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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스토리

로즈파피(Rosepoppy) (제 12회)

by 허슬똑띠 202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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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라는 사실은 범죄를 꾸미게 만드는 충분한 빌미가 된다.

‘범죄를 통해 얻게 될 기대효용이 합법적인 대안활동으로

얻게 될 효용보다 클 때 범죄는 발생한다.’ 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의 말을 적용해보자.

범죄를 통한 임신의 해소는 다른 어떤 대안보다

훨씬 더 큰 기대효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터이다.

어제의 동지가 철천지원수로 변모됐다.

이번엔 간접살해를 획책했을 것으로 보았다.

전문가를 고용하여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 속에 정영길을

처박았을 것이고 결국 정영길의 종말과 임신의 해소라는

두 가지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을 것이다.

 

덧붙여 가람은 사건 당시 남민희의 심리상태를 나름대로 그려낸다.

이른 아침 남민희가 전신타월을 걸치고 막 욕실을 나온다.

음악을 틀어놓고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며

큼지막한 솔로 머리손질을 하기 시작한다.

음울한 팝송곡이 실내를 짓누르고 있었으나

도리어 그 곡에 맞춰 콧소리를 낸다.

손질이 끝나자 그녀는 벌떡 일어선다.

그 바람에 타월이 흘러내리며 미끈한 알몸이 드러난다.

그녀는 비너스 조각상처럼 유혹 그 자체이다.

거기에 도취된 듯 거울에 전신을 비추어보면서 중얼거린다.

‘흥! 내가 애를 못 낳는다고 다른 년한테서 애를 낳아 데려오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끝까지 데리고 이끌어 나가려 했더니

그런 식으로 나를 배반했다 이거지?’

누구든 그녀의 약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단호함이 배어있다.

이어서 몇 번이나 되뇌인다. ‘이젠 때가 되었어!’

마침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정영길이 살인을 저질러 경찰신문을 받고 있다는

비서실 직원의 다급한 통보다.

 

“하하하~ 제기자는 소설을 그것도 추리소설을 쓰면

꽤나 히트를 칠 것 같네요. 논리도 아주 근사해요.

특히 ‘범죄를 통해 얻게 될 기대효용이 합법적인

대안활동으로 얻게 될 효용보다 클 때 범죄는 발생한다.’라는

범죄심리학적 문구도 아주 적절했습니다.”

“하찮은 추리를 칭찬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는 조용진이 죽은 것도 단순한

식중독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것도 남회장의 소행으로 볼 만한 근거가 있나요?”

“제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조용진이

회사로 가끔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남화징앞으로요.

당연히 비서실에서 연결을 해주지 않았겠지요.

먼저 그가 남회장에게 전화를 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30여년 전 한 회사에서 근무했었다고 해도

강산이 수차례 변한 지금에는 격이

엄청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조용진이 아무리 바보라도 해도

그걸 생판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러면 두 사람 사이에는 해결되지 않은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조용진의 전화가 비서실에서 차단되었지만

여러 번 오다보니 아마 비서실에서

남사장에게 직보하지 않았을까요?

남회장에게 직접 말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요.

남사장을 통해 남회장에게 그 야기가 들어갔겠지요.”

“흠~ 흥미로운 추리입니다.

혹시 두 사람 사이 숨겨진 비밀을 밝혀냈나요?”

“아닙니다. 순전히 제 뇌피셜입니다.”

 

가람은 계속 그의 추리를 이어갔다.

남정균을 통해 조용진이 전화했었다는 말을 듣고 난 남회장은

그를 달랠 방법을 구상했을 것이다.

그러던 참에 바이오부문의 개발 계획을 보고하던

연구소장이 말이 떠올랐다. 보톡스를 만들어 내는 균에서

새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었다.

그 균은 바로 상한 식품에서 흔히 생성되는

보툴리누스 식중독 균이었다.

그녀는 먼저 조용진을 만나 좋게 달래보기로 한다.

그래서 남장을 하고 직접 그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의 태도로 보아 끝내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많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들어주겠노라며 안심시킨 뒤

미리 준비해간 물건을 그에게 전해주고 나온다.

그것은 보툴리누스균을 주사기로 왕창 집어넣은 통조림과

이를 안주 삼아 마실 소주일 것이다.

조용진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말을 들은 데다

생각지 않은 술까지 생겨 기분 좋게

아무런 의심 없이 그것을 먹는다.

뉴스기사에 뜬 대로 그는 식중독을 일으킨 끝에 사망한다.

 

이야기 끝에 가람은 뜻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조용진이 죽고 난 며칠 뒤 양평에서 있었던

가정집 가스폭발사고 알고 계신가요?“

“그런 사고야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닌데, 아니...

그럼 그것도 남회장이 저지른 일이란 말인가요?”

“이것도 제 뇌피셜인데요, 조용진이 혼자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친구를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람의 추리를 듣고 난 마고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조리 있는 그의 추리가 단순한 상상에 지니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 사건에 집착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마고도는 이렇게 확신하며 마무리 짓기로 하고 다르게 떠보았다.

“그러면 이들 중에 과연 남회장의 죽음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을지,

만일 있다면 어떤 식으로 남회장에게 복수를 한 건지도 생각해보았나요?”

가람은 선계윤의 가족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계윤같은 경우 그의 부친이 부유했기 때문에

그때 경찰의 수사를 물적으로 많은 지원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런 결과가 없자 당시 경찰의 수사에

불만이 많았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설탐정 같은 것을 고용해서

조사해 보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여 포기했을 텐데

최근에 그의 형제가 에오스그룹기사를 보고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되고 다시 시도를 했을 수도 있다.

고용한 사람이 탐문조사 끝에 조용진이라는 인물이

누군가로부터 거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름 추적해보았을 것이다.

조사결과 남회장이 조용진에게 덜미를 잡혔는데

그것은 바로 남회장이 선계윤을 죽인 간접증거라고 본 것이다.

 

조용진은 화공약품을 취급하는 친구로부터 어떤 여자가

이상한 화공품을 사가지고 가더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동물의 사체를 급속하게 부패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데

그녀가 그게 왜 필요했을까?

그때가 선계윤의 실종시기였을 것이고 그래서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런데 친구의 말로는 얼굴을 최대한 가렸는데도

얼핏 보니 엄청난 미모였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었던 터라 조용진은 남민희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녀로부터 돈을 뜯어낼 기회로 보았다.

그녀가 선계윤과 사귀었다는 것을 알고 짐짓

그녀가 화공약품을 사갔던 것을 들먹이며

당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다 안다고 슬쩍 떠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했으나

그의 끈질긴 협박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고

그에게 거액을 주고 입막음한 것으로 추정했을 것이다.

가족들은 탐정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남민희가 살인자라고 확신한다.

한데 뜻하지 않게 조용진이 죽자 남민희가

선계윤을 죽였을 것이라는 확신은 철썩 같이 굳어진다.

“합당한 추리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 이후

텀이 좀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먼저 어떤 방법으로 복수할 것인가로 고민했겠죠.

그러다가 암살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명사수 스나이퍼를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겠습니까?

그 다음은 저격타이밍 잡는데도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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