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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제 3회)

by 허슬똑띠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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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배이와 양귀비

 

 

 

가람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 당시의 담당자를 만나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꼭 그녀가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라서기보다

진정한 사업가라고 느꼈다는 말만 했다.

남회장을 진정한 사업가라고 평하는 그의 말투로 봐서

그는 남회장의 독특한 행동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상사를 설득하여 남회장측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을 듯싶다.

 

편집장이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말씀하신대로 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그룹의 성장동력이

한층 강화되었으리라 판단됩니다.

그러한 것 외에 달리 염두에 두신 점은 또 없으셨는지요?”

“기업이나 연구소를 인수 합병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면서

기술과 인재를 키우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인수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소신이 또렷했다.

달리 표현한다면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하게 놀랍게도

그녀는 아름다움 못지않게 기업가 정신도 투철했다.

 

그 뒤로는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신화에서 에오스는 아프로디테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에 목마르게 되는 저주를 받았다.

영원히 사랑을 갈구할 수밖에 없었던 에오스는

여러 명의 인간남자들을 사랑했는데,

대체로 에오스의 일방적인 납치로 비롯되어

늘 불행하게 끝났다고 한다.’

자신이 에오스와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에오스처럼 항상 사랑에 실패했음을 한탄하는 것이지

모를 말이었다.

그녀의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알려진 것으로만 판단한다면 정영길사장이 사망한 이후

여태껏 독신으로 지내오고 있으리라는 점이다.

그녀가 이러한 말을 한 심적 배경을 생각해보다가 가람은

인터뷰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받았던 묘한 느낌을 떠올렸다.  

 

그녀가 그룹성장의 주역이었음에도

그녀 프로필은 지나칠 정도로 간단했다.

정사장과 결혼했던 것, 그의 사망이후 회사를 직접 경영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공기업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출생 및 가족과 관련한 것이라든가

학력이나 취미 같은 것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인터뷰할 때 그녀는 얼버무렸으나 남편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서 자살했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묘한 점은 어머니의 성씨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사장으로 있는 남정균은

정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니었다.

이는 후에 회사의 임원으로부터 들은 증언인데

그는 남회장의 외삼촌으로부터 입양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입양시기가 공교롭게도 정사장이 사망한 이후였다.

현재 그녀는 아들인 남정균사장에게 거의 모든 업무를

위임하기는 하였으나 실제는 계속 결정권한을 쥐고 있다.

그룹 발전의 주요 원동력도 아직은 그녀 자체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성장 동력 또한 그녀였던 것처럼.

어쨌든 남편의 사망으로 그녀가 회사의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었고

그 이후 회사는 무섭게 사세확장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알짜배기 공기업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고 나서는 지금의 그룹규모를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회사 임원들은 다들 무모하다고 반대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녀의 권한은 더욱 공고해졌으며

그룹은 지금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요정도의 이야기는 그녀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한데 이상과 같은 내용을 감안한다면

그녀가 죽음을 당할 정도의 원한을 살만한 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다가 자살한 남편의 전 부인이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은 있다.

비록 정영길이 바람둥이였다고 해도

탈 없이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데 그녀의 등장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전 부인과 이혼하고 지금의 남회장과 결혼했으니

앙금이 쌓여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또 하나 있다.

당초 이 회사는 남회장의 남편이었던 정영길이

제갈명이라는 사람과 동업했었다.

그녀가 회사로 오고 나서 일 년이 채 안되었을 때

동업자인 제갈명사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오비이락이겠지만 남회장 등장이후에 벌이진 일들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전 조사를 하면서 이상하게 느꼈던 점이 몇 가지 더 있었다.

하지만 전 남편에 대한 것이라든지 동업자의 사망 등을 포함하여

그녀와 관련된 아리송한 일들은 대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아 그대로 폐기하고 말았다.       

 

남회장과의 인터뷰내용에 대해 설명에 이어 가람은

마고도가 궁금해 할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만일 남회장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전에 말씀 드렸던 남편의 전부인일 수도 있겠으나

그 사람이 이번 일을 꾸밀 능력이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남회장이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란 점,

비록 60대가 코앞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 매력은

엄청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으로 추측해본다면

남회장의 미모에 반하여 간절하게 구애를 하였으나

매몰차게 구애를 거절당해 한을 품었던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뭐 중요한 단서가 될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그것도 중요한 단서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뒤로 한 번 더 남회장을 취재하였다고 하는데

기사를 편집하는데 보완할 사항이 있어서였나요?”

“뭐 특별한 것은 아니었고요,

남사장과 관련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갔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남사장과의 대담이 끝난 뒤

남회장이 잠간 보자고 해서입니다.“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나요?”

“저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더니

저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 질문을 하더라고요.

어리둥절했지만 저는 고아출신이고 어렵게 공부하여

운 좋게 이런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 것이 끝이었습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입술의 움직임을 가지고

그냥 추측한 건데 ‘참 묘하네. 어쩜 그리도 그 분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까?’ 이런 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 황당했지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남회장이 질문할 때

그리고 혼잣말을 할 때 강하게 느껴지는 체취였습니다.

처음 대담할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었거든요.

마치 사람을 거세게 끌어들이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그냥 품에 안기고 싶어지더군요.

혹시 남화장이 저를 유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습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그대로 넘어갈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렇지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남회장 같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 저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두겠느냐 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저의 의지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랜 기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단련해 왔기 때문이지요.

특이한 느낌이라면 이런 것 정도일 수 있겠네요.”

 

“하하,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제기자는 여자들로부터

엄청난 호감을 살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이니

남회장이 거기에 반하지 않았을까요?”

“그럴 리가요...”

제가람은 마고도의가 추겨 세우자 씁쓰레한 미소로 말끝을 흐렸다.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헌데 그런 점 외엔 제기자도 생전의 남회장으로부터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 사건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정사장 전 부인에 대한 건은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남회장의 주변 인물을 좀 더 조사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협조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로즈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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