모습. 그녀가 눈을 살며시 뜨자 입술에 귀를 대는 모습.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 빠르게 차례로 흐른다.
(다시 대피소)
해조 제리님이 저에게 입맞춤해줘서 인간의 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또 그 때문에 제리님을 믿고 지구인으로 살고 싶다는 강렬한 느낌 들었어요.
제리 정말?
해조 그럼요~ 제리님이 저에게 입맞춤 해주었을 땐..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우리별에서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라도 그런 것은 없거든요.
제리 사실 그땐 나한테도 아주 묘한 느낌이 왔었어. 새의 모습을 했지만 해조님이 마치 사람과 같았거든
해조 그 때 제리님이 놀랄까 봐 본래 모습을 안 보이려 했는데.. 몸이 아프다 보니 마음대로 안 되었던 거예요. 그래서 본 모습이 자꾸 나타나는 바람에.. 그 때문에 제리님이 놀라기도 했지만..
제리 에이~ 놀라기는 했지만 얼마나 스릴 있고 흥분되었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고! 제발 사람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햐! 그게 정말로 이렇게 맞아 떨어질 줄이야.. 꿈엔들 생각할 수 있겠냐고..
해조 호호.. 다행이었네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우리별에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과 평생 연을 맺는 것이 관례이어요. 제리님을 사랑하게 된 게 단지 그 때문은 아니었지만..
제리 난 그저 해조님을 만날 기회가..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에게 주어졌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벅찬 행운이라고 생각될 분이야.
해조 지구인들은 그런 걸 숙명이라고 하던가요?
제리 맞아요! 그리고 가만 있자.. 흠 그래. 침실에 장치해 놓은 것도 짐작이 가네!
해조 그것은 우리별에서 바라본 달의 모습이어요. 우리별은 위성이 두 갠데 가깝게 공전해서 무척 크게 보인답니다. 지구인으로 평생 살기로 작정했지만 고향별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제리를 바라보다 해조의 볼이 발그레해 진다.
해조 (수줍게 웃으며) 신혼 첫날밤, 제리님이 몸을 압박해 올 때 깜짝 놀랐어요. 그런 건 전혀 상상도 못했거든요. 두렵고 어색하기도 하고.. 의문스럽기도 했어요.
제리 (웃음) 그래~ 해조님은 프렌치 키스가 섹스의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다 했으니 그럴 만도 했지 뭐! 그래도 해조님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를 해 가길래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편으로 걱정은 되었어. 해조님이 미안해서 부러 그러는 줄 알고..
해조 그러셨어요? 하지만 사실인 걸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완전히 한 몸이 되어 섹스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묘미가 있고 아름답고.. 게다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도 이젠 완전한 지구인이 되었잖아요? (웃음)
제리 그래서 나와 해조님이 완벽한 사랑의 결합체가 된 것이라고.
해조 전 이젠 제리님에 대한 사랑의 느낌을 어쩌지 못한답니다. 제어할 수 없어요. 전 정말이지 제리님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절대로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순 없어요.
제리는 감격에 겨워 그녀를 응시한다. 그녀의 볼이 더욱 발그레해 진다.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다가 그녀를 번쩍 들어 안고 일어선다. 해조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잠시 후)
호롱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대피소 내부. 침상 위에서 나신으로 엉겨있는 두 사람. '해조님은 이렇게 보고 있어도 마냥 그리운 사람이야! 사랑해!'하는 제리의 흥분에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제리님은 저의 전부여요. 사랑해요!'라는 해조의 교음(嬌音)이 점점 거칠어져 가는 숨소리와 함께 뒤엉켜 울린다. 점차 격렬해지는 사랑의 몸짓. 갈수록 높아가는, 두 사람의 환희에 달뜬 소리와 장단을 맞추듯 난로 속에서 불타는 나무들이 탁탁, 타다닥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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