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스토리344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20회) 인류의 맥을 잇게 하려는 피나는 노력 이러다보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여 찾아간 지역 역시 상당부분이 폐허로 변해있었고 사람들의 돌봄도 끊겨 점차 자연으로 회귀하려 준비 중이었다. 다행히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더라도 냉동보관소에 들어가는 입구는 무참하게 망가져있었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폴라가 특별히 고안해낸 생체 인식기로 샅샅이 수색해볼 수는 있었다. 실망의 연속이었다. 절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스멀스멀 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년 내내의 지난한 탐사도 헛되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했다. 그렇게 무정한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그날도 두 사람은 소득 없는 발걸음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낡아빠진 건물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잡동사니들만 그득 쌓여있었다. 어째든 변함없이 화창.. 2022. 5. 7. 불 꽃 살(殺)(제1회) 용해되지 않는 애절한 응어리에 관한 이야기 1.프롤로그 서산 꼭대기에 해가 걸려있다. 곧게 뻗은 양평지역 산간 2차선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스피디하게 달려오는 고급 오토바이들. 하나, 둘, 셋... 천천히 클로즈업 되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는 헬멧을 쓴 남자들. 그들 뒤에는 역시 헬멧을 쓴 여자들이 타고 있다. 휘날리는 빨간, 파란 그리고 노란 색의 머플러.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며 팔을 휘둘러 댄다. 곧은길이 끝나고 지그재그 형태의 언덕진 길이 나타나자,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중형 승용차 한 대가 보인다. 가장 앞서 가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가속하더니 위협적으로 승용차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순간 좌우로 약간 흔들리며 속도를 낮추는 승용차. 뒤이어 똑 같은 행동을 반복.. 2022. 5. 6.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9회) 만연하는 급성노화와 불임증 2 밤이 되어도 집으로 가지 못한 채 두 사람은 병원에서 간단히 식사를 끝낸 뒤 휴게실로 가 소파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두 사람 모두 불임치료 전문의였다. 그동안 일과 연구에 매달리면서 아이를 갖는 것을 미뤄두었었는데 기껏 애를 갖자고 의견합치를 보자마자 이런 일이 터진 거였다. 커다란 TV 화면에서는 끊임없이 불임을 동반한 급성 노화증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각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들은 매번 그랬듯이 슬픔을 달리 표현한 씁쓰레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속에는 절대 절망하지말자는 암묵적인 결연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기는 했지만. 두사람 역시 불임이 된 상태이기는 한데 다행인지 몰라도 급성 노화만은 예외였다. .. 2022. 5. 6.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8회) 만연하는 급성노화와 불임증 1 다음날 세 사람은 라온의 집에서 그가 말한 것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먼저 서재의 벽에 있는 대형 TV였다. 오경사가 어제 들은 대로 화면에 대고 눈을 껌뻑거렸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폴라와 저한테만 통합니다.” 라온이 설명하면서 화면위에 폴라라는 두 글자를 그리자 화면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소리는 나지 않았는데 상세한 세계지도가 그 큰 화면에 꽉 들어차 나타났다. 지도곳곳의 수많은 곳에는 몇 가지 기호가 표시되어있는데 그 의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종의 암호인 듯 했다. 희한한 건 바다부분에도 곳곳에 그러한 표시가 있었는데 상당부분은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실시간 중계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오경사가 휴대폰을 꺼내들고 화면을 몇분동안 녹화하면서 설명하듯 말했다. “저.. 2022. 5. 5.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7회 -최종회) 에필로그 마경감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서경위를 문병 와서 가온의 가방에서 발견한 선물과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는 가온이 코난 즉 가람이었다는 사실과 그에게 주었던 로켓을 고이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보호하다가 죽었다는 사실로 인해 고통과 슬픔에 잠겨있었다. 편지를 받자 슬픔이 복받쳐와 한 동안 서럽게 울었다. 그가 사망한 다음날이 그녀의 25번째 생일이며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만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글로 대신한 것이리라.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경감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하다가 편지를 보라고 하며 나갔다. 마경감이 나가고 난 뒤 잠시 멍하게 편지를 바라보다가 눈물을 훔치며 읽어 내려갔다. ‘너무도 그리웠고 보고.. 2022. 5. 4.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7회) 폴라의 이데누보(idée nouveau)의 실체 3 “핵무기들은 각종 군함이나 잠수함 등에도 탑재되어 있는데 이는 어떤 식으로 할 건가요?‘ “우선은 군함이나 잠수함의 핵심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한 후에 기지로 돌아오도록 합니다. 이 때 수리 기술자로 하여금 이것을 장착한 뒤 곧바로 해체되도록 하거나 운항을 재개할 때 처리하도록 할 거예요.” 폴라는 간단히 대답했다. 라온은 폴라의 시원시원한 답변에 빠져들었는데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아주 중요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어째서 저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저에게도 그렇게 한다면 어렵게 저를 설득시키지 않고도 간단히 계획한 대로 따라오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럴 순 없지요.” 폴라는 고개를 저으며 답.. 2022. 5. 4. 몽풍삼매(夢風三梅) (제16회) 제이슨이 밝혀낸 오리무중 현금트럭의 행방 그 뒤로도 계속 건물을 감시하다가 밤이 되어 가방을 주문한 청년이 건물을 나서는 것을 보고 제이슨은 그를 미행했다. 걸어서 부근의 술집으로 들어간 그는 기다리고 있던 중년남자와 술을 마셨다. 그는 다른 자리에 앉아 음성증폭기기를 작동하여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보스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과 상황이 진정되면 다른 아지트로 돈을 이동할 것이라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또한 돈을 옮기고 나면 세탁을 거친 후에 돈을 배분할 것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청년은 보스가 대단히 주도면밀한 사람이라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돈이 아직도 그곳에 있고 다른 곳으로 옮길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곳을 직접 들어가 보기로 작정했다. 다.. 2022. 5. 3. 인류리셋음모에 관한 보고서(제16회) 폴라의 이데누보(idée nouveau)의 실체 2 이 책장은 그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이미 책으로 꽉 차있어서 라온은 손조차 대지 않았다. 더구나 그것은 잠겨있었다. 폴라가 유리문에 손을 저으니 책장이 벽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출입 공간이 나타났다. 폴라가 황당해 하는 라온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 문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것을 타고 내려갔다. 몇 층정도 내려가는 것 같더니 멈추어 섰고 문이 열렸다.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연구실 같은 꽤 넓은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폴라가 설명한 작업들이 수행될 각종 기기들이 설치되어있었다. 폴라는 몇 가지 전자기기들을 간단히 설명하고 나서 틈나는 대로 그에게 운용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보고 난 라온은 폴라의 말이 그저.. 2022. 5. 3.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