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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빙 바이러스14

아 그거요? 이제 보니 ‘나’라는 것은 ‘일인칭 대명사’ 네요! (염빙 바이러스 (제9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6. 소행성 - 에피소드1(계속) 형수와 도련님 서구적인 스타일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서린은 달걀처럼 갸름한 얼굴에다 보일 듯 말 듯 양 볼에 나있는 보조개가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창곤은 형수와 가끔 대화를 나누곤 하였는데 형수가 이런 면을 지닌 것도 그러했고 어리광을 다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은 누나와 같아서 너무 좋았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린은 병곤의 아픈 기억을 알게 되었고 미처 털어내지 못한, 그 기억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는 했다. 병곤이 6살 위인 서린을 누나처럼 대하는 데에는 병사한 누이를 그리워한 탓도 있었다. 병곤이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봄날, 교정을 나서다가 라일락 꽃향기에 취해 잠시 멈추어 서서 음미하고 있던 중 갑자기 형.. 2022. 12. 27.
꽃은 말이 없어도 꿀을 많이 간직하고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에 찾아들 수 있다. (염빙 바이러스 (제8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6. 소행성 - 에피소드1(계속) 형제 창곤과 병곤은 띠 동갑이었다. 두 형제는 12년 터울이 짐에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지냈고 형제애 또한 아주 강했다. 창곤의 아래에는 여동생이 둘이나 있었지만 병곤이 태어나기도 전에 불행히도 모두 병사했다. 고등학교에 럭비부가 있어 가입하고 꽤나 몰입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안 좋은 것도 아니어서 단번에 명문대학에 들어갔다. 창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병곤이 형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까만 윤기가 흐르는 머리가 이마의 눈썹 바로 위까지 가지런히 내려와 있던 병곤은 양간 쌍꺼풀이 진 눈에다 속눈썹이 길게 나있어서 계집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모습은 성장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머리모양새만 어른.. 2022. 12. 25.
그 자리에는 바로 소행성이 있어요 (염빙 바이러스 (제7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5. 대치(계속) 그 뒤 수 시간이 지났을 때 서쪽 해상에서 중국의 함정이 나타났고 동쪽 해상으로부터는 일본의 구조선과 조사선이 나타나는 모습이 보였다. 좌초당한 원양어선은 일본국적인 것 같았다. 중국 군함은 아마 이 부근 해역을 지나던 선박들이 뜬금없는 빙하의 존재에 놀라 자국에 보고함에 따라 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함일 터였다. 어쩌면 그들 역시 빙하에 대한 소유권 조치를 하기 위한 출동일 수도 있었다. 이를 증빙이라도 하듯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각기 해빙의 주변에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 조사에 나섰다. 한국 함정에서 그들에게 경고하였지만 코웃음을 치며 빙하에 오르려 시도했다. 대부분 실패하였고 일부 사람들이 빙원에 오르는데 성공하기는 하였지만 그들 역시 똑 같은 전.. 2022. 12. 23.
그렇다면 심해의 호극성 박테리아가 유빙을 만든 정체일까요? (염빙 바이러스 (제6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4. 추측(계속) “맞아! 어째든 너하고 예전처럼 거나하게 취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래 되었다. 그건 그렇고 화물선을 좌초시켰다는 그 빙하를 너는 어떻게 생각 하냐? 극해도 아니고 아열대 지역 바다에 말이야.” “글쎄다. 가끔 빙하에 대한 뉴스나 기사를 보긴 했지만 사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때문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아서 뭐라 얘기할 게 없네 그려. 그래도 넌 민완기자라 소문도 났고 했으니 정보도 많을 거고 또… 유별난 소식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소리하지 마라, 민완은 무슨 민완? 그런 말 때문에 죽을 둥 살 둥 했었던 게 수도 없이 많았는데… 좌우지간 별 것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와서 보니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 2022. 12. 21.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예전 일들은 과감히 털어버려라! (염빙 바이러스 (제5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3. 구조 활동(계속) 곧바로 완전무장을 한 다섯 명의 구조요원들이 탄 구명정이 내려지고 빙야의 가장자리로 달려갔다. 다음 구명정으로 투입될 예정인 정호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구명정이 다가간 순간 거센 파랑이 닥치는 바람에게 하마터면 구명정이 뒤집힐 뻔 했으나 위기를 넘기고 일단은 가장자리에 바싹 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명정이 너무 흔들리는 통에 도저히 해빙에 올라탈 수 없었다. 높은 파도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한 대원이 잠시 흔들림이 약해진 틈을 타서 팔짝 튀어 오르더니 빙야 위로 몸을 날렸다. 미끄러지면서 그 위에 착지한 그는 고리를 손목에 감은, 양날이 뾰족한 피켈로 빙판을 찍어 몸을 고정시키려 하였으나 날카로운 날임에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는 손.. 2022. 12. 19.
왜 사고가 날 까닭이 없는 곳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까? (염빙 바이러스 (제2회)) 사람들은 이곳을 ‘신세계’라 불렀다. 2. 해빙(海氷) 뜻하지 않은 좌초 현재의 동중국해. 2만 톤급 일반 화물선인 ‘금강 포세이돈’호는 유럽지역으로부터 수입화물을 가득 싣고 부산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봄이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있는 4월의 하늘은 쾌청하였고 바다물결도 비교적 잔잔하여 항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기상예보도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랄 것 없이 머지않아 지루했던 항해를 마치고 그리운 가족들과 만난다는 생각에 약간 들뜬 기분으로 이 평온한 항해를 즐기고 있었다. 아스라이 멀리 수평선에는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 선단들의 모습이 점점이 보이다가 그 너머로 사라져 갔다. 선박이 동중국해의 중심해역에 이르렀을 즈음 백색의 사관복장을 단정하.. 2022.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