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제 6회)

by 허슬똑띠 2022. 3. 20.
반응형

 

 

이 경위와 오 경사는 연관성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그 당시 회사에 근무했었던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영길의 전 부인을 다시 찾아갔다.

남민희가 입사한 때 근무하던 직원들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회사일로 집안을 자주 드나들던 직원을 생각해 냈다.

다행히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장기근속을 하다가 그룹의 한 자회사에서

임원으로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에게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잠시 머뭇거렸다.

자신에게 무슨 혐의가 있어서 그러나 싶어 공연히 찜찜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회장사망사건 수사 때문이라고 하니

이내 태도가 바뀌어 질문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남민희는 제갈사장부부가 사망하기 약 1년 전 회사에 들어왔는데

제갈사장부부 사망이후 정영길이 단독 경영권을 쥐게 되면서

그와 결혼했다고 한다.

전직 동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정영길과 결혼한 것으로 보아

그가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녀가 금융기관인 보험회사를 마다하고 당시 규모가 비교도 안 되던

중규모의 기업으로 옮긴 것이 정영길과의 결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종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선계윤이라는 인턴과 사귀고 있었었다.

사귀던 사람이 기묘하게 실종됨에 따른 충격의 후유증일 수도 있겠으나

처녀가 유부남이었던 그와 결혼한 게 단순하게만 보이지 않았다.

정영길이 바람둥이여서 그녀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멀쩡한 가정을 두고 이혼까지 하면서

그녀와 결혼한 것 역시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을 듯했다.

직원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궁금했던 점은 풀렸지만 아쉽게도 이를 남민희사망사건과

연계시킬만한 결정적인 끄나풀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무런 소득 없이 허탈하게 끝내야 했다.

   

수사가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답보상태에 놓이자

모두들 기운이 쭉 빠졌다.

마고도는 그동안의 자료를 다시 훑어보며 허점이 무언지를 따져보았다.

세 가지로 압축해보았다.

제갈사장과 관련한 것이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본인의 죽음이다.

제갈사장의 죽음으로 덕을 본 사람은 일차적으로는

정영길이고 이차적으로는 남민희이다.

그런데 제갈명은 누군가에게 피살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갈사장의 죽음과 득을 취한 것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또 하나는 그의 맏아들의 행방이다.

정영길의 전부인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아이는 친척에게 입양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과연 어디로 갔을까?

정영길이나 남민희의 음모에 따른 것이라면

범죄단체의 희생양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는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고

고아원 같은 곳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제가람기자가 떠올랐다.

그는 분명 고아였다고 했다.

더구나 성씨도 그다지 흔하지 않은 제갈씨다.

제갈명사장과 같다.

하지만 그 아이 이름은 제일량이라고 하였으니 이 부분에서 막힌다.

나머지는 극단적인 추측이기는 하지만 그룹소속의 직원 중에

남회장으로부터 심한 불이익을 당하여 원한이 사무쳤을 경우이다.

마고도는 세 번째로 수사방향을 잡기로 했다.

 

일차 대상은 현 에오스팜의 전신인 신명자원 즉 그룹 모태회사로 정했다.

남민희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이므로 그 때부터 함께 했던 직원들이

그래도 상관관계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즉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경위와 오경사를 그 회사로 보내

설립당시부터 현재까지 재직했던 직원명단과 회사에 문제를 일으켰던

직원현황 및 퇴직한 인원명단도 입수하도록 했다.

문제 직원은 그 사유도 상세히 기록하도록 하였다.

두 사람은 이 자료를 분석하느라 며칠을 보냈다.

유의 대상자는 현직이건 퇴직자이건 신상조사를 세밀하게 하였다.

별 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채 리스트의 숫자는 계속 줄어갔고

겨우 10여 명만 남았다.

마고도는 유의대상자 리스트를 재검토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본 듯한 이름이 나타났다.

사건기록을 검색해보니 한 달 전 쯤 발생한

식중독사건과 연계된 인물이었다.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그의 이름이 조용진이었다.

산동네 쪽빵촌에서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받으며

근근이 살고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그가 운수반에서 근무하면서

술주정을 부리는 등 상당한 말썽을 피웠다는 기록이

눈길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영길 전부인이 소개해준 그 직원을 다시 찾아갔다.

그의 증언으로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조용진은 제갈사장 사망 후 곧장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그게 좀 미심쩍었다. 운수반에 근무하던 그는 살림살이가 곤궁했었다.

그럼에도 술만 먹었다 하면 행패를 부리기 일쑤여서

다른 곳에 쉽게 취직하기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나마 제갈사장이 봐주어 그럭저럭 회사에 버티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 것은 믿고 있던

제갈사장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했었다.

그 후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가 서울 근교에서 비교적 큰 음식점을 차렸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복

권 따위에 당첨되었다는 말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궁색했던 그가 회사를 그만 둔 뒤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음식점을

개업한 데는 모름지기 큰돈을 만지는 계기가 있었음이 명백했디.

그럼에도 그는 돈이 하늘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는 소문이 돈 후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 직원은 조용진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제갈사장의 사망과 회사 퇴직 그리고 돈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말에서

왠지 범죄의 냄새가 풍기는 듯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제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으니

그것으로 끝이 아닌가.

그래도 그의 옛날 행적과 뜻밖의 죽음에서

실낱같은 단서라도 잡아보자고 했다.

마고도는 이 경위와 오 경사에게 그가 살았다는 곳으로 가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해보도록 했다.

 

두 사람은 마침 몇 집 건너 집 앞에 나와 앉아 있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를 보고 부탁을 했다.

그녀는 조용진이 죽기 전에 있었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말해주었다.

“그 사람이 죽기 전날 남자 두 사람이 다녀갔어.

평상시에는 개미새끼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는데 이상했지.”

“혹시 생김생김이라든가 인상착의 같은 거 기억나시는 거 있나요?”

이 경위가 물어보자 할머니는 머뭇거림 없이 답변했다.

“먼저 온 남자는 젊은이였는데 정장차림에 외모가 번듯했어.

그런 사람이 찾아올 곳이 아니라서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조용진이 소변을 보러 나왔을 때 물어봤지.”

오경사가 담배한대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고 불을 붙여주었다.

나이에 비해 기억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있는 사실을 모두 얘기해주리라 하는 기대감이 충만해서였다.

또한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변호사인데 재산반환소송 건을 맡았다는 거야.

그래서 자기한테 알아볼 것도 있고 도움도 청할 게 있어 왔다누만.

게다가 요번 일이 잘만 되면 자기에게도 한 몫 돌아갈 수 있다고 그러더래.

구미는 당겼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서

돌아가라고 했다는 거여.”

할머니 말이 끝나자 이 경위는 가람의 생김생김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렇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가람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무언가를 취재한답시고 변호사라고 사칭했을 것이다.

 

“두 번째 온 남자에 대해서는 뭐라 하던가요?‘

이 경위가 다시 독촉했다.

“그 남자는 큰 모자를 썼고 마스크도 하고 해서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더라고.

더구나 어둑어둑해져서 말이지.

근데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

무척이나 곱상하게 생긴 것 같았어.

거 뭐냐, 동성연애하는 남자애덜 있잖아.

바로 그런 느낌이었지.

근데 도대체 그런 사람이 조용진이 같이 개 같은 녀석을

찾아왔을까 되게 궁금하더라고.

그 남자는 큼지막한 쇼핑봉투를 들고 왔는데 방에도 안 들어가고

밖에서 조근 조근 얘기하더니 금방 돌아갔어.

조용진이 배웅하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니까.

배웅하는데 보니까 조용진이 모처럼 웃고 있더라고.

그래서 물어보았는데 그 남자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안 해.”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 누가 오기로 해서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면서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두 번째 남자의 정체를 추리해보았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죽음과 연계성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갑작스럽게 두 남자가 찾아온 점은

분명 간단히 넘길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그 중 가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변호사행세까지 하면서

그로부터 무언가를 캐내려하지 않았는가.

그에게 숨겨진 비밀이 없다면 구태여 그를 찾아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가장 강력히 시사하는 바는 제갈사장의 죽음에 찍힌 의문부호였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당시의 신문기사를 보면 그는 부인과

두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친구의 부친상 조문을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길이 제법 험한데다가 야간이었기 때문에

시고의 개연성은 컸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다보니 경찰에서도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사로 규명하고 있었다.

한 가지 미궁으로 남은 것이 있었다.

어린 아이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경찰은 아이가 타지 않은 것으로 추측했다.

그 당시 직원들의 증언이 있었고 애가 차에 있었으리라는

물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회장과의 죽음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보인다.

그래도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전혀

엉뚱한 사안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계속 풀어볼 충분한 사유가 된다. 

 

 

 

반응형

'창작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즈파피(Rosepoppy) (제 8회)  (0) 2022.03.21
로즈파피(Rosepoppy) (제 7회)  (0) 2022.03.21
로즈파피(Rosepoppy) (제 5회)  (0) 2022.03.20
로즈파피(Rosepoppy) (제 4회)  (0) 2022.03.20
로즈파피(Rosepoppy) (제 3회)  (0) 2022.03.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