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가람기자63

도깨비처럼 날아온 이메일의 사연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40회)) 사이먼 우드뱅크, 유라온의 인생역정 47. 유령 이메일(계속) 한 순간 이유도 모르는 채로 행복이 갑자기 날아가 버리고 느닷없이 닥쳐온 낯선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함께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들은 아버지회사에 같이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친구의 보살핌으로 계속 우리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분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우리들이 운명이 엄청난 시련이 맞던 그날은 날씨가 꽤 더운 날이었습니다. 집 전체를 소독한다고 일하는 아주머니가 집밖에 나가 놀도록 하더군요. 대문 앞에서 시무룩한 동생을 달래며 서있는데 차 한대가 우리들 앞에 서더니 우리의 이름을 대면서 맞는지 물어보더군요. 고개를 끄덕이자 회사에서 아빠친구가 데려오랬.. 2022. 8. 19.
이반과 함께하는 새 삶의 시작 (아찌<제5회>)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5. 병원 / 오전 (Dis.) 출산실 내부의 병상에 누워 있는 이화의 모습.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매우 창백하다. 눈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눈. 그녀의 주변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서있고 의사가 갓난아기의 발목을 잡고 엉덩이를 찰싹 두들긴다. 그러자 아기가 '앙앙'하고 울기 시작한다. 의사가 눈을 뜬 이화에게 아기를 보여준다. 아기를 바라보며 이화가 또 눈물을 흘리다가 옆으로 모로 눕는다. 병원의 홀 내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는 병원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는 한기자. (인서트) 1979년 5월21일을 표시하고 있는 한 쪽 벽면에 걸려있는 날짜 판. 이화의 병실. 입원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우는 갓난아기를 안고 들어와서 그녀에.. 2022. 8. 4.
드디어 마음을 여는 유화 (아찌<제4회>)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4. 면회실, 서대문 구치소 / 오후 (F.I) 카메라가 팬 하면서 면회실 전체의 정경을 보여준다. 면회실 한 쪽 면은 유리벽으로 장식되어 있고 여러 개의 칸막이가 세워져 있다. 각 칸막이 앞 유리는 대화를 위한 구멍들이 뚫려있다. 그 앞에 바짝 붙어 있는 의자에는 대 여섯 명의 면회자들이 앉아 있다. 맨 구석 편에는 야한 복장의 20대 후반 여인이 앉아 있다. 파마머리에다가 둥글고 큰 귀걸이 등으로 요란스럽게 치장했는데 짙게 바른 빨간 립스틱이 유난히 눈에 띤다. 그녀가 껌을 씹으면서 내는 딱딱 소리가 면회실 전체에 울리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기도 하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가끔 두 손으로 머리를 가다듬고 있다. 그 여인 한 자리 건너서 유리벽.. 2022. 8. 1.
이춘이화 그녀는 왜 그랬을까? (아찌<제3회>)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2. 어느 자취집 / 오후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는 약간 언덕진 주택가. 한기자가 긴 머리의 처녀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녀는 가방을 메고 옆구리에는 몇 권의 책을 들고 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처녀의 머리를 흩날리며 지나간다. 친구 며칠 전 미친년처럼 속옷차림으로, 그것도 새벽에 집에 오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한기자 왜 그랬는지 얘기는 들어봤어요? 친구 엉엉 울기만 하고 무슨 일인지 도통 얘기를 안 해요. 그리고 학교에 가서도 절대 얘기하지 말라면서 얼마나 신신당부하던지. 입 잘못 뻥긋했다가는 쟤까지 죽을 것 같아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더라고요. 한기자 그러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었군요. 혹시 학교로 경찰이 찾아 오진 않았.. 2022. 7. 30.
짐승을 죽인 살인자 유화 (아찌<제2회>)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경찰서 내부 복도 한기자와 함께 창가에 서더니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어 담배를 한대 꼬나무는 강형사.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길게 빨아 대더니 창밖으로 '후' 하고 내뱉는다. 강형사를 따라 한기자도 담배 한대를 꺼내 입에 물자 강형사가 불을 붙여 준다. 강형사가 창 밖으로 후 불어내는 담배 연기 위로 60년대의 미스코리아 모습이 영상처럼 나타난다. 그 위에 보이스오버로 들리는 강형사의 목소리. 강형사 한 시간째 ‘그 짐승을 내가 죽였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참나! 환장 하겠어. 속이 터지는 듯 오만 인상을 다 쓰고 있는 강형사의 모습이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한기자 짐승을 죽여요? 설마 짐승을 죽였는데 여기 와서 저러고 있을 리는 .. 2022. 7. 28.
누군가에 쫓기듯 달려가는 기묘한 차림의 소녀 (아찌<제1회>) 애꿎은 운명과의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 S#1. 프로로그 단독주택가 / 날 밝기 전 중형의 기와집과 슬라브집들이 밀집해 있는 주택가. 희미한 어둠 속에 안개가 엷게 뒤덮고 있어 모든 것들이 유령들처럼 윤곽만 흐릿하게 보인다. 가끔 회오리처럼 휘돌면서 스스로 흩어지는 안개로 인하여 윤곽들이 출렁거리는 듯 보인다.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등갓을 쓴 백열전구의 가로등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그다지 밝지 않은 빛으로 어둑한 골목길을 비추고 있으나 안개 때문에 그나마 별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가 천천히 골목길을 따라 가다가 가로등 불빛이 비켜가서 잘 눈에 띄지 않는 한 주택의 철 대문 앞에 멈춘다. 안개가 잠시 흐트러지는 사이 대문 오른 쪽 기둥에 붙어있는 명패가 나타나고 화면에 빠르게 확대되면, 이나운(.. 2022. 7. 26.
파이토레이드(PHYTORAID) (제9회) 사이먼 우드뱅크 박사 12. 한가람 기자와 사이먼 우드뱅크 한누리 신문사의 한가람기자는 미국 엘에이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지난 올해 2월에 귀국하였다. 돌아오자 마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2개월을 보내야 했다. 이제 대강 자리를 잡자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부장에게 그가 조사를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고 난 뒤, 출발하기 전에 자료를 점검하기 위해 별도로 보관해두고 있었던 파일을 펼쳐들었다. 틈틈히 모아두었던 자료와 함께 넣어 두었던 사진 몇 장을 꺼내들었다. 첫 번째 사진은 꽤 높아 보이는 제법 몸통이 굵직한 나무인데 고무나무 잎만큼이나 널찍한 잎새들이 무성하게 달려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금속열매가 맺혀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2022. 6. 15.