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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제 9회)

by 허슬똑띠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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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협죽도의 일종인 로즈베이와 양귀비

 

 

 

 

회상에서 벗어나 가람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분을 만나 도움을 줄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거기서 조용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왠지 수상쩍게 여겨져 그를 추적해 보았던 거죠.”

“그 직원이 누구인가요?”

“죄송합니다만 정보제공자의 신상은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는 점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제가람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마고도는 면담을 끝냈다.

아쉬운 것은 이 경위와 오 경사가 수사한 내용이

제가람이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

래도 가람이 조용진과 나눈 대화내용이 구체화되었다는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마고도는 남민희회장의 가족사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세상에 드러난 것으로는 그녀의 의붓아버지가

집안 화재사고로 사망했다는 것뿐이었고 그녀의 어머니나

형제 존재여부 및 친인척 등에 대해서는 얼려진 바가 없었다.

그녀의 가족사항을 법적서류로 확인해본 결과

친부와 친모 역시 모두 사망하였고 형제자매 등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친부의 형제자매가 있는지 여부까지 조사했다.

소득이 있었다.

친모의 남동생 즉 그녀의 외삼촌이 생존하고 있었다.

이름은 공봉춘이었고 나이는 그녀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가 남회장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어 비서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끔 궁할 때면 찾아온다고 했다.

인적사항을 알아내어 그를 찾아갔다.

모 회사의 공장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수사관이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찾아왔다고 투덜댔다.

그를 찾아간 이 경위와 오 경사는 황당해서

인적사항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인상착의를 물어보고 두 사람은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제가람이 어느새 다녀간 것으로 보였다.

조용진 때는 변호사 행세를 하더니만 이번에는 수사관을 사칭했다.

“그 사람은 수사관이 아닙니다. 왜 그가 왔었는지 대강은 짐작합니다.

수고스럽지만 그에게 해준 대로 말해주십시오.

추가로 해줄 것이 있으면 더 좋겠구요.”

이 경위가 달래고 나서 재촉했다.

“나 원참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여하튼 조카 죽음 수사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 얘기 드리죠.

 

어느 날 저녁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남민희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평소엔 그다지 왕래가 없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술술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천지개벽하겠다. 이렇게 다 찾아오고. 웬일이냐?”

그녀는 누굴 만나러 가는데 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핀잔을 주었다.

너는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차도 안 사냐고.

그러니 깜찍한 대답이 돌아왔다.

얼굴도 예뿐데 차까지 있는 걸 알면 뭇 사내들이 성가시게 달려 들까봐

그런다고 그럴싸한 이유를 댔다.

별 수 없이 차를 빌려주었는데 자정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사고를 일으켰을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웬 두 살배기 애를 데려와 당분간 맡아 달라고 하더란다.

생활비는 줄 테니...

 

차를 가지고 간 이유가 애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남자친구사이에서 태어난 애인데 남자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생활비는 꼬박꼬박 보내왔고 가끔 애를 데리고 놀이터를 가거나

밥을 사주거나 했는데 그런 날 애한테 물어보니

호텔같은 비싼 곳이었다고 한다.

“아이를 데려온 날을 기억하십니까?‘

이 경위가 제갈사장의 교통사고를 염두에 두고 물었다.

“뭐~ 기념일과 같은 특별한 날도 아니고

매일 쳇바퀴처럼 지내는 생활이다 보니 그날이 그날 같아

꼭 집어서 말을 못하겠네요.

늦은 봄날이었던 같기는 한테...”

“그 뒤로 아이를 어떻게 했나요?”

이 경위는 남회장이 남정균 사장을 입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부러 물었다.

“아시다시피 지금 사장으로 있는 그 친구지요.

민희가 보험회사에서 작은 기업으로 옮겼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죠.

혹시나 보험회사에서 일을 저지른 것 아닐까도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애를 데려가서 남회장 자신의 호적에 올린 것 같은데

혹시 그게 언젠지 기억나시나요?”

“민희가 그 회사로 간지 10년 가까이 지나서였어요.

그 회사 사장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애는 안 데려가느냐고 물었더니

당장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공봉춘을 만나고 돌아온 두 사람은 마고도에게 보고했다.

 

“이번에도 제가람이 다녀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수사관을 사칭했더라고요.

좀 수상한 냄새를 풍깁니다.

단순히 취재목적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갈사장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 가 싶은데요?”

이 경위가 갸웃거렸다.

“이 경위도 감이 잡히는 모양이군,

그런데 문제는 제가람이 그런 것을 캐내서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하는 점이지.”

마고도는 다시 가람을 불렀다.

"제기자는 사람을 잘도 찾아내더군요.

남회장 외삼촌인 공봉춘도 만난 것으로 아는데...“

“네 그렇습니다. 남회장이 외삼촌 애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보다 자세한 내용을 캐보기 위해 찾아갔었습니다.”

가람은 서슴없이 대답하고

공봉춘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것을 죽 털어놓았다.

 

뜬금없이 기자가 찾아왔다면 공봉춘이

순순히 털어놓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서 술수를 쓰기로 했다.

그가 다니는 직장과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번호를 알아냈다.

서울 근교에 소재하고 있는 공작기계업체의 공장장인 그는

승용차로 출퇴근하면서 항상 회사 부근 공터에 차를 세워두었다.

그를 족치기로 한 날 그가 출근하기 전 그곳에 가서 기다렸다.

주차한 차에서 내린 공봉춘은 잘 생긴 스타일이기는 했으나

볼 살이 빠진데다가 이마에 주름살이 깊게 패여 있어

나이보다 더 늙은 티가 났다.

그가 공장으로 들어가자 차를 살펴보았다.

승용차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트렁크를 열고 슬쩍 마약과 유사하게 보이는

가루가 든 비닐봉투를 집어넣었다.

그에게 쓸 각본을 점검하며 예행연습을 하다가

퇴근시간에 맞추어 돌아왔다.

 

모사를 꾸밀 곳 인근에 들어서자 재빨리

그의 차를 추월하여 가로 막고 불심검문하는 척 했다.

마약사범을 쫓는 수사관을 가장했다.

위조신분증을 들이밀어 보이고 나서 어리둥절한 그가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차안을 주섬주섬 들추어보았다.

막판에 트렁크를 열고 아침에 집어넣었던 가짜 마약봉지를 들어냈다.

그것을 그의 코끝에 들이밀면서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가람이 시키는 대로 차를 길가에 주차시켰다.

가람은 안가 흉내를 내기 위해 미리 보아둔

인근의 폐 공장사무실로 그를 데려갔다.

가람이 ‘공봉춘씨가 맞지요?’하고 묻자 그는

‘네, 제가 공봉춘인데요?’라고 떠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날벼락을 맞은 듯 했다.

평생 마약이란 걸 접해본 일도 없는데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사정사정했다.

가람은 측은지심이 일었으나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외면하기로 했다.

말없이 지켜보다가 그가 차분해지자 심문에 들어갔다.

협조만 해준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면서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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