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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대재앙의 서막인가? 괴물 같은 해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염빙 바이러스 (제18회))

by 허슬똑띠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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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14. 암울한 미래(계속)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무사히 도달한 한기자는 엄청나게 많은 장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차장 한편으로는 숙소나 식당으로 쓰이는 컨테이너들이 즐비하게 쌓여있었다. 마치 군대의 야전사령부를 방불케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컨테이너 방향으로 내려갔다. 불을 환하게 밝혀놓은 컨테이너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어둠 속에 잠겨있었다. 새벽 교대를 위해 일찍 잠이 들은 것 같았다.

한기자는 불이 밝혀있는 컨테이너 하나를 선택하여 그 방향으로 향하다가 앞에 쌓아둔 헬멧하나를 뒤집어썼다. 조심스럽게 창가로 접근한 그는 내부에서 말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흠칫 놀라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대로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지하수도(地下首都) 운운하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완전히 확신하게 되었다. 용기를 내어 슬며시 안쪽을 들여다보니 고위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서너 사람 앞에서 최대한 일정을 당기라고 지시하고 있는 듯 했는데 한 쪽 벽면에 걸려있는 설계도가 눈에 띠었다. 한기자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 설계도와 책임자 등의 사진을 찍었다. 그가 신문에 현장의 터널사진을 게재했을 때 내밀수도 있는 오리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다음 날 발간된 W신문에는 표지서부터 삼면까지 온통 해빙에 관한 기사와 이를 대비하여 건설 중인 지하수도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었다.

'대재앙의 서막인가? 괴물 같은 해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라는 제하에 그동안 삼개국정부에서 괴물로 변한 해빙을 처치하기 위해 시행된 온갖 노력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실패한 사례들이 일일이 나열되었다. 그리고 해빙으로 인하여 초래될 재앙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이 뒤를 이었다.

 

‘빙하의 위협에 관심을 갖게 된 여러 국가에서 나름대로 조사, 분석해왔으나 그동안 발표가 미루어져 왔던 내용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구의 모든 바다가 빙결될 시점에 관한 것이다. 많은 보고서가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한국의 발표는 그보다 더 짧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빙하의 확장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적도부근으로 갈수록 배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빙이 열을 흡습하면 속도가 가세가 되는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바다 물의 온도가 높은 곳으로 가면 당연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추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발생하게 될 사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이다.

 

우선 빙하가 확대되면서 일어나게 될 재앙은 어자원이 씨가 말라가는 것이다. 해빙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다 물을 엄청나게 빨아들여 바닷물이 지속적으로 졸아드는 것도 그렇고 전 세계 바다의 표면만 얼어붙는다면 그 아래의 바닷물 속에서는 물고기들이 살 수 있겠지만 이 해빙은 바다 속까지 모두 얼게 하므로 그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바다가 사라지면서 구름형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강우량도 대폭 축소되어 갈 것이므로 결국 육지의 모든 물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점차 음료용은 말할 것도 없고 농사용수가 태부족하여 농사를 짓지 못하므로 식량고갈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빙하가 있지만 여기에는 끔찍한 외계미생물이 들어 있어 이를 담수화 하여 사용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얼음이 햇빛을 반사시켜 온도를 급격히 낮출 것이므로 종래는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결론은 예상하지 못한 빙하기가 그것도 아주 단시일 내에 닥쳐와 세상의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씁쓰레한 예측이다.

 

이러한 조사보고에 의거하여 현재 정부에서는 빙하기에 대비한 시설들을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해빙이 가져올 대재앙에 대한 공개적인 발표는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국민들을 위하여 이를 정확히 밝히고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은 개개인이 스스로 대비를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대피시설과 관련된 기사의 중간에는 대피소의 공사가 진행 중인 터널입구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게재되었다.

 

짙게 드리우는 공포의 그림자

 

정부당국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해빙이 갈수록 커가면서 이에 대한 사실이 공공연히 퍼져가고 있었으므로 어차피 세상에 공표하여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었다 싶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는 중국과 일본 수뇌부와 비상전화를 통해 이에 대해 논의한 끝에 언론에 밝혀진 것을 기화로 삼국에서 모두 담화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TV와 라디오를 통한 대통령 담화에서는 한기자의 기사가 밝힌 바대로, 지금까지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표되지 않았던 각종 작전에 대한 세세한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해서 직접 밝혔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비공개적으로 추진하였던 빙하기 대비 시설물들에 대한 것과 현재 구상하고 있는 정부의 향후 계획안도 밝혔다. 이에 우선하여 해빙과 가까운 지역에 대한 긴급대책이 제시되었다.

 

한기자가 해빙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닥쳐올 재앙에 대한 기사를 쓰고 나자 이에 대한 비난의 논조가 있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온 만큼 공개적으로 아이디어도 모으고 초유의 대재앙에 대비하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부당국에서 챙겨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는 것은 이를 알고 있는 일부 특정 사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정부의 비밀계획의 공개는 당연하다는 데 대부분 동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는 일차적으로는 해빙과 가까운 해안주민들에게 패닉상태를 초래하였고 뒤이어 재앙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국내 전역으로 뻗어나가도록 한 셈이었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모로우’라는 영화와 같은, 빙하기가 도래하는 자연재앙에 대한 동영상이나 기사들이 앞을 다투어 방송이나 신문을 장식하였다.

해빙이 커지면서 중국의 가스유전지역과 중국 및 일본 양국의 분쟁지역인 해저가스전은 물론이고 작은 섬들은 모두 해빙에 묻히게 되었다. 일본 규슈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제도로 위협받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는 더블딥의 우려가 현실화 되어 가면서 휘청거리고 있던 세계 경제에 결정적인 한방이 터진 셈이었다. 주가급락, 금융시장초토화, 식량 및 원유가의 폭등 등 경제적 충격 이외에도 주변지역 온도의 급감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의 초래, 아열대 특성의 실종 등 심각한 기상의 변화도 자주 일어났다. 찬 공기가 더운 공기를 밀어내며 태풍이 자주발생하고 이는 주변국가에 많은 비를 뿌리게 했다. 차가운 해수는 기존의 해류를 변화시켜 이상기후를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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