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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 (Rosepoppy) (제 1회)

by 허슬똑띠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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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베이와 양귀비(POPPY)

 

 

 

H신문사 사옥 내부. 어느 사무실의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사람의 왕래가 뜸한 복도로 나섰다.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그는 사내 접견실로 들어섰다.

어제 전화로 약속했던 수사관과 면담하기 위해서이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얼굴표정에는 은근히 긴장감이 어리어있다.

수사관이 그를 직접 찾아오는 데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란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통화 상으로는 그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어서 이다.

다만 며칠 전 에오스그룹회장의 피격사망사건과 관련하여 그 사건의 참고인으로 그를 지목했을 듯하기는 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응태세를 철저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내면의 울림이 있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10분정도 빨리 도착하였기에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마침 주차장에 막 주차한 차에서 정장차림의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모습이 수사관의 방문목적을 떠오르도록 했고 이어서 기억회로가 자동으로 그 날짜의 관련 신문기사에 가 닿았다.

‘금일 오후 4시경 에오스그룹 남민희 회장이 퇴근하던 중 저격을 받고 사망했다.

남회장이 사옥에서 나와 승용차에 다가가는 순간 한발의 총성이 울렸는데

그와 동시에 머리에 총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즉시 사옥 반경 1KM내의 모든 건물을 수색하여 조사하였으나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계속 수사 중이다.’

 

그는 그날 휴가를 내고 부모님 위패를 모셔둔 봉안소에 갔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 달 전 위패를 안치했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오랜 동안 부모님 모습을 떠올리지 못했다.

스스로가 부모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난관을 헤쳐 오느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젠 부모님의 위패만이라도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예기치 못한 계기로 부모님 모습이 확연해지다 보니 그리움이 사무쳐와 자연스레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많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내린 결단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당연히 부모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모님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었음에 위로를 삼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왔었다.

 

생각을 멈추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약속시간 2분전이었다. 동시에 문이 열리는 기척이 났다.

고개를 돌려 출입문 쪽을 바라보니 온화한 미소를 띈 중년의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저절로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악수를 하고 자리를 권하며 어떤 차를 마실 것인지 물었다. 수가관은 커피를 부탁했다.

그는 커피 두 잔을 만들어 와서 수사관을 마주보며 앉았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습니다. 전화통화하면서 이미 통성명했던 마고도입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부 기자인 저는 제가람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제가람은 어느새 포커페이스로 바뀌어 있었다.

“에오스그룹 남회장의 일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니 직접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제기자를 찾은 이유는 짐작했겠지만 남회장과 관련한 단서를 추적하기 위해서입니다.

남회장은 대부분의 업무를 아들인 남정균사장에게 위임하였기 때문에 외부인을 잘 만나지 않은 성격이었어요.

만난다 해도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별 이벤트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상당한 시간을 냈더군요.

신문사에서 섭외를 잘 했기 때문이겠지요?”

마고도는 신문사를 치켜세웠다.

“저야 아직 경력이 짧아서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하 겸손의 말입니다. 능력이 특출하다고 편집장이 그러시던데요. 그건 그렇고...

남회장이 그 이후로는 외부인과의 약속이 없었던 것으로 그룹비서실에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교롭게도 남회장이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외부인은 편집장과 제기자 두 분이 된 것이지요.

창립기념 이벤트로 그룹 전반에 대한 특집기사를 취재하기 위해서 대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편집장과는 어제 이미 면담을 끝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하더군요.

제기자는 혹시 사건과 연계할 만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알아보려합니다.

더불어서 비서실 직원의 말로는 그 뒤로 제기자가 한 번 더 남회장을 방문하였다고 하는데

무슨 사유가 있었는지도 듣고자 합니다.”

제가람은 그가 말을 끝내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람은 저자이 기자로 생활하게 된 경위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전자회사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회사에 취재차 방문했던 선배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는 지금의 신문사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고 있었는데

얼마 후 기자모집이 있을 예정이니 한번 응시해보라고 권유했다.

자신의 전공과 거리가 있어 망설이자 들어오기만 하면 자기가 밀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꼭 응시하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 이 신문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선배는 학창시절부터 가람의 뛰어난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하면서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가람이 느끼기에 아마도 그의 후계자로 키울 요량으로 적극 끌어들인 것 같았다.

가람은 성심껏 일에 임했지만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겉으로 보는 것과 사뭇 이율배반적인 언론미디어의 이면을 알고 실망감이 커져가고 있었다.

인터뷰 바로 직전 수출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는 원화 강세에 대한 원인과 이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서

모 대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편집장의 호출이 있었다.

에오스그룹 창립기념 특집기사를 준비 중인데 이를 담당할 기자가 갑작스레 다른 신문사로 이직하는 바람에

대타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력이 다소 일천한 그가 선택된 것은 선배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편집장은 그런 점을 우려해서인지 단단히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인터뷰를 보좌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전반적인 취재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룹에 대한 세부적인 현황과 남회장의 신상에 대해 조사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대담의 진행방향을 정하기 위함이다.

 

ㅎ서양 협죽도의 일종인 로즈베이(rose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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